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의 정신병자/한국미술

디지털명화 오딧세이 시크릿뮤지엄 , 아시아의 앤디워홀을 만나다 모빌의 창시자의 대규모 회고전

草霧 2013. 8. 30. 13:10

 

 

 

 

궁금해? 명작이 명작인 이유

서울에서 펼쳐진 거장의 세계

시민기자 이나미 | 2013.08.30

[서울톡톡] 대중가요로 예를 들자면 미국은 마이클 잭슨, 한국은 서태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분야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영역을 개척했고 이것이 문화 역사에 획을 그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현재 아티스트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성과 예술성까지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그들의 희소가치는 높이 평가받는다.

이처럼 미술분야에서도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가 역사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선 거장과 명화가 있다. 모빌과 일본 오타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당 작가의 회고전과 교과서에서 만난 명화 속 비밀을 지금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명화 속에 이런 비밀이? - 디지털명화 오딧세이 시크릿뮤지엄

붓에 듬뿍 묻힌 유화물감을 캔버스에 덧바르기를 여러 번. 두텁고 울퉁불퉁해진 캔버스는 마치 벽면 일부 같다. 이어 표면 위에 노란색 별, 파란색 하늘과 바다를 개성 있는 붓 터치로 표현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빈센트 반 고흐 작)다. 복원가를 통해 고흐의 '마티에르(Matiere, 유화물감을 겹쳐 칠한 질감 효과)' 기법이 재현된 것이다.

명화의 비밀을 알게 되는 '원작 없는 명화전'. 바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시크릿뮤지엄'(9월 22일까지, www.secretmuseum.co.kr)이다.

시크릿뮤지엄은 2010년 프랑스 파리의 5대 박물관인 프티팔레의 디지털 명화 전시 '레벨라시옹(Revelation)'의 한국투어이다. 프티팔레는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된 명화 이미지들을 토대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의 디테일과 숨은 의도를 보여준다.

전시는 미술 작업의 핵심 테마인 선, 색, 빛, 그림자, 시간, 원근법, 마티에르, 감정 등 총 8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각 섹션마다 섹션의 의미가 담긴 4~5점의 디지털 명화들을 선보인다. 여기에 각 작품 특성에 맞게 고해상도 모니터, 애니메이션, 홀로그램, 3D, 음향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해 명작의 이해를 돕는다. 또 명화의 의미를 해석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곳곳에 배치되었다.

특히 이 기법들은 관객이 작품 속 사물과 화가의 의도 등 작품의 비밀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명작이 명작인 이유를 알아가는 것. 지금과는 색다른 감상을 통해 '작품 감상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전시의 기획의도다. 적어도 이 전시장 안에선 명화를 앞에 두고 '왜 여기 왔을까', '어떻게 감상하지'라고 고민하진 않을 것이다.

아시아의 앤디워홀을 만나다 -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시장 입구에서 위로 고개를 들면, 미키마우스와 도라에몽을 합쳐놓은 듯한 '미스터 도브(Mr. DOB)' 캐릭터 풍선이 관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공간 중심부엔 '카이카이(KaiKai)'와 '키키(KiKi)'가 양옆으로 로댕의 청동조각 '지옥의 문'을 지키고 있다. 바로 옆엔 미스 코코(Miss Ko²)가 단계적으로 전투기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뒤로, '코스모스(Cosmos)시리즈'의 꽃무늬 벽지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일본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 작품들의 작가를, 대중들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아시아 팝아트를 정립한 작가',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일본 생존작가'라 부른다. 무라카미 다카시. 그의 아시아 첫 미술관 회고전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Superflat) 원더랜드'가 삼성미술관 플라토(www.plateau.or.kr)에서 12월 8일까지 열린다.

여기서 수퍼플랫이란 개념은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원천으로 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뜻'을 의미한다. 서구 현대미술 중심의 세계미술시장에서 아시아 작가로서 그의 생존전략이 바로 일본다운 특성을 끌어낸 것. 이를 '오타쿠'적 하위문화가 이루어 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찾은 것이다.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부터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 대지진 참사 후 작가의 내면 성찰이 담긴 '이브 클라인을 위한 오마주'까지 다양한 작업방식(회화, 조각, 풍선, 영상, 사진, 벽지, 커텐, 카펫 등)을 아우르는 총 39점이 그의 '원더랜드'를 완성한다.

모빌의 창시자의 대규모 회고전 - Calder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조각가, 어머니는 화가인 예술가 집안 환경 속에 자란 한 사내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어릴 적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그럼에도 사내는 공대를 진학했고 졸업 후 4년 여 가량을 기술 계통에서 일했다. 하지만 소질은 어디 가지 못했다.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사내는 뉴욕아트스튜던트 리그에 입학한다.

전업작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자 파리에 도착한 사내는 이미 접은 기술 역시도, 어디가지 못했나 보다. 서커스 공연 보는 걸 즐겼던 사내는 철사로 작은 오브제를 만들었다. 사내는 이 오브제들을 모아 직접 공연을 구성하고 오브제를 움직여 지인들에게 펼쳤다. 이 공연은 몬드리안과 미로, 뒤샹 아르프 등 파리 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계기가 되었다.

1927년부터는 철사만을 사용해 지인과 유명인사, 동물 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비전통적인 미술 재료인 철사를 이용한 그의 작업은 그 독창성과 혁신성으로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 '3차원의 드로잉'이라 불리며 높이 평가 받았다. 이 드로잉은 먼 훗날 크랭크와 모터를 사용해 움직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마르셀 뒤샹이 '모빌'이라 이름붙인 '움직이는 조각'의 첫 등장이었다. 1932년 사내는 기계 사용 없이 천장에 작품을 매달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새로운 모빌을 제작했다. 모빌은 조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공간의 예술에 시간성을 더해, 현대 조각의 혁신적인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빌의 창시자'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 사내의 이름은 바로 알렉산더 칼더(1898~1976). 그리고 모빌 탄생의 시작점이었던 오브제 공연은 바로 '칼더 서커스(CirqueCalder, 1926-1931)'였다.

알렉산더 칼더의 전 생애에 걸친 작업세계가 삼성미술관 Leeum(www.leeum.org)에서 10월 20일까지 열린다. 11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모빌과 철사조각은 외에도 쉽게 만나기 힘든 드로잉, 회화도 만나볼 수 있다. 미대를 졸업한 후 삽화가로 잠시 일한 그도 시작은 전통회화작업이었다. 이후 그는 서커스에 매료되어 많은 스케치를 그렸는데 이 중 동물들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이를 섬세한 드로잉으로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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