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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닭 한 마리

草霧 2013. 9. 4. 11:21

 

 

 세계 속 서울의 맛

세계 속 서울의 맛

서민에게 사랑받는 보양식에서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많이 알려진 서울의 대표 음식이 있다. 단순한 이름 뒤에 진한 서민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대문 닭 한 마리’가 바로 그것. 싼값에 푸짐한 만찬을 즐길 수 있어 서민의 흔한 보양식으로 우리와 함께 했던 ‘닭한마리’의 매력을 알아보자.
글_박미지(객원기자) 사진_박성일 참고_서울을 먹다(황교익, 정은숙 저 / 따비 2013)

닭고기는 우리가 먹는 육류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보양식의 주재료가 되는 탓에 귀히 여겨진다. 백숙, 닭볶음탕, 삼계탕 등은 복달임 음식으로 흔히 식탁에 오르는 메뉴이다. 그 중에서도 동대문 닭 한마리는 그 푸짐한 매력에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서울 음식이다.

예부터 보양식재료로 대접받았던 닭
닭
1960년대만 해도 닭은 사위나 와야 잡을 수 있다고 할 만큼 흔한 식재료는 아니었다. 귀한 재료였던 기억 때문에 지금까지 ‘닭=보양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닐까? 1970년대 닭 사육이 대중화되면서 닭이 넘쳐나게 되었지만 삼계탕 등의 보양메뉴로 개발되면서 한국인의 보양음식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닭 한 마리’라는 이름의 음식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동대문 근처는 예전부터 큰 시장이었고 닭 한 마리의 원조라고 하는 식당이 생겨날 무렵 인근에는 고속터미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쁜 손님들을 위해서 식당에서는 닭백숙을 손님이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미리 익혀 양푼에 담아 제공했는데, 손님들이 두 마리, 세 마리가 아닌 한 마리를 주문할 때 ‘닭 한 마리’하고 외치던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는 설이다. 또 닭 한마리는 밋밋한 기존의 닭백숙과는 차별화된 특징 덕에 독특한 이름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닭 한마리
동대문 인근 생선 굽는 냄새에 이끌려 골목에 들어서면 생선구이집들의 허름한 간판마저 정겨운 옛 풍경이 펼쳐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닭 한 마리’ 간판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원조, 시조를 주장하며 옹기종기 모인 닭 한 마리 식당들에는 일본어, 중국어 메뉴판도 함께 걸려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직접 만들어먹는 재미, 배부르게 먹는 푸짐함이 매력

닭 한마리

식당에 들어서 대강 자리를 잡고 앉으면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사람 수에 알맞게 양푼에 닭을 담아 내온다. 찌그러진 양푼에는 닭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고 손님은 직접 닭을 ‘해체’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서서 자르면 더 잘 잘린다’는 친절한(?) 안내문구가 그나마 수고를 덜어준다. 닭을 해체해 조금 더 끓이는 동안에는 닭고기를 찍어먹을 소스를 또 직접 ‘제조’해야 한다. 가게마다의 특제 양념장, 겨자, 식초, 그리고 간장을 입맛에 맞게 완성하면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난 셈이다. 이제 손님들은 한 가지 선택을 더 해야 하는데 매콤새콤하게 익은 김치와 양념장을 넣어 얼큰한 국물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담백한 국물 그대로 즐길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닭과 떡 등의 사리를 모두 건져먹을 때쯤엔 칼국수를 넣어 푸짐하게 마무리한다.
비슷한 백숙과의 차이점을 찾으라면 아마 이렇게 내 입맛대로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것과 각종 사리와 국수까지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내가 직접 간을 맞추고 조리하는 즐거운 식사시간, 허름한 양푼 가득한 닭 한 마리를 비우고 일어설 때면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앞으로 다시 나아갈 든든한 힘을 얻는다. 그것이 닭 한 마리가 꾸준히 우리와 세월을 같이 하는 이유일 것이다.

Tip. 또 다른 닭보양식, 삼계탕 안전하게 즐기기
고온 다습한 계절에는 닭고기에서 세균(캠필로박터균, 살모넬라균)이 증식될 가능성이 크므로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삼계탕을 조리하거나 먹을 경우 식중독 예방을 위해 다음과 같이 주의 사항을 유의한다.
• 닭은 냉장 또는 냉동으로 보관된 것을 확인 후 구입
• 조리자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손질할 때에는 반드시 1회용 장갑을 착용
• 손질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다른 식재료를 취급
• 닭 손질시 다른 식재료와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칼, 도마 등 조리 기구를 사용한 후
     즉시 세척 · 소독 후 건조하여 보관

•냉동된 닭의 해동은 변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5℃이하 냉장고나 흐르는 물에서 4시간 이내에 해동
• 조리 시에는 식중독균 등이 사멸될 수 있도록 내부까지 푹 익게 충분히 가열
•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2시간 이내에 섭취
• 보관 시에는 식힌 후 4℃ 이하로 냉장보관, 다시 먹을 경우에는 반드시 가열 후 섭취
영양성분(1인분 기준)
※출처 : 식약처 외식영양성분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