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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의 거리에서 만난 정다운 풍경, 구세군자선냄비

草霧 2013. 12. 13. 10:55

 

 

 

작은 동전으로 큰 사랑을

세모의 거리에서 만난 정다운 풍경, 구세군자선냄비

 

시민기자 이승철 | 2013.12.12

 

한 젊은이가 왕십리역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서울톡톡]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가난한 이웃들이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댕그랑 땡그랑' 종소리와 함께 정다운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 속으로 울려 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자들의 외침이다. 으스스한 날씨가 이어지는 속에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가장 눈에 띄는 거리풍경이 크리스마스트리와 구세군자선냄비다.

자선냄비 앞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도 다양하다. 아무런 표정 없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애써 외면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저만큼에서 곧장 오다가 자선냄비를 발견하고 약간 비껴서 피해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일부러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 여성 한 사람이 슬며시 다가와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간다. 뒤이어 젊은 청년 한 사람이 다가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자선냄비에 넣었는데 '쨍그랑' 소리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나간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일까? 자선냄비가 비어 있었던가 보았다. 지하철 2호선 왕십리 역 대합실에서 그렇게 30여분을 지켜보는 동안 10여 명의 사람들이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지나갔다.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자로 나온 아주머니는 "이 정도면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 지상 청량리역 광장은 가끔씩 쏴아 스쳐가는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1호선지하철로 내려가는 입구에 자리 잡은 자선냄비도 가끔씩 성금을 넣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정겹다. 성금을 넣고 지나가는 시민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니 "형편이 넉넉지 않아 겨우 천 원짜리 한 장 넣고 가는데 쑥스럽다"며 도망치듯 지하철입구로 내려간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지난 11월 27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시종식을 갖고 12월 2일부터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모금 목표액은 55억 원으로 길거리와 지하철역, 톨게이트, 교회 등 전국 350여 곳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등장하는 자선냄비는 구세군이 연말에 실시하는 가두모금 운동으로,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구세군사관 조지프 맥피(Joseph McFee)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되어 생긴 1천여 명의 난민과 도시 빈민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의 한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구세군 여사관인 조지프 맥피가 커다란 쇠솥을 다리 위에 걸어 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고 외치며 모금을 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모금운동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자선냄비 모금은 현재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매년 12월에 이웃사랑을 위한 모금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붉은색 다리 세 개로 만들어진 냄비걸이와 냄비 모양의 모금통, 제복을 입은 구세군사관의 손으로 '댕그랑 땡그랑' 울리는 종소리로 상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한국 구세군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 도심에서 자선냄비를 걸어놓고 불우 이웃돕기 모금을 한 것이 최초다. 구세군은 선교와 사회봉사 활동을 주로 하는 기독교의 한 교파로, 연말에 전국적으로 벌이는 불우이웃돕기 '자선냄비'모금운동으로 상징된다. 자선냄비 모금 봉사활동은 구세군사관들은 물론, 구세군교회 교인들과 자원한 일반인과 노인,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금년 연말에도 계속되는 경제적인 불경기 여파로 대부분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가 어려울 때도 많은 시민들이 모금에 참여하여 목표액을 초과달성 했었습니다. 올해도 목표액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로 5년째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는 40대 자원봉사자의 말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꼭 넉넉해야 도울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모급에 참여하여 가난한 이웃들이 추운겨울을 포근하게 지내고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모금운동본부에 의하면 물품후원과 기업모금, 온라인모금, 정기후원회원 모집(1670-1908), ARS 모금(060-700-9390)과, 지난해부터 도입된 신용카드 모금, 5000원, 1만 원, 1만 5000원 등 금액으로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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