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서울의 맛
서민에게 사랑받는 보양식에서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많이 알려진 서울의 대표 음식이 있다. 단순한 이름 뒤에 진한 서민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대문 닭 한 마리’가 바로 그것. 싼값에 푸짐한 만찬을 즐길 수 있어 서민의 흔한 보양식으로 우리와 함께 했던 ‘닭한마리’의 매력을 알아보자. 글_박미지(객원기자) 사진_박성일 참고_서울을 먹다(황교익, 정은숙 저 / 따비 2013)
닭고기는 우리가 먹는 육류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보양식의 주재료가 되는 탓에 귀히 여겨진다. 백숙, 닭볶음탕, 삼계탕 등은 복달임 음식으로 흔히 식탁에 오르는 메뉴이다. 그 중에서도 동대문 닭 한마리는 그 푸짐한 매력에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서울 음식이다.
예부터 보양식재료로 대접받았던 닭 1960년대만 해도 닭은 사위나 와야 잡을 수 있다고 할 만큼 흔한 식재료는 아니었다. 귀한 재료였던 기억 때문에 지금까지 ‘닭=보양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닐까? 1970년대 닭 사육이 대중화되면서 닭이 넘쳐나게 되었지만 삼계탕 등의 보양메뉴로 개발되면서 한국인의 보양음식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닭 한 마리’라는 이름의 음식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동대문 근처는 예전부터 큰 시장이었고 닭 한 마리의 원조라고 하는 식당이 생겨날 무렵 인근에는 고속터미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쁜 손님들을 위해서 식당에서는 닭백숙을 손님이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미리 익혀 양푼에 담아 제공했는데, 손님들이 두 마리, 세 마리가 아닌 한 마리를 주문할 때 ‘닭 한 마리’하고 외치던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는 설이다. 또 닭 한마리는 밋밋한 기존의 닭백숙과는 차별화된 특징 덕에 독특한 이름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대문 인근 생선 굽는 냄새에 이끌려 골목에 들어서면 생선구이집들의 허름한 간판마저 정겨운 옛 풍경이 펼쳐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닭 한 마리’ 간판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원조, 시조를 주장하며 옹기종기 모인 닭 한 마리 식당들에는 일본어, 중국어 메뉴판도 함께 걸려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직접 만들어먹는 재미, 배부르게 먹는 푸짐함이 매력 식당에 들어서 대강 자리를 잡고 앉으면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사람 수에 알맞게 양푼에 닭을 담아 내온다. 찌그러진 양푼에는 닭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고 손님은 직접 닭을 ‘해체’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서서 자르면 더 잘 잘린다’는 친절한(?) 안내문구가 그나마 수고를 덜어준다. 닭을 해체해 조금 더 끓이는 동안에는 닭고기를 찍어먹을 소스를 또 직접 ‘제조’해야 한다. 가게마다의 특제 양념장, 겨자, 식초, 그리고 간장을 입맛에 맞게 완성하면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난 셈이다. 이제 손님들은 한 가지 선택을 더 해야 하는데 매콤새콤하게 익은 김치와 양념장을 넣어 얼큰한 국물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담백한 국물 그대로 즐길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닭과 떡 등의 사리를 모두 건져먹을 때쯤엔 칼국수를 넣어 푸짐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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