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 이색 전시회
그림자 인형전 <피영>展과 예술이 된 책 <슈타이들>展
[서울톡톡] 더위를 식히면서 눈도 즐거운 이색 전시회를 찾아 잠시 문화적 감성을 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색깔이 있는 그림자가 있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책은 어떤 책일까? 독특한 주제로 눈을 사로잡는 이색 전시회 나들이에 허혜정 리포터와 박미령 리포터가 다녀왔다. 색깔 있는 그림자 인형전 <피영>展 | 시민리포터 허혜정
어릴 적 누구나 한번은 그림자 놀이를 해보았을 것이다. 빛을 등지고 양손의 엄지를 서로 끼워 손을 움직이면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생긴다. 새를 만들어 하늘로 날려 보내고, 토끼를 만들어 친구들과 소곤소곤 떠들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일종의 그림자극이다.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그림자극이 발달하였다. 중국의 그림자극 문화가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18세기에 서구 유럽으로 전해져 런던으로 건너가게 된다. 서양과 중국의 그림자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색깔이다. 서양의 그림자극은 흑백으로 흰색 혹은 검은색만 띄지만 중국의 그림자극은 여러 가지 색깔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림자가 어떻게 색을 띄는 걸까?
중국 그림자극은 '가죽 피(皮)'에 '그림자 영(影)'자을 써서 '피영극'이라 불리며, 2,000년 전 중국 왕실에서 주로 즐겼다. 소, 양, 당나귀 등 가축의 가죽의 털과 지방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가죽은 투명해진다. 투명해진 가죽을 조각한 후에 비단이나 동양화에 쓰는 물감으로 채색한다. 이 인형의 두 팔에 젓가락 크기의 나무를 지지하고 흰 천에 빛을 쏘아주면 된다. 피영극은 공예뿐만 아니라 음악이 가미되는 종합예술이다.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는 화려한 색감의 인형들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중국 그림자극 <피영(皮影)>展 이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지>, 우리나라의 춘향전과 비슷한 이야기로 신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 <서상기>, 초능력을 가진 원숭이의 유랑기인 <서유기>의 내용을 주제로 총 45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많은 작품들 중 눈여겨볼 작품은 <팔선과해>라는 작품이다. 중국의 신선이야기로 '왕모신'이라는 여덟 명의 신선들이 어머니의 생일축하를 위해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표현했다. 신선들이 어머니 생일잔치 가는 도중 파도가 거세 머뭇거리다가 한 신선이 바다를 건너는 내기를 해보자고 제안, 각 신선이 재주를 부려 바다를 건넌다. 이 모습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되어있어 작품 중 으뜸으로 꼽힌다.
오전 11시, 오후 3시에는 도슨트와 함께 하는 피영전이 준비되어 있어 설명을 따라 작품을 돌아보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피영극은 2년 전에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예술이 된 책, <슈타이들>展 | 시민리포터
디지털의 발달로 설 자리가 좁아진 종이책을 예술의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 출판 전문가가 있다. 바로 독일의 아티스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이다. 그의 작품전이 4월 11일부터 10월 6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슈타이들은 독학으로 출판 기술을 습득하고 18세에 출판사를 건립했다. 패션, 영화, 롤스로이스 등 다방면에 사진의 새로운 장을 연 코토 볼로포(Koto Bolofo)가 사진기를 통해 본 슈타이들은 열정적인 완벽주의자다. 오전 4시에 기상하여 오후 9시까지 책만 생각하는 그는 작업할 때 꼭 흰 가운을 입고 술 담배도 하지 않는 거의 채식주의자다. 그가 세운 슈타이들빌레(Steidlville)는 예술가들이 일상에서 허비하는 자투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속 요리사가 있고 숙소도 딸린 출판사다. 그곳의 별명이 '잠수함'인 것은 작업을 위해 한 번 들어가면 쉽사리 나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슈타이들은 책을 예술의 경지로 올리기 위해 종이와 활자 하나에도 그 책에 꼭 알맞은 재료를 선택한다. 이 전시에서는 출판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종이를 직접 만질 수도 있고 각종 활자체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 함께 '샤넬(Chanel) 체(體)'를 개발했다. 칼 라거펠트, 카린 로이트펠트(Carine Roitfeld)와 함께 만든 책 'THE LITTLE BLACK JACKET'에는 세계 여러 나라 배우들의 패션 사진이 실렸는데 우리나라 여배우 송혜교의 사진도 있다.
회화에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접목한 에드 로쉐(Ed Ruscha)의 350권 한정판인 'on the Road' 역시 책 한 장 한 장에서 그의 정성이 느껴져 1,000만 원의 책값에도 수긍이 갈 정도다.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귄터 그라스(Gunter Grass)의 책 표지와 삽화 작업도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역력하다. 이렇듯 책에 열정을 바친 슈타이들을 칼 라거펠트는 갓 찍어낸 책에서 나는 향에 비유하여 조향사 게자 쉔(Geza Scheon)과 함께 향수를 개발했다. 그 향수가 'Paper Passion'이다. 그 향도 전시회에서 직접 맡을 수 있다.
2시간 정도 관람하는 동안 아날로그가 주는 개성 있는 아름다움에 빠져 행복한 여행을 한 기분이다.
이 전시의 도슨트 설명은 매시 정각에 있고 휴대폰 앱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입장료는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 회원 등록을 하면 40% 할인된다. 전시 관람 후 입장권은 잘 보관하면 전시 기간 중 언제나 다시 관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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