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한우진 | 2013.10.29
[서울톡톡] 경의선 철도는 서울에서 북한의 신의주까지 북서쪽으로 가는 간선철도이다. 지금이야 경의선이 서울역 북쪽으로 출발하게 되어 있지만, 첫 개통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서울역 북서부에 산이 있는 관계로 1906년 최초로 개통된 경의선은 서울역에서 용산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북서쪽으로 올라가는 불편한 운행을 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1920년경에 터널이 뚫렸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아현터널과 의영터널이다.
그럼 지금 아현터널과 의영터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서울 도심에 있는 철도터널치곤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구간을 운행하는 여객열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꼭 타보겠다면 서울역에서 1시간에 1번씩 운행하는 경의선 전동열차를 타거나, 행신역까지 운행하는 KTX열차를 타면 된다.
터널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터널 위의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 2번 출구로 나와 아현동 가구거리 간판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계속 직진하면 북아현로6길의 끝에 도달한다. 이곳이 바로 아현터널의 상부로서 서쪽을 보면 저 멀리 의영터널의 입구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작은 공원으로 정자와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산을 올라오면서 흘린 땀을 식히기도 좋다.
북아현동 한복판의 분지 지형에 아현터널과 의영터널 사이에 마치 섬처럼 놓여있는 철길은 매우 이색적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이곳에 아현리 철도역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며 지금도 잔디로 된 플랫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현재 이곳 주변에는 뉴타운 공사가 한창이라 많이 변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철도에서 가장 중요한 곳임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수색과 고양시에 있는 철도차량기지와 서울역을 연결하는 철도로서, 수많은 열차들이 영업을 시작하기 위하여 또는 영업을 마친 뒤 운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7월 6일 이곳에서는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철도 쪽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서울역과 차량기지 사이의 열차운행이 중단되어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열차운행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곳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현재 정부에서는 올해 말을 목표로 인천국제공항철도와 경의선을 수색에서 연결하는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면 부산이나 광주에서 출발한 KTX가 바로 이곳 아현터널과 의영터널을 거쳐 인천공항까지 운행하게 된다. 현재 서울역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공항철도를 갈아탈 필요 없이 단번에 인천공항에 갈 수 있게 되어 더욱 편리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KTX열차가 바로 이곳을 지나 서울역을 거쳐 강원도로 갈 예정이기도 하다. 동계올림픽을 찾는 수많은 세계인들이 바로 이곳을 지나쳐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100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낡은 두 터널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지난달부터 개량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터널도 넓히고 누수도 없앨 계획인데 공사가 끝나면 더욱 안전한 열차운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도심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10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함께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아현터널과 의영터널. 서울의 귀중한 근대 유물이자, 앞으로도 미래를 함께 해나갈 서울의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