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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가 아픈 병-협통증(脇痛證)

草霧 2010. 4. 13. 14:59

생활 속의 한방 18

              옆구리가 아픈 병-협통증(脇痛證)

                                               고 광석(대명한의원장)

   

내장에 병이 드는 것 말고 몸을 많이 써서 병이 드는 것은 노동의 산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여가를 즐기느라 몸을 상하기도 한다. 몸을 상하면서까지 즐길 일이 뭐가 있겠나 싶지만 대체로 골프나 축구 등을 즐기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운동은 사실 생계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그러다 보니 뜻 아니 하게 옆구리 아픈 경우가 많이 생긴다. 

 

시절에 따라 질병의 유형도 달라지는 것을 보면 병에도 소위 트랜드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병을 보는(전문의) 의사도 그 유행에 따라 값이 달리 매겨진다. 요즘 가장 각광 받는 의사들은 외모, 특히 미용과 관련된 병을 보는 의사들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예전엔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골프가 거의 대중화 단계에 이르다보니 옆구리 다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골프란 운동이 편안한 자세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비틀었다가 풀어주면서 공을 쳐서 그런지 옆구리에 무리가 많이 가는 것 같다. 다른 곳의 골절이나 인대질환은 기브스를 하지만 갈비뼈의 골절은 무리하지 않고 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그 통증을 견뎌야 한다. 기침이라도 나오면 기절할 지경이 된다.

 

밤이 오는 것이 두렵고, 사람들이 부딪치는 것은 끔찍한 상황이다. 이렇게 과한 운동으로 인해서 오는 옆구리 통증은 당연한 것이지만  연로하신 분들 중에  특별한 이유 없이 옆구리가 아픈 경우가 많다. 억울한 일을 억지로 참아서 오는 협통도 간혹 있고, 담석증이나 신장병 늑막염 같은 질환에도 협통은 나타나게 된다.

 

한의학에서 옆구리로 흐르는 경락은 간과 담이 주관한다고 한다. 그래서 옆구리가 아픈 모든 병은 간경락에 속한다고 하였다. 한방에서 말하는 간은 생기가 상하좌우 상중하에 다니는 길로서 신경 혈관 근육 인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협통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차가운 기운을 맞아서 피가 활동이 안 되어 만들어진 어혈이라고 본다. 타박을 당해서 어혈이 된 것도 있지만 피가 식어서(찬 기운으로 인해 차가워지는 것) 어혈이 된 경우가 더 많이 있다. 차가우면 피가 활동이 잘 안되니 어혈이 되는데 그러면 작은 혈관부터 활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호흡을 하거나 움직이면 세관(細管) 경맥이 다 같이 활동을 해야 하는데 세관은 활동을 못하니 아프게 되는 것이다. 차가우니 따뜻하게 하면 혈(血)은 저절로 통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약이 사삼이다.

 

협통은 낮보다는 밤에 더 심해진다. 낮에는 혈이 동맥으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밤이면 정맥으로 돌아 들어가서 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어혈이 간으로 들어가는 밤에 협통은 심하게 된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 일이 마음대로 되질 않으면 협통이 올수 있다.

 

승달(升達-위로 쭉쭉 올라가는 기상)이 과하면 화(火)의 염상(炎上)에 영향이 가서 화가 내려가는 것을 방해하니 울기가 생기고 비위에 영향을 주어 습기가 너무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습열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병리를 간담노화(肝膽怒火- 간의 승달을 심의 염상이 안 받아 주는 것)라고 하는데, 간에 울기가 있을 때는 비위에 습기가 있고 심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니 신기는 따뜻한 기운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심신을 봐주고 비의 습열도 봐줘야 한다.

 

협통은 차가운 기운이 문제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기와장을 데워서 수건에 싸가지고 아픈 곳에 대게 해서 통증을 진정 시키기도 했었다. 늑막염에는 기체를 풀어주는 약으로 수삼을 쓰고 해독시키는 약으로 꿀을 써서 치료했다. 협통에는 간의 울기를 풀어주는 향부자 천궁 사삼을 쓰고 간경락을 소통시켜주는 계지와 비위의 습기를 보기 위해서 진피 복령 창출 지실을 더한다. 

 

기운이 약한 사람에게는 인삼을 쓰고 차가운 기운을 없애기 위해서 부자나 건강을 꼭 넣어줘야 한다. 강황이나 대복피는 기운을 내려주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쓰면 통증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심기를 봐주는 약으로는 복신이나 맥문동이 있다. 기체를 보기 위해서는 청피나 지각도 사용한다. 옆구리가 아프다고 얼음찜질을 하기보다는 따뜻한 찜질을 해주는 게 몸에 더 좋은 방법이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인들도 옆구리가 많이 결린 것 같다. 옆구리에 담이 들면 숨을 쉬기도 밥을 먹기도 힘이 든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과 거의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울기를 풀어 주기 위해 적당한 운동과 수다가 필요하다.

 

간기는 쭉쭉 뻗어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따뜻한 기운을 받아야 문제가 없다. 그래서 별나게 성질이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옆구리가 많이 아플 만하다. 여유로운 마음과 따뜻한 배려가 있는 사회라면 협통도 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