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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전 모아 재활용하는 SR센터

草霧 2013. 11. 29. 11:27

 

 

 

버려진 폐가전, 새로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

폐가전 모아 재활용하는 SR센터

 

시민기자 서형숙 | 2013.11.28

 

SR센터 건물 외부에 폐가전들이 쌓여있다

[서울톡톡] 언젠가 미술심리교실에서 강사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려보라고 했다. 기억을 더듬으며 그 순간을 열심히 도화지에 그렸다. 그랬더니 강사는 정성껏 그린 그림을 아무 미련 없이 쭉쭉 찢어보라고 했다. 아무리 잘 그린 그림이라도 찢어버리는 순간 휴지조각에 불과한데 왜 애써 그린 그림을 찢어버리라고 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강사는 바로 다음 미션을 내렸다. 그 찢어진 조각들을 모아서 다른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그 조각으로 화사한 꽃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둥지 속에 놓인 알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알록달록 예쁜 지붕이 얹힌 아담한 집을 짓기도 했다. 찢어진 조각에 불과했던 그림이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되는 것을 확인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서울 장안동에 있는 SR센터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쓸모없는 폐품에 불과한 것들을 모아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SR센터는 서울시내에서 버려지는 소형 가전제품이나 폐휴대폰을 수거해서 분리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가정에서 버리는 물건을 재활용하여 자원의 낭비를 막고, 그 속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을 따로 추출하여 환경오염도 줄인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이나 소형 가전 안에는 여러 가지 희귀 금속들이 있어서 이것들을 모아 매각하면 수익금도 생기게 된다. SR센터는 그 수익금 중 직원의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불우이웃성금과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사회적 기업을 탐방할 기회를 얻어 이곳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재활용품 수거 차량과 함께 엄청난 양의 폐가전제품들이 쌓여 있는 걸 보고 동행한 모두가 놀랐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교육장에 들어서니 자원의 재활용과 사회적기업의 순환구조를 설명해주기 위한 홍보자료가 벽면마다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이어 관계자의 상세한 설명과 현장에서 체험용으로 내놓은 자판을 직접 분해하고 그 속에서 나온 자원들을 종류별로 분류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원의 재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SR센터교육장에서 방문객들이 자원재활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좌), 소형폐가전폐품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다(우)

참여자들은 쓰레기로 나뒹구는 소형가전폐품들이 모아져서 얼마나 많은 자원들로 재탄생 되는지 궁금해졌다. 폐가전제품이 분류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엄청난 굉음과 함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폐가전제품들이 보였다. 밥솥, 헤어드라이기, 라디오, 믹서기, 휴대전화기 등 헤아릴 수 없는 양의 제품들이 벨트를 타고 내려와 재료를 형성하고 있는 성격대로 분류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온 제품들은 일일이 옮겨져서 적재마당에 차곡차곡 쌓였다. 적재마당에는 분류 작업을 하는 곳, 컴퓨터나 핸드폰을 해체해서 분리하는 곳이 있었다. 이렇게 자원들을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SR센터로 수거된 폐가전제품들은 다음과 같은 이익들을 창출해 준다.

 

■ 폐가전제품들의 순환효과
 1. 가전제품 안에 이용되는 희귀 금속들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재생산해 낸다.
 2. 유해금속의 적법한 관리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한다.
 3. 서울장학재단에 장학금을 보내거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희망플러스통장을 만들어주는 일을 통해서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한다.
 4.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말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일이 생기면 일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위해 고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다. 사업이 시행된 후, 서울시에서는 가정에서 소형가전을 버릴 때 배출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덕분에 시민들은 폐가전제품을 버릴 때, 가까운 주민센터나 우체국, 아파트 등에 설치된 전용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된다. 더 많은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소형가전이나 폐휴대폰을 내 놓을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SR센터를 방문한 후, 내게는 하잘 것 없고 망가진 제품에 불과했던 폐휴대폰이나 라디오 등의 소형가전폐품들이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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