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매력에 더 빛나는 가을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32) 나무이야기 6
[서울톡톡]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도종환의 시 <단풍드는 날> 중 "나는 4계절 중에 가을이 제일 좋아. 기온도 적당히 선선하고, 또 꽃보다 더 곱고 화려한 단풍도 좋고" 공원길을 함께 걷던 일행이 불쑥 던진 가을 예찬론이다. "그건 나도 그래,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나뭇잎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다가 낙엽으로 지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다른 일행이 맞장구를 치고 나온다.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되나보다. 길가의 은행나무들이 어느새 샛노란 빛깔이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아파트 화단과 공원을 곱게 물들인 단풍은 물론 길거리의 은행나무들, 그리고 각종 나무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어우러진 산자락의 단풍도 곱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나무들뿐이랴, 길거리 방음벽과 주택의 창문틀을 타고 오른 담쟁이넝쿨이 곱게 물든 모습도 참 예쁘다. 억새와 갈대들, 잔디까지도 푸른빛을 잃고 엷은 누런빛으로 변했다.
봄에 파릇파릇 돋아나 여름철에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곱게 물드는 것은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나기 채비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사람들은 가을이면 결실의 풍성함과 곱고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면서도 쓸쓸해 한다. 아름다운 단풍을 그저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없고, 다른 관점에서 깊이 사유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들은 너나없이 가을서정에 젖어 시를 쓰고 화가들도 오묘한 색채의 늪에 빠져든다. 그렇다고 가을나무들이 모두 단풍이 물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무들은 잎의 색깔이 변하지 않거나 그냥 누리끼리 말라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단풍 빛깔도 위치와 환경, 그리고 나무 종류마다 모두 다르다. 은행나무는 노란 색으로 곱게 물든다.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떨어뜨린 도심 거리의 낙엽은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 낭만적인 풍경이다. 도봉산이나 북한산에 오르면 산봉우리에서 곱게 물든 도토리나무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도토리나무는 떡갈나무라는 참나무의 일종이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 6형제로 불리는 참나무들의 단풍은 화려하진 않지만 특유의 은은한 빛깔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단풍빛깔이 곱기로는 아무래도 단풍나무가 최고다. 단풍나무도 종류가 꽤 다양하다. 흔히 청단풍과 홍단풍 두 종류로 구별하기도 하지만 세분하면 신나무, 고로쇠나무, 시닥나무, 복장나무, 복자기 나무, 단풍나무, 홍단풍, 당단풍, 중국단풍, 그리고 공작단풍 등 10여 종류가 넘는다. 요즘 대부분의 단풍나무들이 곱게 물들었거나 물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직 조금도 잎 빛깔이 변하지 않고 푸르기만 한 단풍나무가 있다. 바로 공작단풍이다. 이름이 특이한 것은 잎 모양이 공작새의 꼬리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공작단풍은 세열단풍, 또는 수양단풍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공작단풍은 다시 홍공작과 청공작으로 분류하는데 아직도 푸른색이 변치 않은 단풍이 바로 청공작이다.
청공작은 이름처럼 여름에는 푸른색이다가 늦가을, 다른 단풍나무들이 거의 대부분 낙엽이 질 무렵부터 뒤늦게 물들기 시작한다, 추위가 빨리 찾아온다는 금년 가을에도 서울지방에선 11월 초순이 되어야 잎 빛깔이 변하기 시작할 듯하다. 공작단풍은 약 1주일에서 10일에 걸쳐 노란색으로 서서히 물들다가 주황색으로 변한 후 낙엽이 진다.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고운 것이 발그레 얼굴 붉힌 새색시 모습 같네요" 작년 초겨울 날씨가 스산했던 어느 날, 아파트 화단 축대 바위 틈에서 자라나 곱게 물든 공작단풍에 취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지나가던 70대 중반의 할머니 한 분이 혼잣말처럼 했던 말이다. 언제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지 기다려지는 공작단풍을 바라보며 작년의 그 고왔던 공작단풍 빛깔을 떠올려 본다.
|
'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 > 도둑질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공원에도, 우리동네 소공원에도 가을은 온다 (0) | 2013.10.29 |
---|---|
대한민국사 세트(1~4) (0) | 2013.10.28 |
강동구 로컬푸드점 ‘싱싱드림’ (0) | 2013.10.25 |
청소년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상상이룸센터 (0) | 2013.10.25 |
대학로문화지도 (0) | 2013.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