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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갯벌에서 만난 금빛 만추

草霧 2013. 11. 7. 11:37

 

 

건강한 먹을거리 찾아 떠나는 여행

순천만 갯벌에서 만난 금빛 만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인 순천만 대대포구는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주 안개에 휩싸인다고 했다. '희뿌연 안개 속의 무성한 갈대숲이라, 것도 좋지.' 혼자 중얼거리며 도착한 순천만. 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속절없이 절로 나온 탄성은 갈대들이 내뱉는 아우성에 이내 묻혀버렸다.
70만 평에 이른다는 갈대숲은 장관이었다. 한눈에 담기엔 어림없다. 오후의 햇볕에 금빛으로 물든 갈대숲 풍경이 성큼 마음속으로 들어와 앉았다.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려 갈대숲 속으로 향해 구불구불 길이 나 있는 데크 위에 섰다. 소설에서 이름을 딴 '무진교'라는 다리를 건너면 갈대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어른 키를 넘어 웃자란 갈대들에서 다정한 마른 풀냄새가 났다. 비릿한 갯내음도 묻어 있었다.
갈대숲에 숨은 작은 웅덩이에서 흰 몸뚱이의 쇠백로가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이제 곧 흑두루미와 황새, 저어새 등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을 찾는 200여 종의 희귀 새들도 갈대숲에 둥지를 틀 것이다. 그리고 금빛 찬란한 갯벌을 박차고 올라 비상하는 새들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습지로 평가받는 순천만에 갈대가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스물다섯 해 남짓이다. 순천 시내를 에두르는 하천에 유기물이 공급되면서 광활한 갈대숲이 형성됐다. 가을꽃을 피우는 갈대숲은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낸 다음에도 한겨울까지 속 빈 대궁을 흔들어대며 철새들을 품는다.
순천만을 좀 더 가까이 느껴보고 싶다면 갈대숲 탐방로 오른쪽에 있는 포구에서 탐사선을 이용하면 된다. 포구를 출발해 뱀처럼 휘어진 물길을 따라 갈대숲과 갯벌의 식생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순천만 생태탐사선을 타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예약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승선권을 살 수 있는 데다, 순천만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인원과 운항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순천만 생태탐사선은 오전 9시 30분 부터 25분 간격으로 다닌다. 하지만 물때에 따라 뱃시간이 탄력적으로 조정되니 홈페이지에서 운행 시간을 알아봐야 한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귀여운 갈대열차도 좋다.

대대포구에서 문학관까지의 왕복 2.6km의 짧은 길을 운행하고 '무진기행'의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 등 순천만을 노래한 작가들의 기념관에도 들러볼 수 있다. 갈대열차는 오전 9시 4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갯벌이 내어준 별미 짱뚱어

생김새로만 따지자면 갯것 중 가장 우스꽝스러운 녀석이 짱뚱어다. 머리 꼭대기 옆으로 붙은 작은 눈알은 개구리의 것 마냥 툭 불거졌고 둥글고 짧은 주둥이에 볼록한 배를 가졌고, 등에는 펄럭이는 지느러미가 붙었다. 공기호흡을 하니 갯벌 구멍을 들락날락하고 어류임에도 다리가 있어 갯벌을 살금살금 기어 다닌다. 다 자라면 어린아이 손 한 뼘만큼 자란다. 이 우스운 모양의 짱뚱어가 순천만의 별미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옷깃을 여미게 할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은 뒤에는 얼큰하게 끓여낸 짱뚱어탕만 한 음식이 없다고 순천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순천만에서 가까운 별량면에 이름난 짱뚱어탕 식당이 여럿이다. 순천만의 완벽한 일몰까지 보고 온 탓에 찬바람에 몸이 꽤 굳었던 터라 얼른 짱뚱어탕을 청했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뚝배기 한 상을 받았다. 국물은 꽤 진했고 가을볕에 잘 말린 무청 시래기가 가득했는데 생선 모양의 건더기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갈대숲

 

순천만 갯벌에서 만난 금빛 만추

여행정보

 

 1 진하면서도 담담하고 향이 좋은 국물과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은 시래기가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짱뚱어탕 2,3 둥그스름한 볏짚 이엉을 얹은 가옥들이 한없이 정겨운 낙안읍성. 90세대가 거주하는 마을 4 드라마 세트장. 1960~70년대의 시골 소도시의 읍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은 거리다.

                                                         

알고 보니 탕에 들어가는 짱뚱어는 한 번 삶아내 살만 발라낸 다음 다시 넣고 푹푹 끓여내는 것이다. 주인장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탕 끓이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는데 탕 맛은 간단한 조리법에 비해 대단히 일품이다. 진하면서도 담담하고 향이 좋은 국물과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은 시래기는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밥 한 공기 말아서는 뚝딱 해치우고 나면 속이 데워지면서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짱뚱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갯벌 아래 2m까지 뚫고 내려가 내년 봄까지 길고 긴 겨울잠을 잔다. 그러니까 요즘, 동면을 앞두고 토실하게 살 오른 이맘때 맛보는 짱뚱어가 가장 맛있을 때다.

소박하고 다정한 여행을 떠나다

순천은 갈대숲 외에도 재미난 곳이 많다. 먼저, 조례동에 위치한 드라마 촬영장으로 간다. 빈티지한 세월을 담은 풍경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2006년) 촬영을 위해 처음 지었는데, 이후에도 영화 '마파도2'와 '님은 먼 곳에' 등을 촬영했다. 제작비 250억 원을 들인 대작 드라마인 '에덴의 동쪽'과 '자이언트',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해 최근작 '빛과 그림자'까지 이곳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전개했다. 1960~70년대의 시골 소도시의 읍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은 거리와 언덕 위에 펼쳐지는 달동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순천여행에서 낙안읍성을 빼 놓기 아쉽다. 농익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둥그스름한 볏짚 이엉을 얹은 가옥들이 한없이 정겹다. 낙안읍성마을에 도착했다면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전 성곽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좋다. 1,410m에 이르는 성곽 길을 따라 걸으며 펼쳐지는 마을 정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과 모과, 흰 솜털달린 목화와 마지막 수확을 기다리는 누렇게 익은 벼들까지, 마음이 흐뭇해진다. 낙안읍성은 실제로 90세대가 거주하는 마을이다. 초가집 민박을 할 수도 있고 남도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짚공예와 도자기, 길쌈, 천연염색과 전통농기구 체험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더 재미나다. 주말 오후에는 가야금 병창과 군악놀이도 펼쳐져 한바탕 놀아볼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관람객 400만 명을 돌파하고 폐막한 순천만국제 정원박람회는 재정비 뒤 내년 봄께 다시 공개될 예정이다

 

4 드라마 세트장. 1960~70년대의 시골 소도시의 읍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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