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의 체스, 컬링을 아시나요?
서울체육고등학교 컬링부를 만나다
[서울톡톡]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매력적인 동계스포츠가 있다. 빙판 위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트려서 상대팀의 표적(하우스)에 넣어 득점하는 게임인 '컬링(Curling)'이다. 상대팀보다 근접한 거리에 돌이 들어가면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 게임 상황에 따라 스톤의 위치나 방향을 빠르게 바꿔야 해서 다른 종목보다 두뇌 회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컬링을 '빙판의 체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컬링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비해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편. 비록 비인기 동계스포츠 종목이지만 무더운 여름에도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얼음판을 녹이고 있는 컬링 선수들을 만났다. 빙판 위에 반짝이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여섯 명의 서울체육고등학교 컬링부 선수 바로 이정재, 김인옥, 조장원, 천도경, 황현준, 김민우 선수다. 서울체육고등학교 컬링부 6명의 선수들은 모두 기숙생활을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에 열중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선수들은 지난 컬링 전국대회에서 춘천기계공고를 4:3으로 꺾고, 고교 1학년 최초로 우승을 이뤄냈다.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나이가 어리고, 또 학교에 컬링부가 창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성과였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서 우승 비결은 모두 자신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재호 코치님과 강정구 감독님 덕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매 순간이 기쁘고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일. 아쉽고 힘들었던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바로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수들 모두 훈련으로 또래 학생들보다 여가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평범한 고등학생들은 교복도 입고 연애도 하고, 놀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기숙생활을 하며 늘 운동을 하니깐 운동복이 교복이고 자유롭게 놀지도 못해요."(김인옥 선수) 또 하나 선수들이 아쉬워한 것은 컬링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지도와 컬링 훈련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컬링 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훈련장은 서울시 태릉과 경상도 의성, 두 곳이다. 서울체고 선수들은 태릉에 있는 훈련장을 주로 이용하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우선으로 훈련장을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을 다른 컬링팀 선수들과 나눠 쓴다고 했다. 많은 선수가 하나의 얼음 링크를 나눠 쓰다보니 얼음 상태가 좋지 않은 편. 반면 실제 대회장의 얼음 상태는 굉장히 좋아 적응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관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선수들은 환경만을 탓하며 훈련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주변 사람들조차 컬링에 대해서 잘 모를 때가 많아요. 인터넷에 컬링에 대해 검색을 해도 운동보다는 미용 제품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나와요. 그럴 때 많이 아쉽죠."(이정재, 김인옥, 천도경 선수) 중학교 시절에도 선수들은 캐나다에서 열린 컬링 대회에서 '빙상 강국' 캐나다를 꺾고 우승을 이뤄냈다. 서울체고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에도 컬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선수들은 단 한 번도 어두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어떤 환경도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비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커져가는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또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에게 최종 꿈과 목표를 물었다. "저희는 곧 있을 컬링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어요. 국가 대표가 되어서 2018년에 열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저희의 꿈이에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대학교도 가고 싶고, 코치도 되고 싶고, 더 노력해서 교수도 하고 싶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러니 컬링에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낸다면 앞으로 컬링에 대한 지원도 늘고 컬링 연습장 환경도 많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해요. 또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요."(선수 일동)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을 서울체육고등학교 컬링부의 이정재, 김인옥, 조장원, 천도경, 황현준, 김민우 선수. 그들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분명 더 나은 훈련 환경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컬링이라는 종목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가장 우선일 듯싶다. 최근에는 컬링을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 <그냥, 컬링>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지만 어쩌면 모든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여섯 명의 선수에게 '비인기 종목'이라는 한계는 없었다. 오히려 선수들은 그 한계가 오히려 자신들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평창 올림픽에서 서울체육고등학교 컬링부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본다. 서울라이프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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