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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부르는 고향의 맛 나물

草霧 2010. 4. 12. 10:45

향수를 부르는 고향의 맛 나물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물을 즐겨 먹었다. 생채소 그대로 무쳐 먹거나 겨울철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묵은나물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밥상 위에 올렸다. 특히 일년 내내 말려서 겨울에 볶아 먹는 나물은 상큼한 생채와는 또 다른 별미. 설날과 정월 대보름에 즐겨먹던 나물, 겨울에 먹는 것이 제맛이다. 

 


하나. 묵은 나물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볶아야 제맛이 난다. 묵은 나물을 물기 없이 볶으면 뻣뻣하고 맛이 없어진다. 따라서 얼마간 나물을 볶은 후에는 냄비 가장자리에 물이나 육수를 조금 붓고서 뚜껑을 덮고 익히는 게 좋다. 나물을 볶기 전 물기는 굳이 꼭 짤 필요 없이 대강 눌러서 짜면 된다. 단, 물기가 너무 많으면 질척거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둘. 불린 묵은 나물은 볶으면서 차례로 양념을 해도 좋지만 삶아서 물기를 짠 다음 미리 양념해 조몰락조몰락 무쳐 볶으면 양념맛이 골고루 스며들어 한결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셋. 묵은 나물은 들기름에 볶아야 고소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들기름으로 고소하게 볶아낸 나물과 입 안까지 상큼하게 해주는 새콤달콤한 생채 나물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다. 나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 재료 중 하나이다. 집에서도 쉽게 길러 먹을 수 있는 콩나물을 비롯해 숙주, 아욱, 가지, 호박, 깻잎, 두릅, 고사리, 냉이, 달래 등 풀과 나무의 새싹이나 잎 대부분이 나물거리가 된다. 나물은 저마다 제철이 있고 때마다 독특한 맛과 향기로 입맛을 돋워주므로, 늘 해 먹던 나물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갖가지 묵은 나물을 자작자작하게 볶아 저녁 식탁을 새롭게 해보자.

 

 

갖가지 나물을 맛볼 수 있는 정월 대보름
요즘에야 온실 재배로 겨울에도 웬만한 채소를 다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채소가 귀한 겨울철을 위해 추수를 끝내고 나면 이런저런 채소들을 넉넉히 말려 두었다가 겨우내 찬거리로 사용하였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 아홉 가지 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집집마다 빠뜨리지 않고 준비했다. 흔히 대보름 나물이라고 하면 검은색이 나는 말린 가지, 취, 호박, 시래기, 고사리, 고구마줄기 그리고 흰색 나물인 콩나물, 도라지, 무나물의 아홉 가지를 일컫는다. 말린 나물은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삶아서 볶아 먹는데 이것을 보통 ‘묵은 나물’이라고 한다. 묵은 나물은 신선한 채소로 만든 나물과는 달리 잘근잘근 씹히는 맛, 그리고 고향 냄새 같은 구수함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굳이 아홉 가지의 나물을 정하지 않고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세 가지 이상의 나물을 만들어 계절의 별미로 즐기기도 한다.

 

묵은 나물을 조리하는 법은 재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우선 말린 고사리, 고비, 고구마줄기, 도라지, 시래기 등은 푹 삶아서 물에 담가 우려내고 호박, 가지, 버섯 등은 불려서 물기를 짠다. 나물에 갖은 양념을 하여 냄비에 볶다가 물을 조금 두른 후 뚜껑을 덮어 뜸을 푹 들여야 나물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나물, 숙채 요리의 대표 주자

나물의 조리법은 크게 생채와 숙채로 나뉜다.

채는 나물거리를 살짝 데치거나 삶아서 볶은 것 또는 갖은 양념에 무쳐 먹는 것으로 우리 음식의 기본적인 요리이자 매일 먹는 음식 중의 하나다. 시금치, 콩나물을 비롯하여 미나리, 숙주, 가지, 오이, 무, 호박, 죽순, 버섯, 고사리, 도라지, 두릅 등 밭에 심은 채소나 산나물들이 나물 요리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그중에서도 나물은 숙채류의 대표적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 푸른 채소가 많이 쓰이지만 고사리, 도라지, 산나물 등 말린 나물을 쓰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표고버섯, 석이버섯 등은 고급 나물에 속한다. 숙채의 경우 조리법과 양념은 재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애호박나물·오이나물·도라지나물은 소금에 절였다가 기름에 볶으면서 양념하고, 숙주나물과 시금치·쑥갓·미나리·고춧잎·깻잎 등의 푸른 잎 채소는 끓는 물에 데쳐내어 양념에 볶거나 무친다. 콩나물은 소금물에 삶아서 양념해 무치고 무나물은 양념을 먼저 한 다음 물을 붓고 끓이는 듯이 익힌다. 이 밖에 고사리·고비·취나물·시래기나물·가지 말린 것·버섯류는 물에 담가두었다가 삶아서 꼭 짠 후 볶거나 무치는 등 여러 가지 조리법이 있다. 크게 볶아서 익히는 나물과 데쳐서 무치는 나물로 나뉜다. 나물의 양념으로는 간장·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다진 파를 주로 쓰지만 재료에 따라 고춧가루·후춧가루·고추장·새우젓 등을 쓰기도 한다. 볶는 나물에는 식초를 넣지 않는다.

채는 숙채와 반대로 날것으로 먹는 채소 요리로 초장, 초고추장, 겨자 등에 무쳐 먹는 음식을 말한다.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각종 채소, 입맛을 돋우는 향미로운 산채 음식이다. 날 채소를 그대로 섭취해 살아 있는 각종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특히 겨자채, 호박냉채, 실백냉채 등은 흔히 먹기 힘든 생채 요리에 속해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묵은 나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토란대나물 

토란이 한창인 10월에 넉넉하게 사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채반에 널어 말려 두면 사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말린 토란대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어 어느 정도 불면 끊는 물에 삶아 그대로 식힌다. 손으로 만져보아 부들부들해졌을 때 물을 따라내고 깨끗한 물에 담가 아린 맛을 우려내면 된다.

가지고지나물 

초가을 끝물로 나오는 가지를 밑 부분에서 꼭지 밑까지 칼집을 넣어 벌려  줄에 걸쳐 말린다. 말린 가지는 대바구니에 넣어서 보관해두면 곰팡이가 피지 않아 겨우내 좋은 찬거리가 된다. 이렇게 말린 가지는 다른 묵은 나물과는 달리 꼭 삶지 않아도 되며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었다가 부드러워지면 건져서 물기를 꼭 짠 후 조리하면 제맛이 난다.

시래기나물 

비타민 C와 칼슘, 카로틴 같은 영양소가 많은 시래기는 김장철에 잘 갈무리해서 말리면 겨울 내내 즐길 수 있다. 말린 시래기를 삶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시래기를 푹 삶은 후 물에 충분히 담가두어 냄새와 검은 물을 우려내야 맛있다.

호박고지나물 

초가을 끝물로 나오는 애호박을 가늘고 씨가 없는 것으로 골라 두께 0.5cm 정도로 둥글게 썰어, 채반에 널어 바싹 말린 후 실에 꿰어 서늘한 곳에 매달아두면 된다.   호박고지나물은 다른 묵은 나물과는 달리 꼭 삶지 않아도 되며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었다가 부드러워지면 건져서 물기를 꼭 짠 후 조리하면 된다.

취나물 

자연산 취나물은 약용 성분과 함께 쓴맛이 강하므로 한 번 데친 다음 찬물에 몇 시간 동안 우려 조리해야 한다. 알칼리성 식품인 취나물은 궁합이 잘 맞는 쌀가루를 섞어 설기떡으로 쪄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고사리나물 

4∼5월에 나는 고사리를 잘 다듬어 끊는 물에 데친 다음, 채반에 널어 햇볕에 말린다. 완전히 마르기 전에 한 번 살살 비벼 잎 부분의 까슬까슬한 잔털을 털어내 섬유질을 부드럽게 한다. 고사리가 완전히 마르면 비닐봉지에 넣거나 똬리 모양으로 만들어 보관한다.

도라지나물 

약간 쌉싸름한 듯한 도라지 특유의 맛과 향, 질긴 섬유질의 촉감이 도라지 나물의 매력. 도라지는 향이 좋으므로 가능한 통도라지를 쓰는 것이 제일 맛있다. 도라지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 양념을 한 후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도라지를 넣어 볶는다.

고구마줄기나물 

고구마줄기는 가을에 껍질을 까지 않고 줄기만 다듬어서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햇볕에 완전히 말려 통풍이 잘되는 곳에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먹으면 제맛이다.

 

토란대나물

 

재료
토란대(불린 것)400g, 국간장·다진 파 3큰술씩, 육수 1/4컵,

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식용유·후춧가루·통깨 약간씩.

 

만드는 법
1 말린 토란대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 어느 정도 불면 끓는 물에 삶아낸다. 깨끗한 물에 담가 아린 맛을 우려낸다.
2 우린 토란대의 물기를 짠 후 6∼7cm 길이로 자른다. 긁은 것은 반으로 찢어놓는다.
3 우묵한 팬이나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뜨거워지면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손질한 토란대를 넣어 볶는다.
4 토란대가 충분히 볶아지면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육수 1/4컵을 붓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5 국물이 거의 없어졌을 때 다진 파를 넣고 잠깐 더 볶은 후 깨소금·참기름·후춧가루를 넣어 간을 맞춘다.
6 통깨를 얹어 상에 올린다.

 

호박고지나물


재료
호박고지 150g, 건새우 50g, 육수 1/4컵, 다진 파·다진 마늘 1작은술씩,

깨소금·참기름 1/2큰술,실고추·식용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말린 애호박을 물에 가볍게 씻어 먼지를  없앤 후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다. 
2 호박고지가 부드럽게 불려졌으면 건져낸 후 물기를 뺀다.
3 물기를 짠 호박고지를 그릇에 담아 참기름과 깨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조몰락조몰락 무쳐 양념한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뜨거워지면 건새우와 양념해둔 호박고지를 넣어 함께 볶는다.
5 새우와 호박이 잘 볶아지면 육수 1/4컵을 팬 가장자리로 조금씩 돌려 붓고 다시 볶는다.

또는 불을 약하게 줄이고 뚜껑을 덮어 뜸 들이듯 잠시 두면 호박이 더욱 부드러워지면서 간이 잘 밴다.
6 완성된 호박고지나물을 접시에 담고 실고추와 통깨를 얹어 상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