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고은빈 | 2013.10.18
[서울톡톡] 요즘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가운 변화가 있다. 도시공간에서 한글의 입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 되어있거나 영어 발음을 한글로 옮겨 적은 가게 이름이 아직도 많지만 한글이름을 사용하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고 경복궁 주변과 인사동에서는 한글 간판을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서울도서관을 바라볼 때면 좋은 글귀가 담긴 희망글판이 눈에 띈다. 이번 가을은 특히나 서울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명동과 광화문광장이 한글로 물들어 한글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시로 둘러싸인 광화문광장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10월, 광화문광장은 낭만의 거리로 변했다. 광장 주변의 큰 건물 외벽에 시가 적힌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평소에는 교보생명 빌딩에만 걸려있었지만 이번에는 KT, 세종문화회관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규모가 확대된 만큼 시 선정에도 신중을 기울였다. '한국인의 애송시'를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와 게시 가능 글자 수를 고려해 총 5편의 시(김소월의 산유화,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윤동주의 서시, 정지용의 호수,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가 선정되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득표율 4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김춘수의 꽃, 박두진의 해, 심훈의 그날이 오면 등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시는 10월 한 달 내내 시민들을 맞는다. 광화문 광장과 그 근처에서 잠시 머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시에 눈길이 닿게 될 것이다. 바삐 돌아가는 도심 한복판, 광장을 거닐며 눈앞에 시를 펼쳐두고 홀로 느린 시간을 즐겨보는 건 어떨지.
반짝이는 한글로 쌓은 담벼락
명동 한복판에는 한글의 담이 펼쳐져 있다. 한 포털사이트가 진행하는 한글사랑 캠페인의 일환인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은어나 비속어의 사용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디어월 형태이기 때문에 참여가 간편하다. 주어진 은어나 비속어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와 어울리는 한글 표현을 적으면 된다. 누구든 참여만 하면 한글노트를 받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그 중 재미있는 표현들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멘붕이다 - 이건 꿈일 거야, 삽질하다 - 내가 이걸 왜했지, 썸남썸녀 - 주변의 사귀냐는 질문에 헛헛한 웃음만, 안습이다 - 슬프지만 내가 도와줄 수가 없구나, 쩐다 - 네가 최고다, 리즈시절 - 나 돌아갈래, 병맛 - 진짜 별로인데 의외로 끌리는 매력…이외에도 시민들의 반짝이는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혼자 봐도 재밌고 같이 보며 얘깃거리 삼기에도 좋다. 한글의 담은 10월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앞 광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