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정리는 청소이다.

서있기도 걷기도 불편한 병-요통증(腰痛證)

草霧 2010. 4. 13. 14:12

생활 속의 한방 19

          

                서있기도 걷기도 불편한 병-요통증(腰痛證)

                              

                                                          고 광석(대명한의원장)

 


인간에게 있어 허리란 그야말로 허리다. 정말 중요한 곳이란 얘기다. 어디가 아프다, 어디가 아프다 해도 허리가 아픈 것만큼 불편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질병을 제하고 통증으로 인해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는 허리에 병이 들었을 때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한 후로 정말 많은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누리고 살지만 다른 동물들은 알지 못하는 요통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편리한 점이 있으면 불편한 점도 따라 오는 게 세상이치다. 그러나 직립보행으로 얻은 요통은 잘만하면 다스릴 수도 있으니 인간은 직립보행으로 인해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셈이다. 허리가 아프면 모든 일상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서있지도, 걷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게 된다.

 

요통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환자를 보는 입장에서도 정말 안쓰러울 때가 많다. 특히 연세 드신 노부부만 사시는 경우엔 보호자도 환자도 정말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인다. 노인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갑자기 세수하다가, 기침하다가 허리를 다치게 되는 데 그렇게 된 경우에는 아주 황당해서 억울한 마음까지 들기도 할 것이다. 현대의료의 영역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게 하여 개인의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부분도 크다. 운전을 하는 이가 요통이 생겼다면 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요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안 된다. 예전부터 우리 선배 한의사들은 일침이약(一鍼二藥)이라고 하여 속효한 침술을 펼치기 위해 애를 써왔다. 경우에 따라선 정말 단방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며칠은 고생을 해야 시나브로 풀리게 된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이 있듯이 허리를 다쳤을 땐 좀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알고 좀 쉬는 게 좋다. 허리는 우리 몸이 지지하는 바가 되어 움직이므로 사람의 모든 활동을 주장한다. 여성들의 생리도 관계가 있고 대소변도 허리와 연관이 되어 있다. 허리를 못 쓰면 다리도 잘 못쓰고 몸을 가누기가 힘들게 된다. 대들보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심(心)과 신(腎)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병이 잘 안 생긴다. 신이 허해지는 것은 심화를 잘 받지 못해서 그렇다. 여러 이유로 허리가 아플 수 있지만 반드시 신기가 허해진 이후에 사기가 들어와서 그렇게 된다고 하였다. 요통의 범주는 상당히 넓은 편이다. 간단히 삐끗해서 오는 요통도 있고, 담이 걸려오는 요통도 있고, 사고나 부상으로 오는 요통, 구조적으로 허리가 약해서 오는 요통, 자세가 좋지 못하여 오는 요통, 성생활의 과도로 인해서 오는 요통, 나이가 들어 뼈가 약해져서 오는 요통, 척추신경에 이상이 생겨 오는 요통 등 이루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한의학에서 허리는 신(腎)의 부(府- 본성이 있으면 거기에 딸린 작은 건물)라고 한다. 허리를 굽히고 돌리고 흔들고 하는 것을 마음대로 못하면 장차 신이 병든다고 하였다. 그래서 허리가 아플 때에는 찬 약만 써서는 안 되고 신이 수렴하는 곳이므로 인삼과 황기로 기운만 도와서도 안 된다고 하였다. 습기가 허리 뿐 아니라 사지에 붙어 있어도 신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체내에 찬 공기가 있으면 피가 순조롭게 활동을 못해 어혈이 되는데, 체내 다른 어디에 어혈이 있어도 신이 먼저 겁을 낸다. 요즘 많은 좌골신경통은 한습에 의해서 오는 병이다. 한습을 없애는 창출 하수오 복령 계지 우슬 오가피 위령선 속단 두충 천오 부자를 써서 치료한다.  습기나 어혈이 허리나 신의 신경조직이나 경락에 달라붙으면 신이 먼저 겁을 내고, 신에 습기나 어혈이 달라붙어도 그 영향이 가지(허리)에 영향이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신이 허하면 허리가 아파서 그치지를 않는데 그 통증이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고 움직일 수 있으나 그저 조금씩 아픈 것이다. 신은 정미로운 물질(홀몬이나 정액)을 잘 저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과도한 성생활을 해서 많이 배설해 버리면 신이 상하게 된다. 매를 맞거나 떨어져 생긴 어혈성 요통도 있다. 몸이 무겁다고 하는 것은 이미 양기가 부족해서 습기가 생긴 것이다. 허리가 서늘하여 물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고 무거운 요대를 차고 있는 것 같은 요통에는 양기를 돕고 습기를 줄여주는 처방을 한다. 오래도록 지대가 낮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 생활하거나 안개가 잦은 지역에 거처하는 이들이 허리 무겁고 얼음 같이 냉한 때에는 오적산에 도인과 오수유를 가해서 쓴다고 하였다. 다른 부위의 타박상이나 염좌에는 수렴지제를 잘 쓰지 않지만 허리병에는 수렴지제를 같이 쓴다. 다른 부위는 기체혈응(氣滯血凝)이니 통하면 되는 데 허리는 신의 부이므로 기체를 보면서 수렴을 안 볼 수가 없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 심하게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허리가 아픈 경우에는 진액이 말라 있는 상태이므로 육종용이나 구기자 같은 약을 써야지 우슬이나 속단 같은 약을 쓰면 약해서 억지로 움직이는데 더 활동하게 만들면 무리가 가게 된다. 요통의 주원인은 신허(정혈부족) 한습 어혈로 젊은 사람 나이 많은 사람의 구분만 있지 모두 한가지이다. 허리 아픈 병에도 마음의 안정이 절대적이다. 사색이 많은 사람, 아는 게 많은 사람은 치료가 잘 안 된다. 심기가 신에 내려가려면 마음이 먼저 안정이 되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병의 치료에 있어서 마음 아닌 것이 없다. 사람이 허리를 펴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파 본 사람이나 허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안다. 허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혹사시키지 말고 항상 조심 또 조심해서 건강한 허리를 유지해야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