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밥 먹고 도시여행

저기 저 한옥이 북향인 이유는? 한용운 선생이 살던 심우장

草霧 2013. 8. 12. 11:40

 

 

 

"문학기행하면 어느 곳이 떠오르세요?"라고 누군가에게 물으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아니면 섬진강 이야기로 유명한 광양, 전국 문학의 메카로 통하는 장흥... 아무튼 문학기행에서 '서울'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속에서 문학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도 무궁무진하다. 하나씩 하나씩 보물찾기 하듯 이신후 리포터가 찾아 간다.

[서울톡톡] 서울 문학기행, 그 첫 번째 장소는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던 심우장이다. 심우장은 서울특별시기념물 제 7호로,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만해 한용운이 지은 집이다. 특이하게도 남향을 선호하는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북향집인데,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된다고 반대편 산비탈의 북향 터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의 저항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1944년, 조국의 광복을 앞두고 만해 한용운은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서울 성북동 언덕에 위치한 심우장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얼어버린 까닭이었다. 그럼에도 만해 한용운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염화칼슘이 뿌려진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곳곳에 심우장 방향이라고 써진 표지판이 있어 심우장을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심우장으로 들어서는 대문 앞에 도착하니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고,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바로 관리사무소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고, 그 왼쪽에는 작은 한옥이 있었다. 그 작은 한옥이 바로 심우장이었다.

심우장 내부에는 만해 한용운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또 커다랗게 만해 한용운의 약전과 심우장의 내력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또한 만해 한용운의 글씨,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만해 한용운과 관련된 신문기사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만해 한용운의 글씨와 약력, 독립론들을 읽어보며 그가 독립 운동에 얼마나 힘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은 이들 때문이리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심우장 내부를 둘러보는 게 참 힘겨웠다. 심우장 내부로 들어가려고 신발을 벗고 발을 딛는 순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문을 계속 열어놓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심우장 내부는 냉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내부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어도 너무 추워서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신발을 신었다가 발을 녹이고 다시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나서야 내부를 다 돌아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코 이른 시간에 심우장을 찾아간 것이 아니었음에도 심우장을 둘러보는 동안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고, 손님이 왔다고 내다보는 이도 없었다. 몇 번이고 "아무도 안 계시냐"고 소리를 쳤지만 역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심우장 툇마루에 앉아 성북동을 바라보았다. 여생을 이곳에서 보낸 만해 한용운은 무엇을 느꼈을까. 또 지금, 찾는이 없는 자신의 유택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나도 모르게 서글퍼졌다. 차가운 바람만이 심우장을 오가고 있었다. 심우장 왼편을 올려다보자 현판이 보였다. '심우장' 이라고 쓰인 현판은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서예가 오세창이 쓴 것이라고 한다.

심우장(尋牛莊)이란 명칭은 선종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열 가지 수행 단계중 하나로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단지 조선 총독부를 마주한다는 것 때문에 북향 집을 짓기 까지한, 그토록 조국의 독립을 바라고, 이곳 심우장에서 자기의 본성을 찾으려고 노력한 만해 한용운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심우장(尋牛莊)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시 분명타 하면
찾은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 '심우장' 안내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 에서 1111번 버스이용, 
                       동방대학교 하차(정류장에서 5분 거리)

 - 이용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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