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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받은 작품을 통해 마련된 특별한 전시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草霧 2013. 10. 17. 11:36

 

 

 

 

오늘 우리의 삶은 내일의 한국 역사다

기증받은 작품을 통해 마련된 특별한 전시회

 

시민기자 이나미 | 2013.10.16

 

 

[서울톡톡]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이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으로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두 전시를 통해 한 개인의 인생 스토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만나보자.

 

 

내 삶의 흔적이 대한민국 역사가 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증특별전 '아름다운 공유'전

 

사과담는궤짝으로 만든 황인덕 씨가 기증한 구두닦이통

 

"이 구두닦이통은 내 인생의 멘토"

내 나이 13살(1951년). 전쟁 속에서 나는 어머니와 동생 4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가진 것도 기술조차 없던 내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작정 달려든 일이 구두닦이였다. 어떻게 사과궤짝하고 송판은 얻었지만 톱이 없었다. 억지로 잘라 짜 맞춰 직접 이 통을 만들었다. 이 통을 가지고 구두를 닦으며 생계를 유지한 게 3~4년. 제대 후 3년간의 준비 끝에 초등학교 중퇴자인 내가 공무원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철도청에서 34년 동안 철도공무원으로 살았다. 구두닦이는 이미 오래전 접었지만 살다가 괴롭고 힘들 순간은 올 때, 나는 아내 몰래 보자기로 고이 쌓아둔 이 통을 꺼내보며 마음을 다 잡았다. 내가 걸어온 일이고, 남은 우습게 생각할진 몰라도 나는 처음 돈을 구두를 닦으며 알았기에 이 통은 내 삶을 지탱해준 전부라 할 수 있다.

 

 

황인덕 씨에게 구두닦이통은 전쟁 속을 견뎌내게 해준 애환이 담긴 것이다

 

이렇게 고난과 보람이 공존한 개인의 삶 자체는 대한민국 현대사였다. 위 삶의 실제 주인공인 황인덕 씨가 기증한 이 구두닦이통은 이제 박물관에서 대중과 역사를 이어주는 메신저로 다시 기능을 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공감의 역사를 제시하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증특별전(사진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10년부터 3년간 147명으로부터 기증받은 1만 2천여 점 중 총 2백여 점이 전시된 기증특별전 '아름다운 공유'전. 전시는 지난 15일 시작으로 11월 17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고종의 칙명(1902년)부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입장권(2011)년까지 한 세기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담긴 기증품들이 전시되었다. 여기에 지금은 사라진 통지표 종이와 월급명세서 봉투도 만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www.much.go.kr

 

사라진 역사를 기록하고 수집하다

서울역사박물관, '최달용·이용범-도시의 기억' 특별전

대한민국 시민 최달용. 45년생으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의 직업은 변리사. 주로 전자, 기계분야에 관한 국제 특허를 맡고 있다. 직업 때문인지 관심사도 전자제품이었다. 그렇게 그는 지난 40여 년 변리사 인생동안 평생 전자제품을 모으며 살아왔다.

 

금성사 T-703(1962년)(좌), PC통신의 시작(1995년)(우) - 최달용 기증(사진 : 서울역사박물관)

 

그가 모은 것 중 금성사가 첫 수출 가전제품으로 선보인 'T-703(1962년)'와 PC통신 보급용이던 '하이텔 단말기(1995년)'를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무조건 수집만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고물'이 되지 않도록 직접 수리하여 온기를 불어 넣었다. 지금은 그의 사무실 위층에 마련된 '최달용 소장 자료관'엔 축음기, 텔레비전, 타자기 등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과거 생활전자제품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그는 오늘도 그가 살아온 방식과 전자산업 기술에 대한 관심사에 맞게 한국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 5월 타계한 이용범 기증자(사진 : 서울역사박물관)

 

'나는 근현대 생활유산을 줍는 넝마다' 블로그(blog.naver.com/yearskyblue) 운영자는 평생을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으로 살았다. 이 블로그 운영자는 도시개발로 사라지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고, 그는 이와 관련된 사물들을 평생 수집하며 서울의 흔적을 기록했다. 오래된 이발소 간판과 이발의자부터 벽면에 부착된 광고지와 문패 등 당시엔 무관심하지만 생활에 없어선 안 될 사물들. 이 사물들을 모으는 것은 물론, 촬영감독이었던 이력을 살려 운영자는 재개발지역 골목과 사람들의 이야기도 영상으로 기록했다.

 

형제상회 주인과 가게 모습(2013년 촬영)(좌), 50년 동안 사용한 형제상회 배달 자전거(우) - 이용범 기증(사진 : 서울역사박물관)

 

이 운영자는 KBS 촬영감독이었던 이용범 씨다. 비록 그의 육신은 지난 5월 세상과 작별했지만 그가 영혼을 바쳐 기록한 역사는 영원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국제특허 변리사 최달용 씨와 전 KBS 촬영감독 이용범 씨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에 얽힌 시대의 유산들은 서울역사박물관(기증유물전시실 제2실, 무료, 매주 월요일 휴무, www.museum.seoul.kr)에서 2014년 3월 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 기증품들은 박물관이 346명의 시민으로부터 기증 받은 12만여 점 중 선별된 8백여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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