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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하반기 서울역사문화탐방 제2회차 교육 답사

草霧 2013. 10. 2. 18:49

 

 

 

2013년도 하반기 서울역사문화탐방  제2회차 교육 답사

 

 

 

 ▲ 광화문 사거리 교보빌딩 앞에 있는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

 

사적 제171호로 지정된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로, 현판에는 ‘기념비전’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의 칭호를 사용한 것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비전은 황제나 왕의 기념비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종 황제 즉위를 기념하는 비가 안치된 곳으로, 단순히 그냥 비각이라 하지 않고 높여서 비전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비전의 정식 명칭은 ‘대한제국대황제 보령망육순 어극 40년 칭경기념송’으로, 고종이 즉위한 지 40년이 되고 51세에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세웠다. 흔희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라 부른다.

기로소(耆老所)는 정2품 이상의 문관 중 70세 이상인 사람을 우대하는 제도로, 고려시대 ‘기영회’를 계승한 관제다. 조선 태조가 60세 되던 해에 친히 기영회에 들어갔는데, 이후 왕들이 오래 살지 못해 기로소에 들어가는 이가 없게 되자 숙종과 영조 등이 6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며 미리 앞당겨 들어가기도 했다. 고종은 신하들의 건의에 따라 51세에 들어가게 됐다. 칭경기념비는 1902년(광무 6)에 세워졌다. 비석은 귀부ㆍ비몸ㆍ이수로 구성됐으며, 쇠찰상으로 둘러져 보호받고 있다. ‘대한제국대황제 보령망육순 어극 40년 칭경기념송’이라는 비문은 당시 황태자였던 순종의 친필로 알려졌다.

돌난간 위에 있는 돌 조각은 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한다. 돌 조각은 경복궁 근정전 주변 월대에 둘러쳐진 난간 조각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지만 근정전에 비해서는 다소 격이 낮은 느낌을 준다.  비전 앞에는 아치형 철제 대문이 하나 있는데 ‘만세문’이라고 불리며, 황제의 만수무강과 축원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워졌다. 문에는 세심하고 정교하게 조각된 석상들이 놓여 있으며, 제법 운치가 있는 서양식 철제문 이다.

만세문은 일제 강점기 때 문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한 일본인이 떼어다가 자신의 집 대문으로 삼았었으나, 8.15 광복 이후 돌려받아 제자리에 설치됐다. 그런데 의미심장한 것이 건물들만은 아니다. 세종로네거리 북동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오래된 건물, 즉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전' 구석에 숨겨져 있는 '작은 돌 조각'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가로세로가 채 1m가 안 되는 돌 조각에 평양과 대전, 목포,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까지의 거리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에 만든 '도로원표'다.

조선왕조 때까지만 해도 거리 기준점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앞이었지만, 1914년 일제에 의해 지금의 세종로 네거리 한가운데로 바뀌었고, 1935년 도로 확장과 함께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 당시 '지리적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도량형을 따라 '10리는 4km'로 확실히 굳어진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한 마디로, 일제의 기준이 이 땅의 모든 것을 좌우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지난 김영삼정권 시절, 일제가 만든 도로원표를 대체한다며 세종로파출소 앞에 큼지막한 새 도로원표를 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기준점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었다. 바뀌지 않은 것은 지리적 기준점이나 셈법만이 아니었다.

앞서 이승만정권 때 배일 감정을 이유로 표준자오선을 '동경 127.5도'로 바꿨던 7년여를 빼면, 대한민국은 여태껏 1912년 일제에 의해 정해진 일본의 표준자오선, 즉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금도 기계적 시간과 태양의 실제 위치 사이에 30분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이다.

1990년대 말 들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서구 따라하기'에 혈안이 되었던 적이 있다. 거의 전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낙후한 제도를 정비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뒤따랐다. 그러나 광복된 지 68년을 맞는 지금도 '시공간의 기준'은 여전히 일제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주 제 : 종로와 명동의 골목과 길에 숨겨진 서울사람들의 어제와 오늘
 
강 사 : 전우용(한양대학교 연구교수)
 
탐방시간 : 2013. 10. 07(월) 14:00~17:00
 
탐 방 지 : 종로 및 명동 일대
 
집결장소 : 칭경기념비전 (종로구 세종로 142-3)

 

집결일시 : 2013. 10. 07(월) 13:50
 
준 비 물 : 신분증, 필기도구, 음료수

 

 

집결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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