[서울톡톡] 서울 문학기행, 그 네 번째 장소는 통인동 이상의 제비다방이다. 이상은 이태준, 박태원, 김기림과 함께 활동한 구인회 동인이고, <12월 12일>, <날개>, <오감도>, <산촌여정>, <권태> 등을 집필한 작가이다. 구인회 동인 중 박태원과 특히 가까워 그의 소설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삽화를 그려주는 등 그림에도 소질을 보인 인물이기도 했다. 서울 문학기행에서 소개할 통인동 이상의 제비다방은 한때 그가 실제 살았던 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 때문에 2004년 등록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 곳은 이상이 떠난 후 새롭게 건축된 도시 한옥으로, 그가 실제로 살았던 집이 아님이 밝혀졌고 2008년 등록문화재에서 해제되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이상의 제비다방이 운영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통인동 154-10번지에 자리한 가옥 그 자체에서 이상의 흔적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상을 기억할 만한 구체적 공간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현재, '통인동 154번지'라는 '지리적 위치'는 이상과 관련한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유일한 장소로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바로 현재 이상의 집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이상의 제비다방이 운영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상의 제비다방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니 우리은행이 보였고 그 옆으로 골목이 나있었다.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주택들 사이에 있는 작은 한옥집이 보였다. 제비다방은 도시 한옥답게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붕은 기와지붕이었지만 기둥이나 벽 같은 부분은 벽돌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리고 이색적이게도 전면 벽이 전부 유리였다. 밖에서도 제비다방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제비다방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제비다방 오른편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 있었다. 색색의 끈들이 그물망에 엮어져 있는 곳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조형예술가 유영호가 제안하는 서촌 전망대라는 소개가 있었다. 계단이 있어 올라가보았더니 과연 전망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서촌 전망대는 제비다방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인동 154번지, 이상 생가의 모습을 추정해 소개하는 안내판도 있어 제비다방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서촌 전망대에서 내려와 제비다방 내부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벽걸이 선반에 한 줄로 잘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었다. 총 3~40권 정도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전부 다 이상과 관련된 책이었다. 이상 전집, 이상의 첫 동화책, 이상을 소개하는 책 등. 그 많은 책 중에서 이상과 관련되지 않은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책을 읽기 전에 몸도 녹일 겸 차를 마시기 위해 내부 오른쪽에 마련된 차를 가지러 갔다. 총 세 종류의 차가 있었다. 커피와 홍차, 인삼차였다. 차가 마련된 곳에 제비다방을 소개하는 종이가 있었다. 1939년 조선중앙일보에서 박태원이 쓴 글인 <제비>를 얘기하며 왜 지금의 제비다방에 커피와 홍차, 인삼차밖에 없는지 소개하고 있었다. 손으로 전해져오는 따뜻한 차의 온기를 느끼며 제비다방의 내부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테이블이 있는 공간 말고 제비다방의 카운터(?) 역할을 맡고 있는 방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빔 프로젝터로 벽면에 영상을 틀어놓아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공간을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한쪽 구석에는 경성탐방지도와 이상의 집 주변의 막다른 골목길을 안내하는 지도, 제비다방을 후원하는 아름지기를 소개하는 책자가 놓여있었다. 제비다방을 둘러보는 것을 끝내고, 차를 마시며 책과 제비다방을 소개하는 책자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차의 온기가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며 이상의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이상과 그의 동인들이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사색과 담소를 즐기는 영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여유를 만끽하며 제비다방의 소개책자를 읽고 있을 때였다. 전면 벽이 유리로 이루어져있는 터라 밖의 골목을 볼 수가 있었는데, 양 손에 짐을 잔뜩 들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제비다방을 기웃거렸다. 아주머니는 밖에서 제비다방을 한참동안 기웃거리다 다시 길을 나섰다.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쉴 공간이 필요하셨던 듯했는데 제비다방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잘 몰라서 들어올 용기가 안 난 모양이었다. 이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들어오기 조금 부담스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다방이 제대로 홍보가 됐다면 지금 이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았을까. 이상의집 소개 책자는 제비다방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상을 기억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 중입니다. 현재 이상의집에는 이상과 관련된 도서가 구비되어 있으며 모임 지원을 위한 공간나눔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라고. 제비다방은 2013년 4월 17일, 이상의 기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잠깐이라도 좋으니 제비다방에서 차를 마시며 이상의 향기를 느껴보고 가는 건 어떨까.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날개> 中 이용 안내 : 이른 10시부터 늦은 8시까지. 매일 점심시간 12시부터 1시간까지 휴무, 월요일 휴무. 이상의 제비다방에서 제공되는 커피와 홍차, 인삼차는 모두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200미터 직진하면 우리은행이 보인다. 그 골목에서 좌회전하여 100미터 가량 걸어오면 오른편에 이상의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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