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정리는 청소이다.

나의 속쓰림을 다스려준 양배추즙과 당근샐러드

草霧 2010. 4. 13. 15:16

나의 속쓰림을 다스려준 양배추즙과 당근샐러드

 

 

십 년의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얻은 건 차장이라는 직책과 만성위궤양이었다. 광고회사인지라 유난히 업무 스트레스가 많고 거래처 손님을 접대하느라 나는 이틀이 멀다하고 술을 몸에 부어넣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로 머리는 지끈거렸고, 속은 쓰리고 아파서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재 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니, 이러한 악순환 속에 내 가련한 위는 주인을 잘못 만나 점점 더 신음하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약국부터 들러 조제약 한 봉지로 위장을 달래보지만, 그건 고양이 세수 같은 일이었다.

 

하루는 속이 너무 쓰리고 아파 출근도 못하고 병원으로 직행한 적이 있었다. 만성 위궤양! 위에 구멍이 몇 개 나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당장 술을 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라는데,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한번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술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설령 빠질 수 없는 술자리라 하더라도 요령껏 최소한의 술만 마시자고 다짐한 것이다.

 

또 주위 동료들에게 양해도 구했다. 내 증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안 동료들은 나를 도와주었고 나는 술로 인한 고통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아침밥을 먹기가 힘들었고 속은 늘 더부룩했다. 속상해하던 아내는 영양사 친구에게 들었다며, 아침을 밥 대신 양배추즙을 먹어보라고 했다.

 

자고 일어나 냉장고에 갈아둔 양배추즙 한 잔을 마시는 일은아주 상쾌한 일이었다. 그리고 양배추와 당근, 시금치를 썰어서 데친 후, 참기름, 식초, 소금, 후추, 과립 머스터드를 이용해 만든 드레싱을 버무려 먹었다. 야채는 신선하고 시원했으며, 또한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