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절벽 이어줄 `다리` 준비하세요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32
[서울톡톡] 은퇴를 앞둔 이들 사이에서는 `소득 절벽'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말 그대로 소득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어느 순간 절벽처럼 소득이 사라져버리는 구간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을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은퇴자들의 큰 관심사이자 걱정거리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맞고 있다. 이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쯤이다. 그러니 이미 상당수의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1960년 이후 세대도 은퇴를 대비해야할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려 하고 기업도 이에 발맞춰 연장을 늦춰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직장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50대 중반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은퇴를 하는 그 순간부터 연금으로 수입을 보전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이런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한다. 노후의 가장 기본적인 생계수단이 될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는 61~63세다. 퇴직관련연금도 대체로 이 시기부터 수령할 수 있다. 평균 은퇴연령이 53세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가까이 기다려야한다는 뜻이다. 이 기간 동안 이른바 소득 절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돈을 벌고 있을 때 이러한 소득 절벽이 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철저히 준비하는 것 밖에 답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각 금융회사들이 이런 소득 절벽 구간을 이어줄 가교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외환은행은 45세 이상의 고객을 위한 '해피니어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상품은 고객이 은퇴 뒤 국민연금이나 연금저축이 지급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에 대비해 퇴직금이나 부동산 매매대금 등 목돈을 예치한 후 이를 매달 원리금 형태로 나눠 받도록 고안됐다. 100만 원부터 가입 가능하며 가입기간은 최소 1년에서 최장 5년으로, '거치 후 연금식' 또는 '즉시 연금식' 중 지급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베이비부머 대부분이 급여생활자이면서 보유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은퇴상황을 가정한 노후 설계 컨설팅을 지원해준다. 시니어 고객 관리 차원에서 헬스케어, 재테크 세미나, 여행상품 우대, 상조 우대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은퇴 뒤 연금 수령까지 10년 공백 대비해야
국민은행의 'KB골든라이프 예·적금'도 은퇴 뒤 연금 지급 시까지 소득을 받도록 고안된 '가교형' 상품이다. 부동산을 매각한 돈이나 은퇴 뒤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 등 목돈을 맡기고 여기서 나오는 원리금을 연금처럼 받으며 생활비로 쓴다. 최소 가입금액은 300만 원 이상, 가입기간은 최장 10년이다. 이자만 받는 거치기간과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 기간으로 나뉘어 있어 가입자의 은퇴와 자금소요 계획에 맞춰 일정 기간은 이자만 받다가 일정 시점부터 원금과 이자를 같이 받을 수 있다. 물론 거치기간 없이 가입 직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농협의 '내 생애 아름다운 정기 예·적금'은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한 히트상품이다. 기존 예·적금 기능에 은퇴를 전후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금융 서비스를 조합한 점이 특징이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최고 600만 원의 장례지원금을 지급하고 농협은행 제휴 상조업체인 '예다함'의 이용대금을 5% 깎아준다. 은퇴에 대비한 45세 이상 고객은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고, 조부모나 손자·손녀가 함께 가입하면 각각 0.2%포인트씩 금리를 더 준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공적·사적연금을 가리지 않고 연금 이체 계좌에 최고 2.0~2.5%의 높은 금리를 주는 '평생플러스통장'과 '행복연금통장'을 내놓았다. 두 은행 역시 은퇴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은퇴의 순간은 누구에게라도 다가온다. 여유로운 노후를 갖느냐의 여부는 소득이 있는 현재시점에서 철저히 미래를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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