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독창적이고 싶으세요?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11
우리가 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
[서울톡톡] 가끔 기업체나 학교에서 '창조성/창조력(creativity)'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받는다. 그나마 '리더십(Leadership)'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낫기에(나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일단 승낙한다. 하지만 강연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직장인과 학생들은 별로 창조적이거나 독창적이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창조적이고 독창적이고 싶은 얼굴이 따로 있냐고?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은 눈빛으로 심드렁하게 의자 깊숙이 파묻혀 있는 모습은 아니리라고 믿는다.
"독창적이고 싶으세요? 정말, 그걸 원하세요?" 남들이 그래야 한다기에, 시대의 유행이자 대세이기에 독창적일 수는 없다. 승진과 취업을 위한 또 다른 '스펙'으로서 창조력을 기른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나는 그나마 창조적이라고 불리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처지에서, 어떻게든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자 발버둥치는 입장에서 조금은 서글프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정말 독창적이고 창조적이길 원한다면, 우선 스스로 다짐부터 해야 해요. 비속어를 써서 죄송하지만, '미친년'이나 '꼴통'으로 불리기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오래된 속담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감정과 욕망, 생각과 영감, 기쁨과 슬픔과 노여움까지도 모두 이미 있었던 것이다. 고대 철학서를 읽노라면 그토록 복잡하다는 현대인의 고민이 철학자들이 광장 구석구석에 모여서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과학의 빛나는 성취는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따질 수도 있다. 물론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만들어진 몇몇 물건들은 분명히 새롭지만, 다만 조건이 실재를 가능케 했을 뿐 그것을 만들고자 했던 욕망은 오래된 것이다.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며 세계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괴테조차 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라고 선언한다. 문학의 영역에서 습작생이거나 '창작자'가 된 초기에는 자신이 정말 창조적이고 독창적이라고 믿는다. 그런 어리석은 믿음이 없이는 아예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공부가 깊어지고 실제로 자신의 작품을 '창작'할수록 당황하게 된다.
"왜 내가 쓰려던 것마다 다 써버린 거야?!" 그때의 표절 아닌 표절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무지의 문제다. 하지만 '처음'을 의미하지 못할지라도 모든 새롭고자 하는 시도가 무의미한 반복은 아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한다고 하여 아이의 첫 걸음마가 경이롭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조금 새롭기 위해, 더욱 다르기 위해서는 무지를 깨치고 알아야 한다. 무엇을 모르는지 끊임없이 묻는 과정에서 무모한 도전과 가상한 용기 때문에 설령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받는다 해도, 불가능한 독창성과 묘원한 창조성의 시도를 멈출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지 않다고 해도, 한 번뿐인 나의 삶은 오롯이 새로울 수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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