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까이 지내요‘원순씨의 서로(書路)함께’ 첫 번째 - 이효리의 <가까이>를 읽고...
[서울톡톡]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길 잃은 강아지 순심이와 함께 살면서 더 많은 친구가 생겼고, 더 많은 할 일이 생겼고, 더 많은 꿈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순심이는 내 삶의 축복이 되었습니다.-
국민가수 이효리의 삶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유기견 순심이와의 만남, 그것은 그녀의 삶을 전환시킨 일대사건이었습니다. 자궁축농증을 앓고 있었고, 한쪽 눈을 실명한 순심이. 깡마른 몸에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덥수룩한 털, 우울한 눈빛을 효리씨는 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녀가 설명한 것만으로도 순심이는 어느 누구도 데려가지 않을 유기견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 못나고 처량하고 처참한 모습이 마음 착한 효리씨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순심이를 입양하기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이효리의 삶은 바뀝니다. 무엇보다도 이 순심이릍 통하여 많은 것을 깨달아갑니다. '(개들은) 주인이 부유한지 예쁜지 따위 상관하지 않는다. 한번 마음 주면 한결 같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느낍니다. 사실 저 역시 서울이와 희망이,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며 개는 인간보다 더 위대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실은 거의 모든 경우에) 사람보다 신실하고 사람보다 충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을 보면 효리씨가 처음부터 동물애호가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집안과 함께 했다가 보신탕집에 팔려간 메리, 애견샵에서 데려왔다가 가수로 바쁜 일정 때문에 소홀하게 돌보다가 부모님께 맡겨지고 그 후 결국 집을 나가버린 빠삐용과의 아픈 추억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주변의 권유로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 미미와 코코,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소개해주어 함께 키우게 된 고양이 순이, 길고양이 삼식이도 그녀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 동물들을 키워나가며 동물들에 대한 사랑도 함께 키워갔던 것입니다.
한 방송을 보기 전과 후로 인생이 나뉘어버리다 측은지심에서 시작된 이효리의 동물인식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듭니다. "인생을 바꾼 3초", 바로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광고자막이었습니다. < MBC스페셜- 도시의 개>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았을 유기견들의 참혹한 모습, 애견시장의 문제점, 개 공장에서 상품이 되어버린 생명들, 방치되고 학대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진 방송이었습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본 이 방송이 바로 자신의 삶을 그것을 보기 전과 후로 나누어 버릴 정도로 바꾸어버렸습니다.
그 후, 이효리는 동물보호운동가로 나서게 됩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회원이 되었고 그 캠페인에 적극 동참합니다. 알아야 힘이 된다고 하면서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찾아보고 구제역 생매장 현장, 공장식으로 사육을 당하고 있는 동물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지역에서 자행되는 모피동물에 대한 학대의 실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고 읽고 공부했습니다. 그 심각성을 깨닫고 단단한 다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모피반대운동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효리씨는 자신의 모피코트와 명품 백들을 버립니다.
이효리는 '동물들의 수호천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명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명성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스스로 행동하면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발전을 이룩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자폭탄 발명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아인슈타인은 인생 후반기를 평화운동에 매진함으로써 훨씬 더 존경받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탤런트 김혜자씨가 아프리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된 것도 조용한 감동이었습니다. 효리씨는 바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동물들의 대변자가 된 것입니다.
국민가수 이효리씨 때문에 나도 바뀌었습니다
효리씨의 또 하나의 인생 롤 모델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뮤지션이자 배우, 패션 아이콘인 '제인 버킨'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애장품, 에르메스 시계를 효리씨가 조직한 바자회에 내놓는 것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자 "물건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내게 가치 있는 것은 사랑하는 내 가족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나눔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단박에 눈곱만큼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자신의 롤 모델로 정해버렸다고 토로합니다.
효리씨가 하는 이 동물사랑운동에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거나 회의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가끔 갑작스런 공포에 직면하곤 한다.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선택한 이 길을 되돌아 나오게 되는 건 아닌지. 그 길의 한가운데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닌지. 어느 날 갑자기 동물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내 인생의 황무지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과연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한 방향을 향해가며 살 수 있을 것인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가 걱정될 때면 제인 구달이 해준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효리씨는 자신의 인생의 최종 목표를 책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나는 내 몸이 견딜 수 있을 만큼 일을 하고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씩 덜어내고 결국에는 동물들과 자연 안에서 소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내 영향력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도 국민가수 이효리씨 때문에 바뀌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바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효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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