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먹을거리 찾아 떠나는 여행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인 순천만 대대포구는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주 안개에 휩싸인다고 했다. '희뿌연 안개 속의 무성한 갈대숲이라, 것도 좋지.' 혼자 중얼거리며 도착한 순천만. 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속절없이 절로 나온 탄성은 갈대들이 내뱉는 아우성에 이내 묻혀버렸다. 대대포구에서 문학관까지의 왕복 2.6km의 짧은 길을 운행하고 '무진기행'의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 등 순천만을 노래한 작가들의 기념관에도 들러볼 수 있다. 갈대열차는 오전 9시 4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갯벌이 내어준 별미 짱뚱어생김새로만 따지자면 갯것 중 가장 우스꽝스러운 녀석이 짱뚱어다. 머리 꼭대기 옆으로 붙은 작은 눈알은 개구리의 것 마냥 툭 불거졌고 둥글고 짧은 주둥이에 볼록한 배를 가졌고, 등에는 펄럭이는 지느러미가 붙었다. 공기호흡을 하니 갯벌 구멍을 들락날락하고 어류임에도 다리가 있어 갯벌을 살금살금 기어 다닌다. 다 자라면 어린아이 손 한 뼘만큼 자란다. 이 우스운 모양의 짱뚱어가 순천만의 별미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옷깃을 여미게 할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은 뒤에는 얼큰하게 끓여낸 짱뚱어탕만 한 음식이 없다고 순천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순천만에서 가까운 별량면에 이름난 짱뚱어탕 식당이 여럿이다. 순천만의 완벽한 일몰까지 보고 온 탓에 찬바람에 몸이 꽤 굳었던 터라 얼른 짱뚱어탕을 청했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뚝배기 한 상을 받았다. 국물은 꽤 진했고 가을볕에 잘 말린 무청 시래기가 가득했는데 생선 모양의 건더기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탕에 들어가는 짱뚱어는 한 번 삶아내 살만 발라낸 다음 다시 넣고 푹푹 끓여내는 것이다. 주인장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탕 끓이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는데 탕 맛은 간단한 조리법에 비해 대단히 일품이다. 진하면서도 담담하고 향이 좋은 국물과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은 시래기는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밥 한 공기 말아서는 뚝딱 해치우고 나면 속이 데워지면서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짱뚱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갯벌 아래 2m까지 뚫고 내려가 내년 봄까지 길고 긴 겨울잠을 잔다. 그러니까 요즘, 동면을 앞두고 토실하게 살 오른 이맘때 맛보는 짱뚱어가 가장 맛있을 때다. 소박하고 다정한 여행을 떠나다순천은 갈대숲 외에도 재미난 곳이 많다. 먼저, 조례동에 위치한 드라마 촬영장으로 간다. 빈티지한 세월을 담은 풍경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2006년) 촬영을 위해 처음 지었는데, 이후에도 영화 '마파도2'와 '님은 먼 곳에' 등을 촬영했다. 제작비 250억 원을 들인 대작 드라마인 '에덴의 동쪽'과 '자이언트',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해 최근작 '빛과 그림자'까지 이곳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전개했다. 1960~70년대의 시골 소도시의 읍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은 거리와 언덕 위에 펼쳐지는 달동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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