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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영양식, 추어탕

草霧 2013. 10. 12. 11:59

 

 

 

[ 문화 & 건강 이야기 ] 세계 속 서울의 맛
세계 속 서울의 맛
세계 속 서울의 맛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넣고 매콤하고 구수하게 끓인 추어탕 한 그릇은 더운 여름을 보내고 지친 몸을 보해주는 가을 영양식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해도 추어탕 만드는 방법은 지방마다 다른데 전북, 충북, 전남 등 지방에서는 푹 삶은 미꾸라지를 체에 거른 국물에 채소와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대파 등을 넣어 푹 고아 만들지만 서울에서는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으로 넣은 추어탕을 끓여먹는다. 갈아 만든 추어탕을 이름 그대로 추어탕, 통 미꾸라지 탕은 추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글_정희선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추탕’이라는 요리가 있다. 두부, 다진 생강, 고추, 버섯, 곱창, 양 등의 재료를 밀가루를 푼 물에 섞어서 업진살이나 사태로 만든 육수에 넣고 끓인다. 그 다음 살아있는 미꾸리(미꾸라지)를 넣고 끓이다가 후춧가루와 계핏가루를 뿌리고 국수를 곁들이라고 돼 있다. 이는 현재 서울식 추어탕의 조리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19세기의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 에는 살아있는 미꾸라지와 두부를 함께 끓여 미꾸라지가 차가운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이를 썰어 기름에 지졌다가 탕을 끓이는 방식의 미꾸라지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요리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도 등장한다. 두부와 미꾸리를 한데 싸서 눌렀다가 끓이는 독특한 조리법의 ‘별추탕’이라는 요리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에 살아있는 미꾸리와 두부를 넣고 함께 끓이더라도 미꾸리가 두부를 파고들기 전에 익어버리기 때문에 <오주연문장전산고>같은 조리법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는 점이다.

뒷골목 사내들의 꼭지딴 해장국
추어탕
서울 추어탕의 기원으로 걸인들의 모임인 ‘꼭지딴’을 드는 경우가 많다. 예전 한양에는 걸인들이 모여 만든 조직인 ‘꼭지딴’이라는 조직이 곳곳에 있었는데, 이 꼭지딴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구걸을 할 때 반찬이 아닌 밥만을 구걸하고 나머지 반찬은 본인들이 직접 조리해 먹었다고 한다. 이때 꼭지딴들이 해 먹던 음식중 하나가 바로 청계천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이다.
특이하게 꼭지딴들이 궁중의 일이나 반가의 일에 동원되는 일도 많았는데 주로 행사 때 다른 거지의 횡포를 막아주거나 궁중 내의원에서 사용하는 개구리, 두꺼비, 지네 등을 잡아서 납품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꼭지딴이 추어탕 영업 독점권을 갖게 됐고 이것이 서울식 추어탕(추탕) 식당의 원조가 됐다는 설이 있다.

80년 역사의 추탕집들
서울시내에는 옛날 한양 추탕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오래된 추어탕집이 몇 곳 남아있다. 형제추어탕(1926), 용금옥(1932년), 곰보추탕(1933)이 바로 그곳들이다. 세 곳 모두 8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들로 각각의 맛을 최고로 치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각 식당의 조리법을 살펴보면 형제추어탕은 양지와 사골로 만든 육수에 표고버섯, 양파, 대파, 숙주, 박속, 두부, 유부, 달걀과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을 양념으로 사용한다. 이를 넣고 푹 끓이다가 국이 거의 완성 될 쯤에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넣고 익혀낸다. 용금옥은 쇠고기 육수에 두부, 버섯, 호박, 파, 양파, 유부를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끓이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 다음 상에 내기 전에 산초가루를 뿌려 낸다. 곰보추탕의 재료도 버섯, 두부, 호박, 유부, 대파, 양파, 마늘 등 비슷한데 고추장으로 국물 맛을 내는 것과 늙은 호박을 넣어 단맛을 내는 것이 형제추어탕, 용금옥과의 차이점이다.

추어탕 한 그릇으로 가을 몸보신
추어탕
예부터 서울 사람들은 긴 여름이 지나고 미꾸라지가 맛있어지는 가을이 오면 추어탕으로 기력을 회복했다. 추어탕은 지방, 단백질, 칼슘, 비타민 A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조리한 고단백 영양식품으로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기운을 북돋아 주고 피부와 머리카락에는 윤기를 준다. 여기에 각종 채소의 비타민과 고기육수, 두부 등의 단백질이 더해지며 추어탕에 곁들이는 국수나 밥으로 부족한 탄수화물이 보충된다. 추어탕 한 그릇에 밥과 김치만 있으면 부족한 영양소가 거의 없는 완벽한 한 끼 식사가 되는 것이다.
추어탕

Tip. 미꾸리와 미꾸라지, 이렇게 다르다
보통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구분해 부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이다. 둘 다 잉어목 기름종개과의 민물고기로 생김새와 맛이 유사하지만 영어로 미꾸리는 Oriental weatherfish, 미꾸라지는 Chinese weatherfish라 부른다. 생김새로 구분을 하자면 미꾸리는 몸통은 통통하고 수염이 짧은데 반해 미꾸라지는 수염이 길고 몸통이 길쭉한 편이다. 몸매도 미꾸리는 단면이 동그란 반면 미꾸라지는 납작해 각각 동글이, 납작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미꾸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