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대표 채소로 이름 높은 양파는 많은 요리에 사용된다. 끊임없는 매력을 보여주는 이를 가리켜 양파 껍질 같은 매력을 가졌다고 하는 것처럼, 양파 역시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는 채소다.글 이완주 농업사회발전연구원 부원장'인생은 눈물을 흘리면서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다.' 프랑스 속담이다. 눈물 없이 벗기지 못하는 것이 양파인 것처럼, 눈물 없이 살아낼 수 없는 것도 인생이다. 양파 껍질을 다 벗기면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인생도 언젠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때가 반드시 온다. 콩알보다도 작은 양파 뿌리가 삼동을 견디고 그토록 크기까지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을까. 그 맛을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중국인들에게 혈관의 병이 적은 것은 모두 양파 덕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양파는 건강을 지켜주는 채소다. 사과도 그렇지만 '하루에 양파 한 개씩을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영국 속담과도 맥이 상통한다. 양파만큼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울리고, 기르기 쉬운 작물도 드물다. 젊은 시절 네덜란드에서 식물영양학 공부를 할 때, 홀아비의 머리를 제일 무겁게 만드는 것이 저녁을 때우는 일이었다. 그때 '양파고기볶음'이 자주 등장했다. 프라이팬에 고기와 썬 양파를 마구잡이로 넣어 볶고, 감자를 삶아 함께 먹는 원시 메뉴였다. 그래도 질리지 않고 영양실조에도 걸리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양파 덕이었다. 5천 년 넘게 인류와 함께해온 채소양파는 늦가을에 심어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수확하기 때문에 검정비닐로 흙을 피복해주면 잡초에 시달리지 않고 기를 수 있는 작물이다. '서양 파'라는 뜻의 양파는 둥근 파, 옥파, 또는 옥총(玉蔥)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먹는 둥근 부분은 땅속줄기가 비대해진 것으로 파나 백합, 튤립 등과 사촌 간이다. 고향은 알타이에서 팔레스타인에 걸친 지중해 연안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가 양파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 기록으로 보아 족히 5천 년은 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중국과 왕래가 잦았던 고려 때 들어왔다가 조선조 말엽 선교사에 의해서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1872년 재배에 성공했으나 수요가 없어서 재배한 사람이 곤경에 빠졌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1893년 콜레라가 창궐해서 많은 사람이 죽자, 양파를 찾는 사람들로 큰 소동이 벌어졌고 그 이후 널리 재배되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마늘을 즐겨 먹었으므로 양파가 주목을 받은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양파는 수분이 90%이며 나머지는 포도당, 맥아당 등 당질이 많아 요리에 넣으면 필요 이상의 설탕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채소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과 철분도 많은 편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황화알릴'은 양파 특유한 자극적인 맛과 향을 내는 성분으로 소화액의 분비를 돕고 만성피로, 식욕부진, 불면, 초조함 등을 해소하고 피를 맑게 한다. 양파는 마늘과 비슷해 황, 염소, 인 등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 구충, 살균, 방부 작용이 있다. 또한 강력한 발한, 이뇨 작용과 해독 작용을 하며 비타민 C가 많다. 적포도주의 주성분이기도 한 색소성분 '쿼세틴(quercetin)'이 노화 억제와 항산화 작용을 해 고혈압, 동맥경화, 위암 예방 등에 좋고, 루틴(rutin)은 모세혈관을 강화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