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세상 쳐다보기

한국사회 경제위기의 대안으로 생각해보는 협동조합 생태계

草霧 2013. 8. 13. 11:04

 

 

한국사회 경제위기의 대안으로 생각해보는 협동조합 생태계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들어가며

2009년 이후 양극화 심화에 따른 우려와 내수경제의 침체의 심각성이 갈수록 더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출 중심 대기업의 육성을 통한 한국경제의 동반상승이라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할 수 없다는 합의가 국민적으로 이뤄져 가고 있다. 동시에 이를 대체하는 사회경제 발전의 대안을 찾는 노력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노력 속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협동조합 선진사례의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혔던 협동조합복합체나 다양한 이종협동조합간 연합회 구성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동시에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은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협동조합진영에게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협동조합생태계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정비되었다고 좋은 협동조합 생태계가 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협동조합운동진영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함께 노력하기 위해서는 좋은 설계도가 있어야 하며, 좋은 설계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 글은 협동조합운동진영이 앞으로 10여년 이상 추구해 나가야 할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 운동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기초적인 정리작업을 하려 한다.

 

대안과 생태계의 이해

 

사회경제적 대안의 조건

협동조합 생태계를 논의할 때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인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단순한 조합원들에게 편익을 주는 협동조합정도의 인식으로는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주류 사회경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경제라는 관점이 없이는 협동조합 논의를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기껏해야 기존 주류 사회경제를 보완하는 하위범주로서 기능적인 논의에 멈추고 말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석달 째가 되어가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월말 기준으로 3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협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협동조합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함께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대안이다, 아니다라는 언론기사들도 나오고, 협동조합 활성화에 대비해 볼 때 협동조합기본법의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협동조합을 둘러싼 논의가 다양화되고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사구시적인 논의가 되지 못하면 쏟아붓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거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운동가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생산적인 논의가 되기 위해서는 논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의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 대안이냐 아니냐의 논의에서 대안(alternative)”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논란으로만 끝날 수 있다.

대안의 사전적 정의는 매우 간단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떤 안()을 대신하는 안으로 설명되고 있다. 백과사전들에는 표제어는 없고 대안 의학’, ‘얼터너티브 락등 어떤 주류에 대신하는 여러 용어들을 설명하고 있다. 논의의 발전을 위해 협동조합이 사회경제적 대안이 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

첫째, 대안이란 일반적인 대중이 체험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안이란 말이 의학과 음악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여지는 이유는 대안의 결과물을 대중이 직접 몸으로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대안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논의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학자들이나 평론가들의 이론적 추론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다양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대안을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주는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이런 대중의 실천 속에서 사회경제의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낼 동력을 얻을 수 있어야 대안 논의가 실질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둘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점유율을 대중의 선택과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안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점유율을 확보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

기존 주류경제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의 총사업량(혹은 부가가치액) 중에서 다른 주체들의 일부를 대체하여 최소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가 되어야 한다. 이 때 대안의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그것이 재벌인가, ‘영리적 대기업인가, ‘자본주의 경제인가, ‘시장 전체인가에 따라 의미있는 점유율의 목표와 계산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엄격한 논자들은 협동조합이 대안이냐 아니냐를 구분짓는 기준으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본주의적 경제를 협동조합이 절반 이상 대체하는 것을 상정하는 것 같은데, 합의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또한 의미있는 점유율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과정을 합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경제적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을 논의할 경우에는 정치혁명을 통한 강제적 대체 방안은 논의에서는 제외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능성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주류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선택하는 것이 아닌 제도로서 주어진다면 자립과 자기책임이라는 협동조합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대안운동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주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주류가 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이 다수의 사람들의 삶에 익숙해 진다는 이야기이다. 의미있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망하고 노력하지 않는 대안이란 단절된 폐쇄적 공동체에서 아큐의 정신승리법을 즐기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명실상부한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 협동조합의 운영이라는 미시적 차원의 문제설정을 넘어서서 거시적 차원까지 협동조합을 통한 더 나은 세상의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1세기 사회경제체제는 이미 국가 레벨을 넘어서 세계적 차원의 제도화를 촘촘히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세계적 차원의 제도적 설계는 생활인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제도가 운영되는 순간, 환율이나 이자율, 유가나 곡물가의 변동 등에 영향을 미쳐서 우리의 일상적 삶에 구체적으로 개입한다. 이런 변동은 협동조합이나 자립적 경제를 지향하는 작은 폐쇄적 공동체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생활의 영역을 기반으로 지방정부, 국가, 초국가적 경제제도까지를 포괄하여 새로운 경제체제의 모티브를 제시하지 않고서는 대안으로서의 협동조합을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협동조합 생태계 논의는 이런 초거시적 제도를 협동조합 논의의 문제설정 영역으로 포섭하는 효과를 가진다.

주류가 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협동조합을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목표들과 그에 따르는 협동조합들의 폭넓은 분화를 인정하되, 그것을 협동조합이란 틀로서 통합적이고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계는 진화하면서 복잡해진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생태계의 특징와 협동조합에 대한 적용

협동조합 생태계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태계의 정의와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태학이나 생태경제학에 따르면 생태계는 시스템, 특히 복잡계(Complex System)이다. 복잡계는 단순하거나 그냥 혼잡한 요소들의 무더기와 달리 자기조직화하는 진화 능력이 있는데, 이런 진화능력은 복잡계가 확보해야 할 몇 가지 특징에서 연유한다.

첫째, 복잡계는 다양한 구성인자들이 여러 수준의 하위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계적 구조(hierarchy)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여러 수준의 하위 시스템도 또한 복잡계의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생태계는 사람들이란 복잡계들의 모여 만든 개별 협동조합이라는 복잡계들이 모여 만든 생태계이며, 동시에 사회경제계의 하위 복잡계이다.

둘째, 복잡계는 하위 구성요소들의 연계관계로 인해 하위 구성요소로 환원활 수 없는 새로운 행동이나 패턴, 즉 창발성(emergent property)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단백질이나 지방, 탄수화물등은 단순한 물질이지만 이들의 연계관계를 통해 물질 수준에서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이란 새로운 특징이 만들어진다. 협동조합도 단순하게 좋은 조합원들만 모이면 좋은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개별 협동조합이란 시스템을 잘 설계하지 못하면 좋은 조합원들만 모아도 나쁜 협동조합이 나올 수 있다.

셋째, 복잡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는 비선형적(non-linearity)이면서 동시에 되먹임 구조(feedback loops)를 가지고 있다. 창발성에 의해 각각의 요소들은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고 단정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비선형적이며, 동시에 요소들은 상호간의 연계 관계 속에서 어떤 활동의 결과가 다시 활동의 원인을 제공한 요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협동조합들간의 협동은 의도적인 창발성과 시너지효과를 내는 되먹임 구조를 만들려는 협동조합운동의 원칙이다. 연합회 혹은 2차 협동조합 등의 설립과 운영을 둘러싼 활동은 협동조합생태계 논의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복잡계는 경계를 설정하기 어려우며(ambiguous boundary), 경계를 의식적으로 설정했다 하더라도 경계의 바깥에 대해 열역학적으로 열려있다(open systems). 열역학적으로 열려있다는 말은 하나의 복잡계는 그 자체적으로 완전히 폐쇄적일 수 없고, 에너지와 정보가 외부로 부터 들어왔다가 나가며 엔트로피(entropy)를 높이는 특징을 가진다. 즉 복잡계는 기본적으로 정태적인 펑형상태(equilibrium)가 불가능하며, 지속적으로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 갈 수 밖에 없다.

만약 협동조합 생태계가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이제 그만 되었다라고 말하면 내 영혼을 가져가도 좋다고 약속한 것처럼 생태계의 변화와 적응을 포기하고 기존의 도그마를 강요하는 순간 협동조합 생태계는 생태계로서의 특징을 잃어버리게 되고, 해체되어 갈 것이다. 협동조합의 구성요소들의 다양한 차원의 지속적인 혁신은 필수적이다. 협동조합의 윤리적 가치인 열린마음(openness)는 생태계로서의 협동조합 논의와 정확히 부합한다.

다섯째, 이상의 특징들을 조합하면 특정한 복잡계는 각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복잡계의 개별적인 어떤 특성이나 요소를 도입하더라도 특정한 복잡계의 역사 속에서 변형된다. 즉 강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에 대해 열려있다. 카오스 이론의 나비효과처럼 작은 제도적 수정이 예상치 못한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큰 기대를 하고 어떤 상황을 변화시켰는데 전혀 영향이 없거나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O'Connor는 이런 특성을 근원적 불확실성(fundamental uncertainty)이라고 했는데, 이를 감안하여 협동조합지도자들은 겸손함의 미덕을 가지고, 상호간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로 생태계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생태계는 생명체들을 구성요소로 하는 복잡계이다. 생태계는 두산백과에 따르면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생물군과, 이것들을 제어하는 무기적 환경요인이 종합된 복합 체계이다. 이런 생태계의 구성요소는 조직적인 위계를 가지게 되는데, 생물체의 경우에는 개체--군집-생태계의 위계를 가진다. 한편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개인-계급계층-커뮤니티-국가-국제사회로 구성되는 각기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개별요소와 조직 및 제도들이 서로 위계적인 연관관계를 형성한 채 진화하는 시스템인 사회경제계를 생태계의 일부로서 구축하고 있다.

협동조합 생태계는 사회경제생태계의 한 부분으로서 조합원-개별협동조합-연합회-상위연합회-국제연대조직으로 위계적으로 구성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생태계의 문제설정 범위와 정당성

협동조합생태계의 핵심 구성요소

현재 한국사회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생태계를 논의할 때 생태계가 가지는 복잡계로서의 특징을 잘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협동조합기본법이 없을 때에는 다양한 협동조합의 탄생과 진화라는 생태계 논의의 기초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상향식으로 건설되는 다양한 연합회라는 법적 조직을 구성할 수 있어 다양한 위계 수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협동조합 생태계가 생태계로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하나의 안정적인 생태계로서 유지되면서 진화되어야 나가야 한다.

생물학적 생태계와는 달리 사회경제계와 협동조합생태계는 기본 구성요소인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로서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진단하고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안으로서 협동조합 생태계는 특히 사회경제계의 하위체계이면서도 사회경제계 전체를 개선하고 진화시키는 데 의미있는 구성요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생태계는 열린 구조이므로 환경을 배경으로 하지만 구성요소들의 관계 속에서 체계적인 생산재생산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 생태계도 자체적으로 최대한 자기완결적인 재생산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협동조합 생태계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필요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핵심적인 구성요소와 그 역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협동조합생태계를 사고할 때 필수적인 구성요소들을 설정할 때 사람과 비유하면 십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유기체로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기가 필요하다. 우선 구성요소들의 활력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과 심장이 있어야 하며, 외부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영양분으로 전환하는 위장 등 소화기관이 있어야 하고, 생각을 하며 균형을 조절하는 신경계와 뇌가 있어야 한다. 심장에 해당하는 것은 사회경제계 내부에서는 신용협동조합혹은 협동조합은행이다. 소화기관에 해당하는 것은 각종 생산협동조합소비협동조합이다. 특히 소비협동조합은 생산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을 해결하는 가장 우호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곳으로 협동조합생태계의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전체 신체를 조절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기능을 수행할 연합회연구협조합등이 필요하다.

이런 협동조합이나 연합회들의 역할은 협동조합간 가치사슬의 결합력을 높여 개별 협동조합들의 성공율을 높이며, 좋은 협동조합들을 사회적으로 승인하는 활동을 통해 협동조합생태계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볼로냐나 퀘벡, 몬드라곤 등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사례들에서는 이런 세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협동조합 및 연합회를 중심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개별 협동조합들의 역량을 단순하게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시너지 효과와 새로운 기능을 창조하는 창발성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 생태계를 구성할 때에도 이런 중요한 협동조합들의 협력체계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생태계 운영의 정당성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논의는 좋은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는 목표를 전제하고 있다. 일반적인 환경생태학에서도 하위 생태계로서 사막생태계극지생태계를 연구하여 극한 상황에서도 생태계를 연구하기는 하지만, 대안으로서의 협동조합 생태계를 논의할 때에는 당연히 협동조합이 기존의 사회경제계를 더 좋게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을 협동조합에 더 적합하게 조성하고, 협동조합들간의 협력체계를 개선하여 좋은 영향력을 확대할 것인가라는 목적의식적생태계 조성을 추구한다.

기존 사회경제계에 대해 협동조합생태계를 별도로 조성해 나가는 것의 정당성을 설명할 때 생태경제학적의 핵심 열쇳말인엔트로피의 증가억제를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의 구성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생태계와 사회경제계는 상호영향을 주면서 발전되어 왔다는 공진화의 개념과 함께 현재의 사회경제계가 비대해 지면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공진화가 깨어지는 구조를 막기위해 지속가능한 사회경제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생태경제학의 논의는 생태계-사회경제계-협동조합 생태계의 3가지 생태계의 관계설정을 통해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의 정당성을 정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협동조합 생태계는 사회에 대한 책임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윤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협동조합들이 사회경제계 내부에서의 영향력을 높여 사회경제계가 더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며, 사회경제계의 건강한 발전은 협동조합 생태계에 좋은 환경으로 피드백되어 다시 협동조합생태계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공진화가 필요하다. 이미 협동조합 경제학에서 정리된 시장척도기능은 독점기업의 독점이윤 추구가 가져다주는 다른 경제주체에 대한 착취와 이에 따른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소비협동조합을 통한 생태친화적인 조합원들의 생산적 소비활동들은 생태계와 사회경제계의 가교로서 지속가능한 사회경제계를 만들어 나가도록 모든 사회경제 주체들을 자극할 것이다. 일본 생협이나 우리나라 생협이 친환경농업의 확대에 크게 기여한 점이나 윤리적 소비를 전면화시킨 것은 이런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구성에 협동조합이 기여해 왔으며, 협동조합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이런 긍정적 효과를 더 크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협동조합의 원칙인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협동조합생태계가 자본주의적 시장논리가 전면화되면서 금융자본주의 중심의 제도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협동조합의 역할을 제시해 주고 있다. 협동조합 생태계가 발전할 때 각각의 지역사회 공동체가 지속되어 사회경제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단일화되어 쇠퇴하는 폐해를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협동조합 생태계는 사회경제계와 공진화할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관점은 좋은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생태계와 사회경제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이런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논의는 당연히 현재 한국의 사회경제가 가지는 양극화, 지역불균형 발전, 재벌 위주 경제제도, 좋은 일자리의 감소 등 문제점들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협동조합이 직면한 복수의 제도적 층위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할 때 사회경제계는 하나의 환경으로 작동하며, 마찬가지로 정치적 제도 등도 환경으로 작동한다.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각각의 구성요소의 연결과 피드백도 잘 설계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협동조합 생태계의 환경으로 작동하는 다양한 제도들에 대해서도 협동조합 생태계의 발전에 적합하게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동조합 생태계의 위계구조와 연결되는 사회경제적 제도도 복수의 위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째, 조합원 수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교육이나 보육, 평생교육 등과 관련된 사회경제 제도에서 협동조합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조합원들의 협동조합 문화에 대한 친숙함과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에서 경쟁과 함께 협동을 가르치고, 여러 사업체의 한 형태로서 협동조합의 원리와 중요성을 교육하는 교육제도의 개선은 협동조합문화 확산과 홍보에 매우 중요한 환경이 된다.

둘째, 개별 협동조합의 자유로운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제도들의 개선이다. 인허가 제도나 정책 지원 대상에서 협동조합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 다른 기업 운영에 비해 실질적인 제도나 거래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다양한 협동조합연합회의 설립과 자체적인 정화작용을 통한 권위있는 연합회의 설립을 촉진해야 한다.

넷째, 시민사회 혹은 국가 제도적 차원에서 협동조합의 특성에 적합한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흑자도산기업의 노동자인수나 기금의 조성, 단기적인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지 않는 협동조합 운영의 특징을 감안한 금융시스템의 도입 등이 그것이다.

다섯째, 현재 세계화된 상황에서 금융자본은 국가정책을 제한하고, 한 국가의 경제를 교란하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협동조합에 적합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국제회계기준에서 협동조합의 출자금을 부채계정으로 설정함으로써 협동조합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들에 대해 협동조합 생태계 논의는 국제적 연대활동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협동조합 현단계 이슈와 생태계적 접근의 관점

 

협동조합 다양성의 인정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개체들의 분화와 그들간의 경쟁과 협동을 배제하지 않는다. 동일한 유형의 협동조합도 하나의 원칙과 하나의 발전방향만을 고집하는 것은 협동조합 생태계 논의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 원칙의 해설에서도 원칙은 도그마가 아니라새로운 조건 속에서 창조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기존의 협동조합들은 각자가 설계하는 개체로서 혹은 연합회로서 열린구조를 가지고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연합회를 구성하는 노력을 통해 민간의 권위있는 포괄적이면서 풍부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정리해 나가야 하며, 이 속에서 협동조합의 영향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새로운 협동조합의 생태계적 활성화 방안

기본법 발효 이후 새로운 협동조합들이 다양하게 생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협동조합 문화가 일천한 상황에서 피상적이거나 일면적인 이해로 만들어지는 협동조합도 많이 있다. 새로운 협동조합들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많은 대중들이 기존의 사회경제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협동조합으로 해결하려는 열망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이들에 대해서 최대한 빠르게 좋은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려는 주체들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 이미 새롭게 만들어진 협동조합들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좋은 협동조합 생태계의 좋은 구성원으로 전화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한 다양하면서도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협동조합 교육이나 세미나가 체계적으로 설계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때 생활협동조합의 전현직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사나 인큐베이터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진영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농수협 등과의 협력 방안

농협과 수협 등 기존 개별법에 의한 협동조합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여 전체적인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이다. 기존의 개별법 협동조합은 그동안 축적된 인적, 물적, 경험과 구체적 제도 정립과 관련된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반면, 개별법 차원의 중앙회 중심으로 연합활동에 익숙해 있으므로, 전체 협동조합의 연대와 생태계 조성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좋은 협동조합 생태계는 여러 구성 요소들을 재조직화를 통해 요소들의 연관성을 강화할 때 진화가 동력이 강화될 것이다. 협동조합 생태계 논의에서 기존 개별법 협동조합과의 정비는 가치사슬의 정비와 사회경제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 협동조합기본법을 협동조합공통법으로 강화 발전시켜 국제협동조합연맹의 법제도 개선 권고를 완성하는 과제, 국제연대활동의 효율화와 활성화, 각급 층위의 제도적 정비 등 다양한 차원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생산협동조합인 완주 고산농협과 소비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의 협력이나 안성 고산농협과 가톨릭 우리농본부와의 협력 등 기존 농협과 생협 계열의 협력 모범사례가 있다. 서울협동조합협의회 준비모임에 서울신협협의회가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좋은 사례다. 이런 활동과 연대를 전면화 시켜내는 것도 협동조합 생태계 논의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자극은 피해야 할 일이다.

 

마무리하며

협동조합 생태계 논의는 이제 시작이며, 아직 해명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협동조합운동가라고 자임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경제계의 대안으로서 좋은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활동은 개별 협동조합의 성장과 발전을 책임지는 것과 동등한 우선순위로 중요성을 매겨야 할 전체 협동조합진영의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복잡한 시스템은 언제나 작은 연결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사회경제의 명실상부한 대안을 협동조합이 만들어자는 큰 소명을 가지고, 구체적인 현실에서 쉬지 말고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