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청마시대에는, ... !!!
① 격전 예고된 갑오 정국 '예측 불허’
◇ 2014년 갑오년 정국 상황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가 한달 간격으로 예정돼 있고,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추진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진보당들의 존립 위기 등 결과를 단언하기 힘든 정치 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어떤 내용의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느냐에 따라 정국의 풍향계가 다른 쪽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년 정국의 향배를 가를 최대 분기점은 오는 6월 4일 열리는 제6기 동시지방선거이다. 2012년 대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데다 결과에 따라선 현재의 정치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폭발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여야 간의 세력 구도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각과 청와대 개편, 새누리당 내의 주도권 경쟁을 포함한 여권의 권력 재편 추이와 앞으로 야권의 이합집산 방향 등이 모두 지방선거 결과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철수 신당'과 새누리당 전당대회, 작지 않은 규모로 치러질 7·30 재·보선도 지방선거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 6월 지방선거 '중간평가 성격,... 박근혜정부 심판론 & 트리플 크라운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도 어느 정도 지닐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권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패할 때 국정 운영의 추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최상의 성적표를 받고자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해 중앙정부·의회·지방 권력을 모두 거머쥐는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 박 대통령은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고 국정 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도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예상했던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한 만큼 이번엔 반드시 승리를 거둬 차기 대선을 위한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박근혜정부 심판론'이 부각되면서 그동안 위축됐던 야권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민주당도 패배한다면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계파간 갈등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경우 여권은 한동안 험난한 정국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박 대통령이 큰 폭의 개각을 단행할 수 있고 여권 내부의 분화가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
◇ '안철수 신당 변수' 주목 & 야권 단일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는 지금으로선 신당 형태가 아닌 '선거 연대' 형식을 취해 광역단체장 위주로 지방선거에 임할 공산이 크다. '안철수 연대'가 시도지사 선거에서 1∼2곳이라도 당선되면 신당의 세력화에 가속도가 붙고 안 의원의 대권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지겠지만, 그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안철수 연대'가 지방선거에 참여한다면 양대 정당 위주의 선거 구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막판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새누리당에 악재가 되겠지만, 현재로선 일단 민주당에 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새누리당 전당대회
조기 개최 가능성이 작다. 일반적인 예상대로 지방선거 이후에 열린다면 지방선거 결과가 새 지도부의 구성에 결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의 '차기 당권'은 차기 대권과 직접적인 함수관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미가 크다.
◇ 7·30 국회의원 재·보선
10석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7·30 국회의원 재·보선 역시 지방선거 결과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이석기 재판' 진보세력 갈림길
내년 초로 예상되는 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헌법재판소에 청구된 진보당 해산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나오느냐도 새해 정국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진보당으로서는 당의 명운이 걸려 있고, 여권 역시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어느 정도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북한의 변수
이밖에 '김정은 지배 체제'의 공고화 작업에 들어간 북한의 예상할 수 없는 행보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대북 원칙을 유지하되 경협 사업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때마다 최대 관심사가 되고는 했던 남북 정상회담의 시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북한의 정정 불안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② 동북아 정세 요동..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
◇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다.
한반도 주변에서 밀려오는 동시다발적 파도는 벌써 험난한 갑오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력이 여태껏 겪지 못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장성택 처형 이후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상황, 미국과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한 중국 간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 일본의 계속되는 우경화 경향은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의 불안 요소다.
◇ 北 불안정
'장성택 처형'으로 공포정치의 시작을 알린 북한은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1차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내부의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이를 외부로 돌리고자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과 같은 국지도발 카드를 쓸 수 있다. 극단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가 장성택 사태 이후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가뜩이나 꼬여 있는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의 움직임은 더욱 지체될 개연성이 높다.
우리의 입지 확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반도에서 한국·미국 대(對) 북한·중국이라는 신 냉전적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커질 때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안한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고, 특히 북한 문제 공조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안보 차원에서 볼 때 한미일 3자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
◇ 美-中 패권경쟁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표면화되고 있는 동북아에서의 미중간 패권 경쟁도 한국 외교에 엄청난 새로운 도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힘에 기반을 둔 중국의 일방주의적인 외교가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정세에서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의 행동"이라면서 "국제규범을 무시한 중국의 대국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이 정세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기를 맞은 오바마 정부는 다시 아시아에 주목하면서 최근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재천명한 상태다. 미중간 패권경쟁에 잘못 대응할 경우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봉쇄 구도 속에 한국이 중간에 끼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CADIZ와 관련해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일단은 무마하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내년에 이란 핵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CADIZ는 미중 패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앞으로 갈등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 日우경화
일본 문제도 새해 동북아 정세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특히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가 미중 갈등의 직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 움직임 속에 추진되는 집단자위권 추구는 중일관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긴장도를 높이는 요소다. 일본 집단자위권을 바라보는 한국 내 정서를 고려할 때 한미 간에도 집단자위권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뿐 아니라 한일간 군사적 협력도 원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이 주도적으로 외교적 공간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③ 김정은 유일체제 다지기..한반도는 시계 제로
◇ 2014년에는 그동안 알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북한이 다가온다.
1970년대 이후 북한 권력구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최측근인 장성택이라는 인물의 힘과 영향력은 매우 컸다. 그러나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데 이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장성택 마저 올해 12월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처형되면서 40여 년간 북한 체제를 지탱해왔던 정치적 관행과 사회적 관습은 더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인자'였던 고모부 장성택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하며 그 주변의 핵심측근들과 함께 그 공백을 메워 `또 다른 북한'을 만드는 출발선에 선 셈이다. 장성택의 처형으로 사실상 '과거'와의 단절을 천명한 북한은 우선 김정은 유일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북, 숙청 통한 권력 공고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매체들은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우리의 심장인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 바쳐 사수하자" "김정은 결사옹위의 성새를 더 굳건히 다지자"는 내용을 잇달아 강조하며 주민들의 일심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면서 정치적으로는 후속 숙청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일단 숙청작업은 대대적으로 벌어지기보다는 체제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속도를 조절해갈 공산이 크다. 장성택의 부인이기도 한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건재하고 장성택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등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북한의 장성택 물빼기 작업은 오는 4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8차회의가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군부 득세 남북관계엔 악재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어 노동당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뿐 아니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을 필두로 한 신진 군부세력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당 부부장급 인사들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거의 빠짐 없이 수행하는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마원춘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등의 위상 강화에 관심이 쏠린다. 군은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노동당은 조연준 제1부부장을 정점으로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소장파가 약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성택 처형 이후 예상되는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는 남북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한은 장성택을 사형하면서 죄목으로 "미국과 괴뢰 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하고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군부의 약진은 자연스럽게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개성공단 폐쇄의 발화점이 됐던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한미합동군사연습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 4차 핵실험 가능성
작년 말 중국 정부의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중재노력이 발 빠르게 전개됐지만 한·미·일 정부는 북한에게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해 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특히 이번 장성택의 처형을 계기로 북한이 대외적으로 더욱 움츠러들고 내부적으로는 강경 세력이 부상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자 극단적으로 대외적인 도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4차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로켓을 다시 발사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크게 선전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치적으로 부각해 사회적 단결을 유도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④ 다채로워진 한류..새로운 도약 꿈꾼다
◇ 문화융성과 문화재정 2% 달성
2013년에는 '문화융성'의 개념을 정립하면서 재정 달성 플랜을 짜느라 국민이 체감할 문화정책 변화는 아직 본격화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선심성 문화 행사에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를 지양하면서 일반 국민이나 저소득층이 실질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전반적인 예산 감축 분위기 속에서도 문화재정의 새해 예산안이 전년대비 5.7%나 증가한 5조3천억원 규모라 문화예술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음식ㆍ패션ㆍ언어 차세대 주자로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가 직접 김치를 담갔다고 트위터로 밝혀 큰 화제가 됐다. 이런 내용은 4월 뉴욕타임스에 광고로 다시 소개됐고, 김치 광고는 11월에 뉴욕타임스 지면을 또 장식했다. 지난 5일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국내 굴지의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패션, 화장품 등의 사업에 진출했고, SM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짓고 있는 'SMTOWN 뮤지엄'(가칭)은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한식당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앞서 올해 초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경제부흥, 국민행복과 함께 국정 3대 축의 하나로 강조하면서 1.39%에 머무르는 문화재정을 2017년까지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한국 문화의 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 `즐기는 문화' 조성에 주력
K팝과 드라마가 대표상품이었던 한국 문화가 이제 다양성과 현지화까지 모색하며 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 공약에 힘입어 기존 전시성 문화 행사에서 실제로 국민이 즐기는 문화의 시대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분에 아시아 중심이던 한류를 지구촌 전체에 알릴 계기를 찾은 한국 문화는 이제 음식, 패션, 언어 등 다른 분야가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베트남 등 곳곳의 한류 거점에서는 한식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신한류 물결은 2014년 여러 곳에서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장르에서도 새로운 노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현지 음악계와의 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⑤ 미·중·일 삼각파도..한국경제 살길은
◇ 미국 양적완화 축소,... 미국 출구전략
미국은 매월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3차 양적완화(QE Ⅲ) 규모를 머잖아 서서히 줄여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QE 축소는 세계 경기의 회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유동성의 회수는 투자심리 위축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변동금리·거치식 일시상환 대출이 많아 역시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된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저신용 기업들이 금리 인상을 견딜 내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 일본 아베노믹스 경계해야,... 엔저로 상징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엔저 현상을 한층 심화시킬 전망이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흔들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낳고 있다. 미국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썰물'과 일본이 유동성을 푸는 '밀물'이 겹치는 셈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져 원·엔 환율이 내년에는 100엔당 900엔대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분야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 중국 경제개혁의 후폭풍
중국의 구조 개혁 역시 한국 경제에는 큰 변수다. 중국이 개혁에 성공해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호재이지만 최근 위안화 가치가 근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경쟁 구도라기보다는 동업 구도다. 그러나 위안화 강세는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한국 제품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 내수 회복·구조개혁 두마리 토끼 잡아야
한국경제는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지, 아니면 반짝 회복 후 저성장의 늪에 빠질지의 갈림길에서 서 있다. 한국 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려면 민간부문의 활력 회복이 급선무이다. 내년 정부의 정책도 이제 막 마이너스를 탈출한 민간의 투자와 소비에 불을 지필 수 있는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다주택자 중과제도 폐지를 뼈대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외국인 투자 시 증손회사의 최소 지분율을 50%로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현재 국회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부는 서비스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제조업의 고용 창출 기여도가 점점 위축되는 만큼 각종 서비스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자는 취지에서다. 올해 보건·의료, 교육, 소프트웨어 등에 이어 내년에는 전 서비스 산업에 걸친 규제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의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신성장 산업의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중요하다.
◇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미국의 출구전략, 일본의 엔저, 중국의 긴축 정책 등 대외변수에 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금융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을,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겨냥해서는 경기 활성화와 부동산 경기 연착륙 등 간접적인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⑥ 기업들 글로벌 무대 재도약 나선다
◇ 엔저·내수침체가 변수
2013년 우리나라 산업계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도 '코리아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대외적으로는 원고·엔저 현상, 대내적으로는 부동산·내수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 급격한 원화 강세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제품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경기는 내수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경기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재도약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등 잇달아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릴 기회로 보고 경영 전략을 짜고 있다.
◇ 첨단 기술력·공격 마케팅으로 승부
◇ 전자, 프리미엄·지역특화로 주도권 유지
◇ 자동차,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신중 모드'
◇ 철강·조선, 고부가 제품으로 시장공략
◇ 건설, 국외사업 강화…'위기와 기회 공존'
◇ '총수 공백' SK·한화 등 비상경영 지속
⑦ 국가 성장동력, 법치에서 찾자
◇ 입법 과정에 국민참여 확대해야,... 공공 청렴도 OECD 최하위권
'과정이야 어떻든 돈만 벌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우리 청소년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 같은 가치관 전도 현상이 비단 청소년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목표 달성과 결과만 중시하고 수단과 방법은 개의치 않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준법정신과 법치주의는 무시되고 반(反) 법치주의의 폐습이 부정부패와 비리의 모습으로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법을 지킬 때 사회는 안정되고 자유경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 선진국은 경제력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다. 법치주의와 준법정신, 성숙한 시민의식 등 이른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양적 변화를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망신스러운 `법치 후진국' 불명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지표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양극화 등으로 인해 사회통합 부문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사회적 자본은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우리나라의 법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5위에 그쳤다. 부패지수는 낮은 순서로 30개 국가 중 22위였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각국 공공부문 청렴도를 평가해 매기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45위였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하위권인 27위로 평가됐다.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가 굳어지는 데는 사회지도층과 국가기관의 `반 법치' 행태가 더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위 공직자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거의 어김없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기피 등 부도덕한 비리 의혹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의 저열한 준법의식이 마치 연례행사처럼 온 세상에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낯 뜨거운 설전과 욕설로 추태를 벌이는 상황도 심심찮게 연출된다. 때로는 의원들 스스로 법을 무시하는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아 지켜보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대선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가 하면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 축소·은폐 의혹에 휘말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국가기관한테도 공정한 법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법치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반 국민한테만 선진국 수준의 법의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도리어 국민이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지경이다. 일반 국민의 낮은 준법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교통사고 통계이다.
◇ 국가 성장동력, 법치·반부패로 되살려야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미 선진국 그룹에 진입했다는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근접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대외의존도 심화, 인구 구성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사회적 양극화 현상 등으로 갈수록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선진국에 안착하려면 법치주의와 준법의식의 확립이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질서 준수 수준이 OECD 평균에만 도달해도 연평균 1% 포인트의 추가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 평균만 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4%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법치주의와 준법정신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법률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법률 자체가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입법 단계에서부터 수용자인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⑧ 사회경제적 갈등, 대화로 풀자
◇ 이념적 대립,... 힘의 논리 버리고 공존자로서 인정해야
12월 14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진보 성향 시민단체 회원 등 1만여 명이 모여 대규모 시국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주요 이슈인 철도 민영화 문제를 비롯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논란 등 정치·경제·사회를 망라하는 다양한 구호가 나왔다. 같은 시간 길 건너편의 한 빌딩 앞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이른바 '종북세력'을 규탄하는 맞불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함을 치며 반목하는 모습은 이제 서울 도심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건전한 비판과 대화로 해법을 찾으려 하지는 않고 서로 상대를 '종북 세력' 또는 `수구 세력'으로 몰아세우며 감정적 소모전을 벌이는 판이니 지켜보는 국민의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화돼 사회 통합을 더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도 심각한 보수-진보 갈등을 겪었다. 최근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 종교계까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 정부가 갈등의 당사자가 되지 말고 갈등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현 상황이 심각한 상태라는 데 먼저 합의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고려대생이 쓴 대자보처럼 '안녕하기 힘든' 상황이며, 이런 사실을 서로가 우선 인정해야 한다. 이기면 된다는 식의 힘의 정치가 아니라 공존자로서 서로 가치를 확인하는 소통의 장으로 가야 한다. 우선 권력을 가진 쪽부터 일단 멈춰, 듣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뭣이라고 말만 하면 '종북'이라고 낙인찍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에서는 대화하기 어렵다. 진보-보수 양 진영 모두 갈등을 푸는 방법에서 너무 서투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우리 사회는 갈등을 푸는 방식이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 논리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이분법적으로 몰아가고 있어 문제이다. 통합은 갈등과 상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을 인정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어 그 룰을 잘 지켜가면서 갈등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가 갈등의 고리를 끊어줘야 하지만 지금은 갈등의 진원지도 정부이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도 정부인 듯하다. 이 때문에 일자리와 복지 등 시급한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공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먼저 소통을 시도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되, 정부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 장기 불황의 여파로 더 심각해진 사회 양극화 또한 사회 통합에 걸림돌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4천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소득분배 지표 등을 보면 계층간 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경제가 성장해도 그 과실은 상위층만 누리게 된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사회 분위기를 한층 더 위축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12월 4일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의 소득과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설문했을 때 국민의 46.7%가 자신이 '하층'이라고 답했다. 반면 '상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1.9%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가 복지, 일자리 창출 등 민생부터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노동시장 문제가 과거와 같이 노동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장기간 누적되면서 문화적, 이념적, 정치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집단을 만들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그동안 복지를 소홀히 한 것이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책적으로 복지 확대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나 주거, 등록금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⑨ 스포츠 '빅 이벤트' 지구촌 달군다
◇ 2014년에는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2월에는 눈과 얼음 위의 스포츠 잔치인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고, 6월에는 브라질에서 월드컵축구대회가 막을 올려 한 달 동안 전 세계 축구팬들을 잠 못 들게 한다. 9월에는 인천에서 제17회 아시안게임이 개막해 40억 아시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한 해에 열리는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인천 아시안게임 다음 대회를 월드컵과 겹치지 않게 5년 뒤(2019년)에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후 계속 4년마다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 월드컵과 한 해에 열리는 일은 생길 수 없다. 소치올림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기도 하다. 소치올림픽 폐회식 중에는 차기 개최지인 평창과 한국을 소개하고 대회기를 평창으로 넘기는 순서가 잡혀 있다.
◇ 동계올림픽·월드컵축구·아시안게임 `한해에'
⑩ 성년 맞는 지방자치
◇ 민선 6기 출범,...책임행정·의회 견제 강화해야
◇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지방자치가 성년기로 접어든다.
지방 의회는 1991년에 구성됐지만, 자치단체는 1995년 6월 처음 치러진 단체장 선거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온전한 형태의 지방자치는 새해가 20년째가 되는 셈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한국의 지방자치도 초기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성숙 단계로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시성·선심성 행정에 따른 예산 낭비, 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 비리·부패 등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6·4 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할 민선 6기에서는 지방정부의 사무·재정 분담률을 높여 책임 행정을 구현하고 '무소불위'의 자치단체장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낮아진 문턱·지역문화 창달
요즘 공무원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이 많아진 탓에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지자체가 많다. 관공서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지방자치시대 개막 후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공무원이 군림하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서비스는 '옛말'이 된 것이다. 이 덕분에 열린 행정이 가능해 졌다. 주민들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잘못된 정책 결정에는 매를 가했다.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2007년 이후 경기 하남시장, 제주지사, 경기 과천시장, 강원 삼척시장, 전남 구례군수 등 5명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이뤄졌다. 지역을 알리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개진되면서 특색있는 지역 문화도 창달됐다. 지역의 특성을 끄집어내기 위한 다양한 지방자치 정책이 추진됐고,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 역시 가속화됐다.
◇ 자치의 걸림돌 비리·부패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있었다. 전시성·선심성 행정에 따른 예산 낭비, 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 비리·부패 등은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로는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꼽힌다. 경기 용인 경전철, 충남 중부농축산물류센터도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린다. 제주도는 대극장을 갖춘 문예회관이 있는데도 여성문화센터와 아트센터를 잇따라 개관해 중복 투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실인사 역시 드문 일이 아니다. 정년퇴직 1∼2년을 앞둔 실·국장급 공무원을 산하 기관장으로 보내는 '낙하산 인사'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비일비재하다. 자치단체장이 각종 비위로 낙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선 1∼5기 군수 4명이 옷을 벗은 전북 임실군, 역대 민선시장 3명이 구속된 경기 성남시는 '자치단체장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다.
◇ 책임 시스템 도입하고 사무·재정 더 이양해야
지방자치 선진국이면서도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하는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 초보적 수준에 불과하다. 네덜란드나 벨기에의 경우 인구 1만∼2만 명당 1개 지자체를 둬 '향토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행정 참여 등 주민들의 의식이 날로 성숙해지고 있는데다 지방공무원들도 자기 계발을 통해 능력을 배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자치, 주민자율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8대 2 수준인 중앙과 지방의 사무·재정 분담률이 6대 4 수준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 도입도 가능해진다. 지자체에서 비롯되는 문제의 원인이 자치단체장에 편중된 '권력'에 있는 만큼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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