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정리는 청소이다.

패션디자이너 이효재와 함께 한 시민청 토크콘서트

草霧 2013. 8. 12. 11:21

 

 

 

그녀가 보자기를 꿰매는 이유

패션디자이너 이효재와 함께 한 시민청 토크콘서트

시민기자 이나미 | 2013.08.09

[서울톡톡] 지난 31일 오전 10시 40분, 시민청 이벤트홀. 매달 이곳에서 '토크콘서트'가 열리지만, 이 날은 어느 때 보다 열기가 높았다. 그것도 여성으로만 꽉 찬 이색 풍경이었다. 이 시간에 시민청을 찾으려면 집에선 적어도 오전부터 준비해야 하므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이곳에 모여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전 11시. 토크콘서트에 앞서 영상이 상영됐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가의 모습이 담긴 영상. 이어 영상 하단에 자막이 나왔다. <동백언덕에서 - 임동창 작곡>. 영상 속 인물은 대중들에겐 피아니스트, 작곡가로 알려진 임동창씨였다.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한 여인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무대 중앙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바로 임동창 작곡가의 평생 동반자이자 대중에겐 자연주의 살림꾼, 보자기 아티스트라 불리는 패션디자이너 이효재씨였다.

"자, 퀴즈! 우리부부가 중매결혼을 했을까요? 아니면 지나가다 우연히 만났을까요?"

이효재씨는 퀴즈를 내는 걸로 콘서트를 시작했다. 관객 중 한 여성이 손을 들어 "중매결혼이요"라고 답했다. "맞아요. 중매결혼이에요"라고 대답한 그녀는 선물이라며 고운 빛깔을 띤 보자기를 전달했다. 이후 퀴즈는 몇 가지 더 냈고 퀴즈를 풀어낸 관객들은, 보자기를 받아갔다. 그때까진 관객들은 몰랐다. 그 보자기가 토크콘서트 막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지를.

"아시다시피 중매는 결혼 후에 상대를 알게 되잖아요. 결혼 후 저는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작곡하는 남편을 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 일상이었어요. 음악가의 아내로 산다는 건 내 주변 일상이 영향을 미쳐 음악이란 예술로 탄생됨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선율에 좋은 가사까지 만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게 음악이죠."

그녀는 먼저 음악이 일상에 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같은 결혼생활을 통해,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목소리가 배제된 산소리와 새소리,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자신이 바뀌었다고 한다. 결국 이 일상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법을 훈련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

가왕 조용필의 명곡인 < Q >의 가사 일부다. 이 가사 한 줄은 그녀 마음에 울림으로 남았다. 처음 음악을 사랑하게 된 건 이처럼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가사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어 그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작은 소원은 조용필의 < Q >, 나훈아의 <영영> 처럼 모두의 가슴에 남는 아름다운 가사를 써보는 것이라 밝혔다. 그렇게 음악이야기로 토크콘서트를 시작한 이효재씨는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온 관객들이 자신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많은 걸 얻어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중은 이효재씨를 살림의 여왕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표현하는 데는 그녀가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쉽고 예쁘게 살림을 꾸려, 일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녀의 삶은 특히 주부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얻는다.

'오늘 여기서 배우고 가면 나도 이효재씨처럼 소박하면서 예쁘게 살림할 수 있을거야' 오전 이벤트홀을 가득 채운 여성관객들 모두 이런 생각들을 마음에 품고 오지 않았을까?

이 여성들을 시민청으로 이끈 힘. 그렇다. 보자기로 일상 속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보여줄 시간이 다가왔다. 관객들의 눈은 그녀의 손을 향했다. 보자기를 꿰매는 손 표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숨죽여 몰입했고, 뒤에 서 있던 관객들은 이미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효재씨는 아까 보자기를 선물했던 관객들을 무대 중앙으로 불러냈다. 그런 다음 한명 씩 돌아가면서 그들이 쥐고 있던 보자기를 가지고 다양한 접기 표현을 선보였다. 선홍빛 보자기는 양 끝만 살짝 접고 서로 연결하니, 양 어깨에 멜 수 있는 '가방'이 되었다. 관객들은 바로 탄성했다. 이어 각각 다른 빛을 띤 보자기들은 그녀의 손에 의해 선풍기 덮개가 되었고, 여름 감기를 막아주는 목 보호대가, 화사한 치마자랏과 수박도 거뜬히 들어갈 쇼핑백으로 탄생되었다.

"어때요? 방법이 쉽고 재미있죠? 잘 익혀 활용하면, 살림 예쁘게 잘한단 소리 들을 거예요."

보자기 활용으로 일상을 아름답게 하고 문화를 재미있게 즐기는 법. 어렵고 귀찮다는 생각만 버리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그녀는 보자기 하나로 생명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쇼핑백 하나 안 써도 나무 30그루를 살릴 수 있어요. 다음 세대를 위해 가장 손쉬운 이 방법으로 생활용품을 활용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이효재씨와 함께 한 토크콘서트 끝은 이나밴드가 부른 조용필의 Q로 장식됐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문화&여행 최신기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