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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화랑로 나들이

草霧 2013. 11. 7. 11:50

 

 

한적한 단풍길 찾으세요?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화랑로 나들이

 

시민기자 김종성 | 2013.11.06

 

[서울톡톡] 울긋불긋 단풍과 은행잎이 거리 곳곳을 수놓고, 제멋에 겨워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 따라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의 '화랑로'로 길 곳곳에 멋진 가을 풍경이 숨어 있는 명소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널찍해서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화랑로

수도권 6호선 전철 화랑대역에서 5번 출구로 나오니 작지만 가을의 정취로 풍성한 공원이 여행자를 반긴다.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서로 화려함을 뽐내며 공원을 화사하게 꾸미고 있다. 살아있는 색감이 전해 주는 생동감은 역시 TV나 모니터로 보는 것과 완연히 다르다. 은행나무들이 다행히 수나무인지 특유의 악취가 나지 않아 공원 벤치에 앉아 깊어 가는 가을 정취를 실컷 감상했다. 이렇게 편하게 벤치에 앉아 있자니 몸도 노랗고, 빨갛게 물드는 듯하다.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서로 화려함을 뽐내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서울에서 낙엽과 단풍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여럿 되지만 화랑대역 입구에서 태릉을 지나 삼육대학교로 이어지는 화랑로는 그중에서도 백미로 손꼽히는 곳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플라타너스가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데 그 길이만도 약 9킬로미터, 사진 속에 풍경을 담으며 산책하듯 걸으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 서울에서도 가장 긴 가로수길이다.

화랑로는 평소엔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도시의 평범한 차도변이지만 한여름엔 무성하게 자란 잎이 녹색 세상을 만들고, 11월의 늦가을로 접어들면 온통 낙엽으로 뒤덮이는 가로수길이 된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외에 아름드리 버짐나무(플라타너스)가 1,300여 그루나 된다니 그럴만하겠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느티나무, 버즘나무(플라타너스)등의 낙엽은 물론, 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 재미도 한껏 느껴 볼 수 있다. 화랑로의 주요 가로수인 아름드리 버즘나무는 나무껍질에 사람의 피부에 생기곤 하는 버즘 모양의 무늬가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버즘이 반가울리 없는 사람들은 보통 이 나무를 '플라타너스 나무'라고 부른다. 그 이름처럼 미국이 고향인 나무로 공해와 추위에 강해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큰 낙엽들이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위를 융단처럼 덮어 버렸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쏟아낸 커다란 '잎사귀 융단'에 발목이 폭폭 빠지는 느낌,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사각사각 발소리는 겨울날 쌓인 눈 속을 걸을 때처럼 색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도심지치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더 운치가 있고, 한적한 교외에 나온듯한 착각마저 든다. 자전거 도로가 있는 널찍한 인도를 온통 뒤덮은 낙엽 위로 걷는 사람도 자전거 탄 시민들도 모두 낭만적인 표정을 짓는 것 같다.

화랑로엔 육군사관학교의 다른 이름 화랑대, 이젠 폐역이 돼버린 기차역 화랑대역,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인 태릉, 아담하고 예쁜 호수를 간직한 삼육대학교 등이 있어 들르기 좋다. 화랑대는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입장할 수 있다.

경춘선 기차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폐역이 된 화랑대역을 찾아와 철길을 걷곤 한다

바로 옆에 있는 화랑대역은 역 건물과 기찻길이 남아있어 춘천 가는 무궁화호 기차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찾아와 철길을 걷곤 한다. 정다웠던 간이역은 폐역이 되어 점점 자취를 잃어가고 있지만 역내 대합실 옆에 살던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어 반가웠다. 이 간이역과 기찻길을 없애지 않고 살려서 공원을 만든다니 기대가 된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이 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인 태릉(泰陵)이 길섶에 나타난다. 입장료는 1,000원. 휴일임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어 오롯이 걷기에 좋다. 태릉은 조선 제11대 중종(재위 1506~1544)의 두 번째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1501~1565)의 무덤이다. 13대왕 명종의 모후로서 명종 대신 수렴청정을 실시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왕비답게 무덤은 왕비의 단릉(單陵)이라 믿기 힘들만큼 웅장하다. 당시 문정왕후의 세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가을 정취로 가득한 삼육대 언덕배기 중턱의 호수

태릉을 지나면 화랑로 낙엽 길의 맨 마지막 지점인 삼육대학교.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불암산(510m) 등산로가 교내에 있어 학생들 외에도 주민들이 시시때때로 오가는 학교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흐드러진 가을색이 완연한 서어나무, 쪽동백 나무 사이로 이어진 불암산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언덕길을 십여 분 오르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아담한 제명 호수가 나타난다. 단풍잎처럼 색색의 예쁜 피부를 지닌 잉어들이 노니는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고 호수 앞 나무 벤치에 앉으니 벌써 해가 저무려는지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물 위에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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