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은 어떻게 뉴스에까지 나오게 됐을까?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⑨ [서울톡톡] 걸그룹 크레용팝이 무서운 기세로 떴다. 단순히 인기 걸그룹으로 뜬 정도가 아니라 사회 이슈가 됐을 정도다. 그래서 연예정보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정규 뉴스까지 크레용팝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빌보드지 홈페이지에서도 크레용팝을 제2의 싸이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케이팝의 차세대 기대주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크레용팝은 TV 출연도 제대로 못하는 무명 걸그룹이었을 뿐이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섹시컨셉을 내세운다. 그런데 너도나도 섹시컨셉으로 가다 보니 웬만큼 해서는 이슈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크레용팝은 거꾸로 갔다. 노출이 아닌 트레이닝복으로 몸을 감쌌다. 일반적으로 걸그룹들은 멋지게, 화려하게만 보이려고 하는데 크레용팝은 길거리에서 게릴라 공연을 하며 '없어 보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안무도 우스꽝스러운 느낌이었다. 바로 이것이 차별화로 작용했다. 크레용팝의 '없어 보이는' 느낌은 삼촌팬들의 팬심을 자극했다. 그리하여 '내 손으로 저 아이들을 키워주겠다'는 열혈팬들이 대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힘으로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음원 발매 한 달을 넘긴 시점에 뒤늦게 음원차트 1위를 하는 뒷심을 발휘한다. 빌보드지도 이런 차별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일반적인 걸그룹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였다. 전혀 멋있거나 섹시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B급의 느낌이라는 점에서는 싸이를 떠올리게 한다. <강남스타일>도 말춤이라는 포인트안무로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빠빠빠>가 뜨는 데도 '직렬 5기통춤'이라는 코믹한 안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빌보드지에서 싸이를 거론한 건 이런 이유일 게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크레용팝이 제2의 싸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싸이는 서양스타일이어서 서양에서 뜬 대신에 일본에선 별로 인기가 없었다. 반면에 크레용팝은 일본스타일이어서 서양보다는 일본에서 뜰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제2의 싸이보다는 제2의 카라가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까지의 성공스토리와 차별화된 특성만으로도 최고 화제 걸그룹의 반열에 올랐고, 정규 뉴스의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사회이슈 수준으로까지 파급력이 폭발한 것은 악재가 꼈기 때문이다. 바로 요즘 장안의 화제인 '일베' 문제다. '일베'는 인터넷 게시판 사이트인데 여기에선 여성비하, 다문화인 비하 등이 나타나고 특히 대한민국의 국체인 민주주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흐름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학살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볼 수 있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다. 문제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나 사회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일베에서 문제가 되는 표현들을 그저 재미있는 놀이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한 걸그룹 멤버가 무심코 '민주화 시킨다'는 표현을 부정적으로 사용해서 크게 비난 받은 적도 있다. 네티즌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일베식 언어'가 확산되는 것에 예민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차에 크레용팝의 소속사 대표가 SNS로 일베를 언급하고, 몇몇 멤버가 일베식 언어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 때문에 엄청난 반발이 나타났다. 바로 그래서 크레용팝 신드롬이 단지 연예가 화제가 아닌 사회이슈 수준으로까지 커진 것이다. 이것은 이제 연예계 인사들도 최소한의 정치, 사회적 소양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는 걸 말해준다. '민주화 시킨다'는 발언을 한 걸그룹은 대단히 큰 타격을 받았고, 이번에 크레용팝도 광고가 중단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과거 아이돌들은 춤과 노래에만 집중하면서 사회 분야 학습은 멀리 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이돌들이 정제된 모습만 보여주던 것에서 벗어나 요즘엔 SNS나 예능 등에서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언제 실언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소속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회적 소양을 쌓아야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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