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도시 공상하기

<도시재생 관점에서 본 세운상가 재조명>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현장에서

草霧 2013. 12. 27. 10:56

 

 

 

왕년의 전자상가 메카, 앞으로의 운명은?

<도시재생 관점에서 본 세운상가 재조명>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현장에서

 

시민기자 이나미 | 2013.12.26

 

[서울톡톡] 도심을 남북으로 가르는 거대한 상가단지로, '세상의 기운이 다 모여라'란 뜻의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건축물인 '세운상가'. 1968년 완공 후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세운상가에 대한 활용대안이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철거 대신 존치가 결정된 세운상가. 그 활용대안은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상가 건물은 헐리고 공원이 된 상태다.

세운상가는 총 8층으로 이뤄진 복합건축물로, 1~4층은 상가, 5층 이상은 아파트다. 여기에 완공 당시에 상가 건물들을 잇는 공중보행데크(지상 1층은 자동차 전용공간)가 설치되어,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인 실험작이었다.

세운상가 내부 모습. 60년대 완공 건물로 긴 복도구조가 독특하다. (오른쪽 사진) 건물 내부 맨 상층부인 8층으로 과거 주거 전용 아파트였으나 현재는 소규모 전자업체들이 입주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세운상가의 전성기는 국내 유일의 전자산업의 메카 역할을 했던 80년대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강남개발과 용산전자상가 건설로 세운상가는 퇴보의 길을 걷고 시작했고, 이미 건물 한 동은 철거되는 불운을 겪었다.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역사박물관 강당

이에 세운상가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향후 활용대안을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색하고자 서울연구원에서는 지난 12월 16일,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은 세운상가가 갖는 역사적 가치와 도시적 의미에 대해 각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이에 대한 집단토론 순서로 진행되었다.

전문가 주제발표에서 '세운상가의 역사적 가치와 도시적 의미'라는 주제로 발표한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는 대형 슈퍼마켓, 교회와 실내골프장 등이 내부에 갖춰져 있던 당시 세운상가에 대한 뉴스기사들을 보여주며 "70년대 건축물인 세운상가는 90년대 서울의 삶을 보여준 건축물로, 당시 일반 시민들은 꿈꿀 수 없는 삶이 펼쳐졌던 현재의 타워펠리스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과거 세운상가가 차지했던 위상과 가치를 정리하였다.

그는 세운상가의 역사를 조사한 후 "세운상가의 몰락의 원인은 건축설계의 잘못이 아닌, 당시 세계 도시계획 흐름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분석하였다.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는 완공후 70년대 세운상가안에서 펼쳐진 삶의 모습을 기록한 신문자료들을 보여주며 발표하고 있다

시라큐스대학교의 프란시스코 사닌 교수는 '도시의 건축'이란 주제로 세운상가에 대해 "21세기 도시개발에 있어 도시 설계 구조의 해답과 역사,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다"며, "21세기 도시가 당면한 문제를 풀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세운상가를 보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밖에도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세운상가의 잠재력'이란 주제에 대해 "세운상가는 공공영역의 네트워크와 새로운 인재유입이 이뤄질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하였다.

이어 '세운상가의 활성화를 위한 잠재가능성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강병근 건국대학교 교수,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김세용 고려대학교 교수, 노형석 한겨레 신문기자, 이광표 동아일보 기자,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종합토론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

토론에서 강병근 건국대 교수는 "재생은 재탄생이어야 한다. 건물 수명연장이라는 단순한 접근이 아닌, 어떻게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재탄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세운상가 입주자이기도 한 고산(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는 "시는 이곳을 필요한 사람들의 니즈를 충분히 인식해서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창업보육센터 등 작은 것부터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노형석 기자는 '상가 사람들과의 소통채널을 갖출 필요가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사람 중심의 재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승효상 대표는 토론을 정리하며 "세운상가의 재생이 곧 서울의 재생, 대한민국의 재생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히며 심포지엄을 마쳤다.

한편 서울연구원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세운상가 활용방안과 공공부문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반영할 계획이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