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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문화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청책토론회 현장에서

草霧 2013. 12. 6. 11:05

 

 

 

제2의 장미여관과 장기하를 위해

 

‘홍대 앞 문화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청책토론회 현장에서

 

 

시민기자 이나미 | 2013.12.05

 

[서울톡톡] '대한민국 문화 1번지'로 통하는 '홍대 앞'(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 거리를 줄인 말), 그러나 최근 임대료 상승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유입으로 인해 많은 문화 예술가들이 자리를 뜨면서 '홍대 앞'만의 고유한 문화인프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4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홍대 앞 현실을 둘러싼 문제점에 대해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청책(聽策·여론을 듣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예술가와 상인들이 '홍대 앞 문화생태계'를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을 비롯해, 홍대 앞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문화예술단체인, 상인들로 이뤄진 '맘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 마포 마을네트워크, 일반시민과 시 관계자 등 홍대 앞의 문화 자생을 걱정하는 100여 명들이 센터를 꽉 채웠다.

토론회에 참여한 100여 명의 시민들과, 문화종사자, 시 관계자들로 가득 찬 센터 내부

'예술가가 만들고 중개인이 돈 벌고'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남균 그문화 갤러리 대표는 임대료 상승으로 사라져가는 문화인프라와 이곳을 떠나는 예술인들의 현실을 '홍대문화 백화현상'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문화백화현상에 대해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체계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어 그는 "홍대 앞 주변 중 아직 상권이 발달되지 않은 지역의 임차인과 임대인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가 나서 세금혜택과 권리금 지원 등의 임차인 보호제도를 통해 문화인프라를 지키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홍대문화 백화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김남균 그문화 갤러리 대표

'홍대 앞 문화생태계가 서울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한 안연정 문화로놀이짱 대표는 "관광객 중 50% 이상이 홍대 앞을 방문하고 있고, 홍대 앞 주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만도 100개가 넘는다. 무엇보다 독립문화 자원의 생산기지이자, 20년간 다양한 문화기획자, 예술가, 사회적 기업가가 성장한 지역이다. 홍대 앞 문화야말로 예술주체들의 인큐베이터이자 서울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홍대 앞 문화예술인 협동조합, 서울시, 마포구가 문화협약을 맺고, 문화적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도와 정책 마련에 큰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대 앞 문화생태계가 서울의 미래`라는 주제를 발표한 안연정 문화로놀이짱 대표

이어진 자유발언대에선 V엔터테인먼트 구성민 대표가 나와 제2한류를 이끌 새로운 케이팝 대안으로 홍대 앞 인디를 들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의 실질적인 제도적 뒷받침을 요청했다.

구 대표는 "현재 홍대 앞에서 활동 중인 공연운영자, 예술가가 모두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것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5년간 이 곳에 남아 공연운영을 하는 이유는 넓게는 이런 곳에서 도시문화가 탄생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사실 대한민국 예술가들이 태어난 곳이 홍대 앞이다. 최근 임대료 상승으로 운영을 어려운, 이 현실이 매우 슬프다. 이런 여건에서도 다양한 기획을 계속 시도하여 장미여관이나 장기하 같은 개성 있는 뮤지션들이 홍대 앞에서 탄생되었다. 제2의 그들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어느 세입자는 카페를 개업한지 8개월 만에 건물주로부터 재건축을 이유로 공간을 비워달라고 통보받았다. 건물주에 의해 쫓겨날 경우, 이로 인해 손실된 인테리어비 등을 건물주가 보상해줘야 하지만, 문제는 현행법에 이런 제도가 없다는 것에 있다. 이 사례는 실제로 강서구에 위치한 한 카페운영자가 겪었던 사연으로, 홍대 앞 상인들도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자유발언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예술가와 함께 상인들도 더 이상 이 같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가 나서 상임법(상가임차보호법)을 일부 보안해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홍대 앞에서 20년 동안 시를 쓰며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해온 한 발표자는 현재 홍대앞 문화생태계 상황을 '영양분이 말라간다'고 표현했다.

"20년 동안 봐 왔지만 문화제도나 혜택이 없이도, 홍대 앞 문화 생태계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협의체가 구성되고 여기에 속하지 않은 많은 예술가와 상인들도 모여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였다.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주로 홍대 앞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종사자들이 많았다

이외에도 자유발언에서는 '서교예술실험센터'와 같은 예술 공공거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의견 중 하나로 홍대 앞 예술종사자들의 자생성이 지속가능하려면 자생기간 동안 담보 해주는 유일한 공간이 '공공시설'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편 토론회가 진행된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는 홍대앞 문화와 역사를 정리한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전시된 오브제들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홍대 앞을 중심으로 생겨난 인디음악의 공연장에서 현재의 공연장까지 그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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