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중 음 식
제주대학교 조문수교수
(1) 임금님의 수라상 우리나라에서는 궁중음식의 보존을 목적으로 '궁중음식'을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하였으니 이로서 한국의 전통적인 식문화의 발판을 굳히게 되었다. 궁중의 주방제도나 실제 조리법이나 기명 등에 관하여 조선시대 고종, 순종을 모셨던 마지막 상궁들의 구술을 전수자는 글로 기록하였다.
문화재 관리국에서는 「조선왕조 궁중음식」이라는 제목으로 한희순 주방상궁을 무형문화재 38호 기능 보유자로 지정하면서 궁중음식의 맥을 이어가게 하였다. 한희순 상궁의 뒤를 이어 제 2대 기능 보유자로 1973년 황혜성을 지정하였고, 1990년에는 기능 보유자 후보로 한복려를 지정하였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여러 왕조로 계승되어 조선왕조까지 내려오면서 음식법이 연마되어 이루어졌다. 궁중음식이 한국음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 고을에서 들어오는 진상품을 가지고 조리기술이 뛰어난 주방상궁과 대령숙수들의 손에 의해 최고로 발달되고 가장 잘 다듬어지고 전승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궁중음식이 사대부집이나 평민들의 음식과 판이하게 다른 것은 아니다. 조리법이나 고임새에 있어 신분의 차나 부의 힘을 알 수 있게 한다. 임금이 계시는 궁궐의 생활양식은 최고로 다듬어져 있고 왕가와 사대부가와의 혼인을 하게 되니 사돈지간이 된다.
따라서 궁중잔치에서 차린 음식은 하사를 하게되고 사대부가는 진상을 하게 되는 고로 자연히 궁중예법과 음식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닮아졌다 고 볼 수 있다. 음식의 교류가 잔칫날 어상에서 고였던 음식은 하사품으로 큰 몫을 하였다. 음식종류가 많고 화려한 것이 궁중음식이지만 양반 집안에서도 이를 본받았고 또 전통적인 음식법에 있어 매우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궁중의 살림은 중전의 총괄 하에 각 궁에 상궁을 배치하고 각 처소에서 분담하여 거행한다. 13세에 입궁한 아기나인을 '항아님'이라 하고 10년이 지나 23세가 되면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 관례를 올리면 어른대접을 받는 '내명부'가 된다. 직책에 따라 품위가 주어진다. 나인은 지밀나인과 도청나인으로 나누는데 도청나인 중 소주방나인, 생과방나인이 음식을 담당한다.
내소주방에서는 조석수리를 장만하고 외소주방에서는 고사, 왕자아기씨의 백일, 탄일음식 등 왕가 안에서의 소규모 잔치음식을 마련한다. 생과방에서는 소주방 과 나란히 위치하면서 조석수라 외에 다과와 전다를 올리며 갖가지 떡도 만든다. 주방상궁이 되려면 열세살에 입궁하여 스승을 정하고 20년간 전수를 받아 33세가 되면 주방상궁 첩지를 받아 평생소주방 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한다.
수랏상을 올릴 때는 수라상궁 셋이 거행을 한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상궁은 기미상궁이라 하고 검식을 하며 또 한 명의 상궁은 그릇의 뚜껑을 여닫고 시중을 들며 나머지 한 명의 상궁은 전골을 만들어 올린다. 궁중에는 주방상궁 외에 음식을 담당하는 남자 전문조리사가 있는데 궁중의 진연음식을 따로 맡아하게 된다. 이들은 대령숙수라하고 세습에 의해 그 기술을 전수한다.
궁중의 상차림은 행사의 목적, 경사의 뜻에 따라 달라진다. 일상 수랏상부터 경사에 차리는 진연상, 외국사신을 접대하는 진연상, 혼례에 차리는 고배상, 제례 때 차리는 제례상 등이 있다. 평일에는 대전, 중전, 대비전, 대왕 대비전에 조석수라상, 초조반상, 낮것상이 있다. 아침 7시전에 초조반을 죽이나 옹이·미음과 젓국찌개, 동치미, 마른찬을 차린다. 아침수라는 10시경 저녁수라는 오후 5시경에 내며 낮에는 낮것상이라 하여 면상이나 다과상을 차린다.
수랏상은 12첩 반상차림으로 반가의 9첩 7첩 반상차림보다 가짓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식사예법도 어려운 편이다. 반상차림의 첩수는 3·5·7·9·12로 나가며 기본음식은 어느 상에나 들지만 반찬의 수가 적은 3첩이나 5첩에는 찜이나 전골은 빠진다. 음식발기는 찬품단자(饌品單子)라고도 하는데 일상식과 잔치음식, 제사음식에 이르기까지 사용되는 모든 품목의 수량도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음식발기는 진연청에 재료를 신청하고, 웃전에 드리는 참품단자는 한지에 물감을 들여 다듬이질한 선자지에 한글 또는 한문의 필사체로 쓴다.
그 색은 대왕대비전은 황색, 대전은 홍색, 중궁전은 청색, 대원군은 보라색, 부대부인은 갈매색, 세자는 주황색, 세자빈은 녹색을 쓴다. 병풍처럼 접어 같은 색의 봉투에 넣고 겉봉에 받으실 분의 이름을 써서 주칠함에 담아 올린다. 음식발기의 종류는 진찬발기, 진향발기, 탄일발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 아기씨, 동궁마마, 대전마마경사에게는 앞에 천백세천만세, 억만세라는 말이 붙는 것은 흥미롭다. 예를 들면 천백세아기씨, 생신상발기, 천만세 동궁마마 탄일 진어상발기, 억만세탄일 진어사찬상발기이다. 음식발기는 궁중밖에 사는 왕족집, 출가한 공주집에게도 있었다.
궁중음식의 절차나 내용은 왕조가 끝나면서 궁중에서 행하는 일은 많이 없어졌지만 지금도 요리명이나 식품이 아주 없어지거나 구할 수 없다는 것은 거의 없으니, 조선왕조의 마지막 기능인에게서 전수 받은 기술을 가지고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음식 발전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궁중에서 쓰이는 물자는 모두 궁 밖에서 생산되는 것들로 일일이 반입하게 된다. 음식의 경우는 각 지방의 토산물 또는 특산물들이 공물(貢物) 또는 진상(進上)의 형태로 궁중에 들어오게 된다. 진상품은 궁중의 일상생활인 제향(祭享), 빈례(賓禮), 사여(賜與) 등에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의 진상에 대하여 『경국대전』, 『만기요람』, 『도지지』, 『대전회통』, 『공선정례』등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조선이 종주국인 명나라에 보내는 방물(方物) 또는 공물에 대해서는 진헌(進獻)이라 하였고, 국내의 왕실에 올리는 것은 진상(進上), 공상(供上)이라고 하였다. 진상의 명목은 물선(物膳), 방물(方物), 제향(祭享), 천신(薦新), 약재(藥材), 천자(薦子) 및 별례(別例) 진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물선은 음식의 재료를 말하는 것으로 왕실에 올리는 것이다. 물선진상을 진선(進膳)이라고도 한다. 또한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별진상물선, 무시(無時)진상, 별선이라고도 불리운다. 다른 별선에 비하여 물선진상은 삭선(朔膳) 또는 월선(月膳)이라고도 한다. 이는 다른 진상은 부정기적인 것에 비하여 물선은 매월 정기적이기 때문이다.
물선의 범위는 국왕, 왕비, 왕세자는 물론 전대의 왕이나 왕비가 계신 경우는 그들에게도 해당되었다. 국초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감사(監司) 등의 진상책임자인 지방관들이 임의로 하였으나 세종 즉위 후에 진상 시기 및 횟수를 정하고 예조에 명하여 그 물목을 정하였다.
천신(薦新)은 시절(時節)의 제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철을 따라 새로 난 과일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주나 조상께 제사지내는 일을 이른다. 옛 사람들은 조상에게 효심이 지극하여 계절 따라 새로 나오는 식품은 우선 종묘와 가묘에 바치고 고한 다음에 자손들이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새로 나온 물건을 바치는 예는 임금님께서 수범하시어 종묘에 천신하니 백성들도 다 이를 본받았다. 천신한 품목을 보면 우리 강토에서 식품이 많이 나는 절기를 알 수 있다.
(2) 궁중의 조리인-주방상궁, 대령숙수 궁중의 살림은 중전의 총괄 하에 각 궁에 상궁을 배치하고 각 처소에 분담하여 거행한다. 13세에 入宮(입궁)한 아기 나인을 항아님이라 하고 10년이 지난 23세가 되면 쪽을 찌고 비녀를 곶아 관례를 올려 어른 대접을 받는 내명부로 품계를 가지게 된다. 다시 10년이 지나면 상궁봉첩을 받아 벼슬을 하게 된다. 직책에 따라 품위가 주어지고, 명칭이 다르다. 다양한 궁녀의 명칭은 의식 때 직무를 분장(分掌)할 때에 쓰이고 평상시에는 단지 '상궁', '내인(나인)'의 두 종류로 크게 나뉜다.
상궁은 직첩을 받으면 그날부터는 머리에 첩지(머리 가르마 가운데에 장식하는 것)를 달게 된다. 따로 밥짓고 빨래하는 하녀를 두고 살림을 하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을 각방서리라 한다. 나인은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된 궁녀를 이르는 말로써 지밀나인과 도청나인으로 나누어지고 도청 나인 중 소주방 나인, 생과방 나인이 음식을 담당한다.
1) 소주방(燒廚房)나인 소주방은 안소주방과 밖소주방으로 나뉜다. 안소주방(內燒廚房) 나인은 왕, 왕비의 조석 수라상을 관장하며 주식에 따르는 각종 찬품을 맡아 한다. 밖소주방(外燒廚房)나인은 궐내의 대소 잔치는 물론 윗분의 탄일에 잔치상을 차리며 차례, 고사 등도 담당한다.
2) 생과방(生果房)나인 소주방과 나란히 위치하면서 조석수라 외의 다과와 전다(煎茶)를 올리며 갖가지 떡도 만든다. 주방상궁이 되려면 13살에 入宮(입궁)하여 스승을 정하고 20년간 전수를 받아 33세가 되면 주방상궁 첩지를 받아 평생 소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한다. 수랏상을 올릴 때는 수라상궁 세 명이 임금님께서 수라 젖수시는 일을 거행한다.
그 중 나이가 많은 상궁은 기미상궁이라 하고 檢食(검식)을 하며, 또 한 명의 상궁은 그릇의 뚜껑을 열고 닫는 시중을 들며, 나머지 한 명의 상궁은 전골을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궁중에는 주방상궁외에 음식을 담당하는 남자 전문요리가 있어 궁중의 進宴(진연) 음식을 따로 맡아서 하게된다. 이들을 대령숙수라 하고 세습에 의해 그 기술을 전수한다. 이들 중에 주방상궁, 내시, 대령숙수, 차비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주방상궁(廚房尙宮) 주방상궁은 대개 40세가 지나서 되는데 이미 이때는 조리경험이 30년 이상이나 되는 전문 조리인이다. 상궁은 궁녀 중 정5품으로 최고직이고 최하는 4, 5세의 어린 견습 나인까지 있다. 주방나인은 대개 10세 이상부터 시작한다. 주방내인들은 처소내인에 속하며 평상시는 왕과 왕비의 조석 수라상을 준비한다. 궁녀 중 장식(掌食), 장찬(掌饌), 전선(典膳), 상식(尙食) 등이 음식에 관련된 직종을 맡는 이들이다. 조선시대의 마지막 주방상궁은 한희순(韓熙順, 1889-1972)상궁이다.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의 제1대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2) 내시(內侍) 내시부는 궐내 음식물의 감독, 왕명의 전달, 궐문의 수직(守直), 소제의 임무를 맡는다. 음식관련 업무를 맡는 내시는 상선(尙膳), 상온, 상차(尙茶)가 있다.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보다는 전체를 주관하고 대접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특히 상선은 정2품 벼슬로 식사에 관한 일을 맡으며 정원이 두 명이고, 상온은 정3품 벼슬로 술에 관한 일을 맡으며 정원은 한 명이며, 상차는 정3품으로 차에 관한 일을 맡으며 정원은 한 명이다.
3) 대령숙수(待令熟手) 대령숙수는 조선조에 이조에 속해 있는 남자 전문조리사이다. 궁중의 잔치인 진연이나 진찬 때는 대령숙수들이 음식을 만든다. 솜씨가 좋은 숙수들은 대부분 대를 이어가며 궁에 머물렀고 왕의 총애도 많이 받았다. 한말에 나라가 망하게 되니 궁중의 숙수들이 시중의 요정(料亭)으로 빠져나가서 일을 하게 되니 자연히 궁중의 연회 음식이 일반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4) 차비(差備) 『경국대전』형조(刑曹)에 궐내각차비(闕內各差備)에 관한 규정이 있다. 차비(差備)란 각 궁사(宮司)의 최하위 고용인으로 이들이 궁중식 마련의 실무를 맡는다. 궁궐 내의 문소전, 대전, 왕비전, 세자궁의 네 곳으로 나누어 각전의 정원이 정해져 있다. 음식관련 업무자 중 반감(飯監), 별사옹(別司饔), 상배색(床排色)은 상위 직급에 속한다. 반감은 어선과 진상을 맡아보는 벼슬아치이고, 별사옹은 음식물을 만드는 구슬아치, 상배색은 음식상을 차리는 구슬아치이다.
5) 기타 조리인 주자(廚子)는 지방관아의 소주에 딸린 음식은 만드는 자를 이른다. 반비(飯婢)는 밥짓는 일을 맡아하던 여자 종을 말한다. 찬모(饌母)라고도 한다. 도척(刀尺)은 지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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