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 2014.02.10
[서울톡톡] 2011년 10월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로 `이승기 통장'이 상위권에 오른 적이 있다. 그해 저축의 날 행사에서 배우 하지원 씨와 가수 이승기 씨가 각각 저축유공자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 날 이승기 씨는 소감으로 "부모님이 은행원 출신이라 연금, 보험, 펀드 등의 통장을 만들어 수입을 관리한다"며 "정확한 개수는 모르지만 통장은 10개 이상이다"라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통장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저축을 많이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단순히 돈을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목적에 따라 성격이 다른 금융상품을 여럿 선택했다는 얘기도 된다. 한마디로 재테크의 정석이라고 하겠다.
어떤 이들은 수입이 들어오는 통장 하나로 지출을 동시에 운용한다. 또 적지 않은 이들이 무분별하게 통장을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잔액이 남아있는지 아닌지도 모를 법한 통장이 장롱에 여러개가 나뒹굴게 놓아둔다.
그렇다면 통장 개수는 몇 개가 적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많을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3개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월급 등 수입이 들어오는 통장, 강제로 돈을 모으는 저축 통장, 또 지출을 관리하는 생활비 통장이다. 하나의 통장만 유지하면 지출이 필요할 때마다 일단 쓰고 보게 된다. 그런 습관이 배이면 계획성이 떨어져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진다. 그러나 통장을 나누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0만 원의 월급이 수입 통장으로 들어온다고 치자. 그 중 절반을 저축하기로 했다면 100만 원을 강제로 저축 통장에 자동 이체시킨 뒤 이 돈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 뒤 남은 돈으로 지출 관리에 들어간다. '100만 원밖에 나의 수입이 없다'고 마인드컨트롤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생활비 통장에는 꼭 지출해야할 돈만 따로 넣어둔다. 매월 목표한 생활비만 넣어 계획대로 생활비가 쓰이는지, 너무 많이 소비되지는 않는지 점검할 수 있다. 일정액을 넣었는데 생활비가 부족하다면 어딘가 불필요하게 생활비가 더 쓰인 것이다. 돈이 남아 있다면 어딘가 성공적으로 절약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료, 수도료, 보험료 등 매월 일정한 금액이 필요한 항목들은 지출과 연결된 통장(생활비 통장)을 만들어 이체시킨다. 자기계발을 위한 학원수강이나 헬스클럽 이용료 등도 생활비 통장에서 관리한다. 신용카드나 현금카드 등의 결제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매월 월급 통장에서 생활비 통장으로 자금을 이체시키면 평균적인 생활비를 파악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이런 방법을 활용해 지출을 크게 줄였다는 이들은 아주 많다.
수입, 저축, 지출 3개 영역으로 나눠 써야
수입, 저축, 지출이라는 3개 부문으로 나눈뒤라면 통장숫자는 다소 늘려도 좋다. 예를 들어 저축 통장을 세분화해 노후자금, 향후 자녀교육비 등으로 구분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지출 통장도 비슷한 원리로 나눌 수 있다. 처음 통장을 나눌 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수입, 저축, 지출이라는 3개 부문을 명확하게 기억한 뒤 습관을 들이면 어려울 것도 없다.
3개 영역의 통장 성격도 달라진다. 당장 돈을 꺼낼 일 없는 저축통장은 적금형태가 좋다. 은행 적금은 해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손해라면 받아야 할 이자가 줄어드는 정도로 원금은 보장된다. 그러면서도 심리적으로 끝까지 적금을 부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준다. 예금보다 적금이 이자가 많다는 점도 적금을 택해야 하는 이유다.
수입이 들어오는 월급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증권사 CMA 통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짧게 보면 이자가 많지 않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작은 이자도 무시하기 어렵다. 생활비 통장은 시중 은행의 자유입출금식 통장이 적당하다. CMA 통장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이득일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등은 CMA 계좌와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번거롭기 때문에 매월 발생하는 생활비는 간편하게 해결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