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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말씀대로’ 듣고 난 후 … ①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草霧 2013. 9. 13. 12:56

 

 

 

혜택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시민 말씀대로’ 듣고 난 후 … ①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시민기자 오현지 | 2013.09.12

 

 

[서울톡톡] 지구는 둥글지만 정책은 네모나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그 혜택의 빛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늘 있어왔기 때문이다. <시민 말씀대로>는 바로 그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365일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다렸고, 별 기대 없이 털어놓은 시민 한 두 사람의 고충일지라도 귀 기울였다. 그 결과, 시민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10개의 정책이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그 진행 모습은 어떨까? 서울톡톡은 시민기자의 눈으로 그 중 4개의 정책에 관해 직접 진단해보았다.

 

제대로 먹지 못해 야윈 몸을 누이면 꽉 차는 좁은 방 한 칸. 우리나라 홀몸 어르신 중 상당수는 자녀나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생활한다. 서류로는 형제나 자녀가 있지만 연락두절이 된지 오래다.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사는 삶에 지친 홀몸 어르신은 생활고로 인해 더욱 침통함에 빠진다. 연락이 끊긴 자녀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외로움과 생활고에 비통한 날을 보내는 홀몸 어르신을 위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기초보장제도에서 제외된 어르신이라도 소득이 매우 낮거나 생계유지가 어렵다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비수급빈곤층이 대상자다.

자식과의 생이별 후 찾아온 악마

서울에서 쪽방에 살고 있는 이모 씨(70)는 지난 7월부터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 이씨에게는 호적상으로 외아들이 있다. 풍족하게 기르지 못했지만 이씨는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고 아끼며 키웠다. 그러나 외아들이 결혼 후 외국에 살게 되면서 서서히 연락이 끊기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씨는 뇌출혈로 생명의 위기까지 맞았다. 소득이 거의 없는 이씨에게 뇌출혈 치료비는 너무 거대했다.

그러나 이씨는 정부의 국민기초수급자 기준에 합당하지 않았다. 외국에 거주하지만 아들이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한 달에 약 35만 원도 못 버는 고령층으로 재정 지원이 절실하지만, 자녀가 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소득평가액이 최저생계비 60%이하인 가구에 대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씨처럼 1인 가구부터 5인 가구까지 서울에서 거주한 기간이 6개월 이상임을 증명한 가구라면 누구나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 소득기준 안내표

구 분1인가구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5인가구
소득기준(원)343,301584,539 756,189927,8391,099,489

 

서울시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 부모, 아들, 딸 및 배우자, 며느리, 사위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도 같이 심사한다. 부양의무자의 세대원 소득, 재산이 부족해 부양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가구에만 기초보장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구 분부양의무자의 세대원(가구주 포함)
1인2인3인4인5인6인7인
소득기준(원)3,835,0694,578,8865,108,1415,637,397 6,166,6506,695,9057,225,161
재산기준5억 원 이하

 

단 정부의 국민기초수급자 혜택을 받는 가구는 중복해 서울시 기초보장제도를 신청할 수 없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가 나아갈 길

아직 시행 초기인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에 대해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30대 회사원 김미경 씨는 "서울시민의 상황에 귀를 기울여 준비한 정책인 점이 느껴졌다"면서 "기존 제도의 미비한 점을 보완한 것이 시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곤층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홀몸 어르신 A씨는 "서울시에서 큰 도움을 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이 제도가 남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서울시민의 도움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됐음을 알기 바란다"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 복지센터 관계자는 "저소득층, 취약계층은 평생 몸을 사용하는 일만 하시다 보니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 결국 몸이 상해 일도 못하고 치료비만 더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면서 "서울시에서 취약계층은 현실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현실적 대책을 발표해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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