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정리는 청소이다.

맛집 프로그램 무엇이 문제인까

草霧 2013. 10. 12. 12:03

 

 

 

 

[ 식품이야기 ] TV속 먹거리
식품이야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의학의 일부이기도 하고 문화생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데 TV라는 매체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TV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자신의 식생활에 바로 반영한다. 그런데 과연 TV라는 매체는 우리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글_조경자(임상영양사)
얼마 전 ‘트루맛쇼’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우리가 즐겨보았던 프로그램이고 한 번쯤은 믿고 방문했던 맛집들이 조작에 의한 결과물이었음을 알게 되고 배신감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 이후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방송 중 몇몇은 폐지가 되었지만 그 중 인기 있었던 방송 몇몇은 여전히 절찬리에 전파를 타고 있다. 아마도 조작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걸 보면 어쩌면 사람들은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음식의 향연을 음악공연 즐기듯 그저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프라임타임대의 예능에서조차 먹방이 유행하는 걸보면 말이다.
전문적 근거 밑바탕된 믿을 수 있는 내용의 부재
전문적 근거 밑바탕된 믿을 수 있는 내용의 부재
식생활과 관련된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아니 점점 매우 불안하다. 가볍게 여기기엔 공중파의 위력은 지나치게 메가톤급이다. 모니터링을 위해 방송을 보던 나조차 근처에 있다는 맛집의 정보를 찾아보게 되고, 인기 개그맨의 요란한 먹방을 인상쓰며 보고나선 냉장고 구석에 천덕꾸러기로 있던 장아찌를 꺼내게 되었으니 할 말이 없다. 음식 맛의 평가는 사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고 시청각매체인 TV로는 표현이 어렵다. 따라서 방송에서의 음식 맛 표현은 그저 ‘맛있다’ ‘매우 맛있다’ ‘담백하다’ ‘얼큰하다’ 정도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분비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맛들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프로그램들의 포맷을 살펴보면 맛집을 노골적으로 선정하는 코너는 최소화되었고 지역, 음식의 종류, 판매 방식이나 서비스, 특성 등의 주제로 몇몇 음식점들을 열거하여 보여주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맛집을 선정하는 경우 사전협의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하여 대상을 물색하고 몰래 방문하여 평가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검증단이 이미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들이고 방송국 게시판에는 ‘믿고 찾아갔는데 속았다’는 시청자 소감이 즐비한 걸 보면 다시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내용들은 건강에 좋다는 식품의 소개들이다. 대부분은 ‘산골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어떤 특정식품을 꾸준히 먹었더니 암을 극복했다’ 하는 류의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어떤 원리를 근거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개가 미흡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없는 경우가 많다. 종편이나 케이블에서는 다수의 전문가 패널들이 나와서 토크쇼형식으로 진행하며 비슷한 소개를 하곤 하는데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의사거나 스타급 요리사들이고 식품학이나 영양학 학자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어 보편적인 전문성은 제시하지 않아 정보가 편중되어 신뢰하기는 힘들었다.
TV라면 무조건 맹신하는 시청자의 태도도 문제
TV라면 무조건 맹신하는 시청자의 태도도 문제
한편 시청자의 태도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TV라는 매체에 대한 맹신이 이같은 풍토를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방송에서는 그저 다양한 식품이나 음식점에 대한 단순한 소개가 목적일 수도 있는데 많은 수의 시청자들은 TV에 나오면 무조건 맛집일거라 생각하고 무조건 특효약(식품)일거라 믿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시청자에게 전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 믿음의 무게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TV출연 간판이 손님들의 발길을 부르고 방송에 나온 식품은 바로 환이나 엑기스 등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래서 방송 이면에 자본의 논리가 끼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개인의 역량으로 현재 방송들의 조작여부를 확인하고 평가할 수는 없다. 여전히 조금은 설정이 들어갔으려니 하고 한 자락 접고 볼 뿐이다, 소심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맛에 대해 조금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해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맛있다, 없다’가 아니라 향, 질감, 씹는 느낌, 식재료간의 조화 등을 직접 먹어 본 듯 느껴지게 표현해 낼 수 있다면 맛있는 집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가감 없는 실체만을 정보로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된다면 시청자는 개인의 기호대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