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세상 쳐다보기

앞서 살펴본 실화 소재 영화의 흥행은

草霧 2014. 2. 7. 17:42

 

 

 

모두가 알아야 할 사건, 실화를 담고 있는 영화들 ①

2013년 극장가는 그야말로 실화 열풍이었다. 실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화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영화계에는 “실화 소재 흥행 불패”설이 있을 정도로 10년간 많은 실화 소재 영화들이 제작됐다.

< 살인의 추억><실미도>(2003), <맨발의 기봉이>(2006), <그놈 목소리>(200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이태원 살인사건>(2008), <국가대표>(2008), <추격자>(2008), <아이들…>(2011), <도가니>(2011), <부러진 화살>(2012), 등 휴먼과 스릴러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실화 소재 영화들이 극장가에 등장했고, 2013년에는 <소원>을 비롯해 <숨바꼭질>,<집으로 가는 길>,<변호인>까지 실화영화가 대세를 이루었다. 이 작품들의 흥행 성공은 실화 소재가 다수의 공감을 일으키는 현실적 이야기이고 타 소재보다 스크린에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요소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보다 더 영화 같은, 우리 사회에서 흥행하고 있는 실화를 다룬 영화 중 법정 장면을 중심으로 모두가 알아야 할 사건을 담은 <도가니>,<부러진 화살>,<변호인>에 대해 살펴보자.


1. 2011년 한 남자의 고발이 만들어낸 신드롬 <도가니>
<br> 1. 2011년 한 남자의 고발이 만들어낸 신드롬 <도가니>

광주 인화학교 장애 학생에 대한 성폭행•성추행 사건을 재조명한 <도가니>.
베스트셀러 원작, 공유의 기획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도가니>는 청각장애인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실제 벌어진 사건을 스크린에 담았다. <도가니>는 45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마주하기 힘든 실화 소재 영화로써 주목할 만한 신드롬을 만들었다. <도가니>는 영화 속 자애학원의 피해 학생들의 시점이 아닌 새로 부임한 미술 선생님 강인호(공유 분)의 시점으로 사건을 그려간다. 강인호가 겪는 인간적인 갈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냉대, 위험한 편견을 여실히 스크린에 담아낸 이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제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며 모두를 공분하게 만들었다.

특히 <도가니>는 성적, 육체적으로 폭행을 당한 장애 아동들이 전관예우라는 사법부의 뿌리 깊은 부조리로 인해 2차 피해를 봤던 사건을 파헤쳐 관객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후 도가니법이 생기기도 했으며 2013년까지 공판이 이어지는 등 우리 사회의 잊어서는 안 될 사건으로 확실히 각인됐다.


2. 2012년 상식 없는 세상을 향한 한 남자의 분노 <부러진 화살>
<br> 2. 2012년 상식 없는 세상을 향한 한 남자의 분노 <부러진 화살>

‘판사 석궁테러 사건’을 소재로 사법부를 비판한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의 13년 만의 컴백작으로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소문 열풍을 일으킨 <부러진 화살>은 사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출연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명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2012년 극장가에 강한 울림을 안겼다. 영화 <부러진 화살>이 다룬 석궁 테러사건은 재임용을 위한 교수 지위 확인소송에서 패한 S대 수학과 김명호(극중 이름은 김경호) 교수가 2007년 1월 15일 담당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이다. 실제 석궁이 발사됐는지, 판사가 김 교수에 의해 상해를 입은 게 사실인지 등 의혹투성이였지만, 당시 사법부는 이 사건을 법치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짓고 일사천리로 유죄판결을 내렸던 바 있다. 극 중 안성기는 원칙으로 무장한 깐깐한 김경호 교수로 분해 새로운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법대로 판결하지 않는 판사를 꾸짖고 권력집단을 상대로 소신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관객에게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했다.

불가침 영역처럼 간주되던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를 걱정하는 질문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부당한 권력이 한 개인을 어떤 형태로든 소외시키고 왕따를 시키는 것은 정말 문제예요. 그거야말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할 문제죠. 영화 만들 때 걱정은 없었느냐고요? 전 관객을 믿었고 국민을 믿었어요. 만약 시비가 붙으면 이 영화를 접한 사람들은 당연히 감독 편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자신 있었어요.”라고 답하며 자신감을 표했다. 과연 관객들은 감독의 편이었다. 동명소설과 공판기록,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판과정에서의 아이러니한 상황들과 사법부의 모순된 태도 등을 통렬하게 꼬집은 <부러진 화살>은 345만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 관객들 사이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3. 2013년 돈 없고 빽 없던 한 변호사의 인생을 바꾼 다섯 번의 공판 <변호인>
<br> 3. 2013년 돈 없고 빽 없던 한 변호사의 인생을 바꾼 다섯 번의 공판 <변호인>

부산의 학림사건 ‘부림사건’을 소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연을 재구성한 <변호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다룬 소재에 국민배우 송강호의 열연까지 더해져 2013년 연말 극장가를 완전히 접수한 <변호인>은 현재 920만 관객을 돌파하며 1000만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변호인>은 1981년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부산 지역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 고문한 사건인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변호사 송우석으로 분한 송강호는 극 중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속물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연기하며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2013년 세 번째 흥행을 기록, 흥행 보증수표 국민배우임을 다시 입증했다.

<변호인>이 다룬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었는데, 영화를 계기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때 그 시절을 모르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극장 나들이를 하고, 영화 속 이념 서적으로 등장한 E.H.카(Edward Hallett Carr)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의 대출이 줄을 잇는 등 <변호인>은 흥행과 더불어 특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림사건’ 또한 ‘인화학교 사건’과 ‘판사 석궁테러 사건’과 더불어 아직도 재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4. 그리고 2014년 세상을 울린 아버지의 뜨거운 약속 <또 하나의 약속>
<br> 4. 그리고 2014년 세상을 울린 아버지의 뜨거운 약속 <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약속>은 전 세계적 언론 보도로 화제가 된, 서울행정법원 제14부가 꽃다운 나이에 불치병에 걸리게 된 故 황유미에 대해 산재 인정 판결을 내린 실화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
< 또 하나의 약속>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전회 매진을 이루었고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린 재판에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직업병 승소판정을 받아낸 기적 같은 이 이야기는 30여 년간 속초에서 택시 운전 밖에 몰랐던 소박한 아버지가 재판에 뛰어든 지 6년 만인 2011년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 14부에서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황유미 씨의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한 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약속>은 다큐멘터리나 사회고발영화가 아니다. 평범한 가족이 거대 기업으로 인해 슬픔을 겪은 후 그들과 맞서 싸워가며 변해가고 성장하는 휴먼드라마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 상구로 분한 박철민은 세상을 떠난 딸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아버지의 뜨거운 진심을 담아 가슴 절절한 연기를 펼쳤다. 오직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현재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과 꼭 닮아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 하나의 약속>에서 다룬 고(故) 황유미의 산재인정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 진행 중이다.
또한 <또 하나의 약속>은 <26년>처럼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영화로, 국내는 물론해외에서도 참여한 1만 명의 제작두레를 통해 영화제작비를 마련했으며, 촬영이 끝나고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 뜨거운 성원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앞서 살펴본 실화 소재 영화의 흥행은 관객들의 취향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를 ‘재미있다, 재미없다’의 이분법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까지 꿰뚫고 있다. <도가니>,<부러진 화살>,<변호인> 등 실제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져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만큼 <또 하나의 약속>의 개봉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진행 중인 기적의 3만 전국 릴레이 시사회를 통해 추천 열풍을 일으키며 2014년 단 하나의 전 국민 추천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약속>은 2월 6일 개봉, 전국을 감동으로 물들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