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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마을공동체 ⑬ 관악구 대학동 <옹기종기마을 마을벽화>

草霧 2013. 8. 8. 11:30

 

 

벽화를 통해 행복을 그리는 마을

다큐~ 마을공동체 ⑬ 관악구 대학동 <옹기종기마을 마을벽화>

시민기자 김영옥 | 2013.07.08

[서울톡톡] "일주일도 안 돼서 금방 광고물이 붙고 온갖 쓰레기더미가 될 거요." 지난해 10월, 관악구 대학동 한복판에 있는 태양어린이놀이터 목재가림판 두 곳에 주민 30여 명이 솔선해서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며 지나가던 주민이 한 말이었다.

이곳은 어린이놀이터의 기능을 상실한 채 고시촌 한복판에 방치됐던 곳이었다. 고시생들의 흡연장소로 이용되었으며,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범지역으로 통했다. 설상가상 어린이놀이터에 변압기가 설치되면서 그것을 가리기 위한 목재가림판이 세워지자 놀이터 안과 주변은 더 상황이 악화됐다. 어린이놀이터의 두 나무 벽면은 원룸주택 소유자들이 방을 구하는 고시생들을 모으기 위해 각종 광고 전단지를 붙이면서 늘 너저분했고 각종 쓰레기와 노상 방뇨의 흔적, 취객들의 구토로 인한 오물 등으로 동네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애물단지 같던 이 공간이 새롭게 단장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을을 다시 보게 되다

"작년 8월, 관악구청에서 실시한 <마을일꾼 양성교육>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5회에 걸친 이 교육에 2백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했고 마을공동체 일원으로서의 필요충분한 시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됐어요. 후속 프로그램으로 <마을리더 아카데미>가 진행됐는데, 8강이 진행되는 동안 마을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에 대한 대안들이 많이 쏟아졌어요. 마을 안에서 해결됐으면 하는 의제들은 무척 기발한 것들이 많아서 이것들이 제대로 해결된다면 대학동뿐만 아니라 관악구 곳곳이 무척 좋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을의 방치됐던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데 큰 역할을 해 낸 대학동 주민 장희정 씨의 처음 시작은 이러했다.

<마을리더 아카데미> 80여 명의 주민들은 다섯 개 조로 나뉘어 그룹별로 마을을 돌며 의제를 발굴하고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그 중 대학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팀 이름이 <옹기종기마을>이었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옹기종기마을>은 마을 탐방을 시작했다. 마을을 돌아보며 실행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문제가 되는 곳을 사진으로 찍고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을 벌였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던 동네 이곳저곳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니,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대학동이 새삼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소박한 곳은 소박한 대로, 멋진 곳은 멋진 대로 정겨웠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지저분해진 곳을 발견할라치면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그 중 대학동 고시촌 중앙에 위치한 태양어린이놀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마을 공부를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살피는 것도 중요했지만 성공사례지를 견학해 보는 것도 중요했어요." <옹기종기마을>은 인천으로, 부산으로, 수원으로 견학과 체험활동을 다녀왔다. 그 중 인천의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과 배다리 마을을 가게 됐는데,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벽화를 보면서 대학동 마을에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을 탐방을 다니면서 대학동 곳곳에 '벽화를 그리면 좋겠다' 싶은 곳이 너무 많음을 알게 됐다. 태양어린이놀이터도 그 중 하나였다.

"태양어린이놀이터 주변은 분명 변화가 필요했어요. 깨끗하고 밝게 바뀌면 차마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거란 생각에 놀이터 주면에 있는 전신주와 변압기를 가리고 있는 목재가림판 두 곳에 벽화를 그리기로 결정했죠."

장희정 씨는 태양어린이놀이터 목재가림판에 어떻게 벽화를 그릴지 <옹기종기마을> 구성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전문가의 손길이 아닌 동네 주민들이 참여해 직접 그린 '우리들의 벽화'이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자원봉사자들과 마을의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삼성초, 신성초, 삼성중, 광신고 학생 21명이 이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섰고 학부모 10여 명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벽화를 그리기에 앞서 변압기 목재가림판에 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한국전력공사에 협조를 요청했고 벽화 그리는데 들어가는 재료비와 화단 조성비용 등은 관악구청의 지원을 받았다.

애물단지 놀이터, 벽화로 환해지다

전문가를 초빙해 사업 실행을 위한 워크숍을 실시했고 전문 업체에 의뢰해 만든 4개의 도안 중 주민 투표를 통해 2개의 도안을 정했다. 인근 주민들도 솔선해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손상된 목재가림판을 반듯하게 손봐주는 주민들도 있었고, 벽면을 청소하는 일에 주민들도 나섰다. 평평하지 않고 홈이 파인 골판지 형태의 목재가림판의 특성상 페인트칠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에게 자문을 구하자 친절한 답변이 오기도 했다. 또한 청소하고 벽화를 그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먹을거리를 내 오는 주민들도 많았다. 예전에 없던 변화요, 풍경들이었다.

미술을 배운 이력이 있는 장희정 씨와 미대출신인 그의 여동생이 2개의 도안 스케치를 맡았다. 채색 작업을 위해서는 아마추어이지만 그 의욕만은 프로인 초중고 동네 아이들과 동네사람들이 붓과 롤러를 들었다. 벽화 주변엔 꽃을 심고, 전신주에 붙어 있던 전단지도 말끔하게 청소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아이들과 학부모, 자원봉사자 등 50여 명 이상이 벽화 완성에 박차를 가했다.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완전 바뀌었네!", "대박이다!", "수고가 많네요."

어린이놀이터의 변화에 주민들은 반색했다. 변화의 과정을 함께 지켜 본 주민들은 벽화지킴이를 자처하기도 했다. 행여 예전처럼 그 누군가 몰래 벽화에 혹은 그 옆 전신주에 광고지를 붙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끔하게 떼어냈다.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은 어렵고 길지만 예전의 버려진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순간'임을 주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감이 번지듯 마을이 변화하다

무심했던 마을의 공간, 방치됐던 공간이 말끔하게 변하자 그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커졌다. 소문은 이웃 지역에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재개발 지역이었던 관악구 삼성동 약수터 가는 길목에도 4컷의 멋진 벽화가 만들어졌다. 재개발 지역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안만이라도 벽화를 보며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장희정 씨와 벽화를 그려낸 주민들의 생각이었다.

지난 6월 21~23일까지, 3일 동안 관악구 신림사거리(관악구 신사동) 일대에서 150여 명의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들이 170m에 이르는 22개의 벽화를 그려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벽화 그리기를 통한 마을 만들기의 참맛이 관악구 전역에 번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마을공동 체가 주목을 받기 훨씬 전부터 지역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발빠르게 취재해온 김영옥 시민리포터. 지역 신문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녀가 취재 노트 를 펼쳤다.
지난 12월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단지'로 뽑힌 아파트 공동체들을 시작으로
마을공동체 다큐멘터리를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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