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밥 먹고 도시여행

서울 문묘 및 성균관

草霧 2013. 8. 12. 11:35

 

 

자네에게 글은 도대체 무엇인가?

 

 

[서울톡톡] '이옥이 글이고, 글이 바로 이옥이었다. 그의 글은 그의 피와 살이었고, 그의 피와 살은 그의 글이 만든 문자의 집이었다. 그의 글을 내려놓았다. 그에게 물었다. 자네에게 글은 도대체 무엇인가.' (<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中)

서울 문학기행, 그 다섯 번째 장소는 서울 문묘 및 성균관이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성균관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성균관이 문학과 관련있는 곳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 문학기행 다섯 번째 장소로 성균관을 택한 이유는,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라는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라는 책을 쓴 저자는 설흔이라는 소설가이다. 소설가 설흔은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썼다. 설흔은 선인들, 그중에서도 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소설가로서 그들이 생각하고 열망했던 것들을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재연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지은 책으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소년, 아란타로 가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등이 있고,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2010년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설흔이 쓴 책 중 소개할 책은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라는 책이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는 조선시대 정조 때 활동했던 문장가 이옥과 김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소설이다.

책 내용을 잠깐 소개해보자면 이러하다. 한때 임금의 눈밖에 나 유배까지 다녀왔지만 이제는 논산의 현감이 되어 유유자적 여생을 보내던 김려에게 어느 날 불쑥 낯익은 문장을 외는 청년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성균관에서 함께 수학했던 친구 이옥의 아들 우태. 아버지가 남긴 글을 넘길 테니 대가를 치러달라는 오만방자한 우태를 돌려보낸 김려는 자신을 유배로 이끌었던 이옥의 글을 떠올리며 뼈아픈 회상에 잠긴다. 고문(古文)이 아닌 소설류의 글을 혐오하던 정조는 본보기로 이옥에게 과거 응시를 금하는 벌을 내렸고, 그와 어울렸던 김려에게도 모반의 혐의를 씌워 유배 보냈던 것. 회한에 빠진 김려에게 홀연히 나타난 이옥의 영혼은 그간 잊고 지냈던 글을 꺼내 보이며 삶이 곧 글이었던 지난날을 되새기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시대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유려한 이옥과 김려의 문장을 보며 감탄하고, 그 둘의 우정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했더랬다.

'그러나 이옥은 나를 잊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여전히 나는 글 잘 쓰는 벗이었고, 평생을 함께할 문우(文友)였다.'

책 속에서 김려는 이옥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문장을 보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직접 서울 문묘 및 성균관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직접 그곳을 찾아가 두 문장가의 우정이 키워진 곳을, 두 문장가가 글을 쓴 곳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서울 문묘 및 성균관은 조선 태조 7년(1398)에 처음 세우고 정종 2년(1400)에 불에 탄 것을 태종 7년(1407)에 다시 지었으나, 이 역시 임진왜란으로 타버렸다. 지금 있는 건물들은 임진왜란 이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문묘는 대성전을 비롯한 동무·서무 등 제사를 위한 공간인 대성전 구역과 명륜당, 동재·서재 등 교육을 위한 공간인 명륜당 구역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내에 위치해 있다.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내려 성균관대학교로 들어가니 바로 오른편에 서울 문묘 및 성균관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담을 따라 쭉 걸어 들어가니 서울 문묘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 문묘 및 성균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명륜당을 보게 되었는데 명륜당을 두고 동재와 서재, 그리고 서울 문묘 은행나무가 있었다. 명륜당은 '윤리를 밝히는 집'이란 뜻으로 교육공간으로 이용되었다. 이곳에서 성균관 유생들이 교육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이옥과 김려도 함께 교육을 받으며 우정을 키워갔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500년 정도 된 은행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대성전으로 향했다. 대성전은 공자, 우리나라 및 중국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곳이다. 대성전 양 옆에는 측백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이 둘의 별칭이 참 재미나다. 오른쪽 나무는 줄기가 3개이고, 왼쪽 나무는 줄기가 5개라서 '삼강오륜목'이라고 한다. 유교의 근본인 삼강오륜과 성균관. 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신기함에 한동안 대성전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이옥과 김려, 두 문장가의 우정이 키워진 곳을 직접 방문하고 나자 나 또한 이 둘의 관계 같은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도, 격려하고 이해하며 우정이라 일컬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앞으로 나에게 성균관은 우정의 장소로 인식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요컨대 그윽해서 멋진 것도 있고, 상쾌하여 멋진 것도 있고, 활달하여 멋진 것도 있고, 아슬아슬하여 멋진 것도 있고, 담박하여 멋진 것도 있고, 알록달록하여 멋진 것도 있다. 시끌시끌하여 멋진 것도 있고, 적막하여 멋진 것도 있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진 것이 이렇게 많아라! 이 선생은 말한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이렇게 멋진 것이 없었다면 이렇게 와 보지도 않았을 게야."' (이옥의 글 中)

 

문학의 향기가 느껴지는 서울 곳곳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다니는 글 쓰는
대학 새내기 이신후 리포터. 당차고 솔직하면서도 매끄러운 글 솜씨로 
써내려가는 '서울 문학기행'은 독자들을 의미있는
여행지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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