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밥 먹고 도시여행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 갤러리 ‘과거로의 여행’ 체험 전시회

草霧 2013. 7. 29. 11:23

 

 

꽃보다 할배`들의 어린 시절엔?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 갤러리 ‘과거로의 여행’ 체험 전시회

 

시민기자 이승철 | 2013.07.26

 

 

[서울톡톡] 서울 강북구에 있는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과거로의 여행 학습 체험현장 톡톡 1970'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추억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하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는 낯선 풍경이겠지만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아트센터 2층에 있는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첫 번째로 만나는 풍경이 허술한 기와집 작은 창문 밖에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 굴뚝이다. 그 옆 좁은 골목길 담벼락은 시멘트 색깔이 퇴색하여 우중충하다. 골목길에서 들여다보이는 방 안 풍경은 더욱 조촐하다. 오래된 벽지에 작고 초라한 서랍장, 그리고 그 위에 꾀죄죄한 이불과 베개가 얹혀 있다. 방바닥에는 지금은 보기 힘든 사각형 성냥통과 재떨이, 뚜껑 덮인 요강까지 놓여 있는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눈물겹다.

 

아궁이 위에 커다란 가마솥과 양은솥이 걸려 있는 부엌 모습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변변한 찬장도 없이 벽에 걸려 있는 몇 개의 조리 기구에도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이어진 골목길에는 삼천리연탄과 삼표 연탄 간판이 연탄재에 그을린 모습이고, 골목 안쪽의 시멘트 쓰레기통이 둥그런 연탄재를 떠올리게 한다.

 

골목 맞은편, 이발소 간판에 '최신 유행, 학생 군인 염가봉사'라 쓰여 있는 글씨가 그 시절의 추억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한다. 이발소 안의 풍경도 낯설지 않다. 손님용 낡은 의자 두 개 앞 벽에 붙여진 커다란 거울이며, 머리 감고 세수하던 세면대는 타일도 붙여져 있지 않은 예스러운 모습이다.

 

골목길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호롱불을 밝히던 등잔이며 작은 생활도구들을 팔던 가게, 먹을 양식이 떨어져 허기가 질 때면 시계나 금반지를 맡기고 돈을 빌려 썼던 전당포, 그리고 동네 골목마다 한 개씩은 틀림없이 있었던 쌀가게가 눈길을 붙잡는다. 쌀가게 안에는 '정부양곡' 포대가 놓여있고 커다란 저울 옆에는 볏짚으로 만든 쌀가마니와 함께 말과 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물도 한숨도 나 홀로 씹어 삼키며 밤거리에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사랑만은 단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1960년대에 가수 최희준이 불러 70년대까지 유행했던 가요 <맨발의 청춘> 한 구절이 정답게 흘러나올 것 같은 '명랑전파사' 간판에는 'TV, 전축 수리, 중고 전제품 매입, 수리'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가게 안에는 낡은 라디오들과 선풍기들, 그리고 상자모양의 흑백TV와 함께 그 시절에는 귀하신 몸이었던 백색전화기 한 대가 나 보란 듯 놓여있다.

 

맞은편 책방에는 당시 발행 되던 명랑, 아리랑 등 잡지들이 진열되어 있고, 골목길 담벼락에는 '서영춘 신작쇼' 포스터에 코미디언 임희춘, 가수 최숙자 등 낯익은 이름과 얼굴들이 정답게 다가온다. 그 옆에는 순정영화 '별아 내 가슴에', 어린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만화영화 '로보트 킹', 존 웨인과 헨리폰다 주연의 서부영화 '아팟치 요새' 포스터도 당당히 붙어있다.

 

그 시절 골목상권을 주름 잡았던 구멍가게 안에는 각종 과자와 유리구슬, 그리고 볏짚으로 감싼 달걀꾸러미가 참으로 정겹다. 담벼락에 붙여진 '가족계획은 결혼식장에서부터, 하나만 낳아서 훌륭히 키웁시다'라는 홍보포스터가 익숙하지만 낯설게 다가온다.

 

당시로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가족계획을 홍보하고 권장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낮은 출산율 때문에 아기 낳기를 권장하는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시대상황의 변화가 실감나게 다가온 것이다.

 

1970년대 가정집에서부터 골목길, 가게, 각종 유물과 풍물을 재현해 놓은 전시회를 둘러보노라면 서글픈 추억과 함께 정다움이 느껴진다. 전시장에서 만난 60대 중반 노인도 같은 감회에 젖는다고 했다. 어린이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모습들이지만 부모나 조부모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족 연인들과 함께 둘러보면 세대 간의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체험장이 될 것 같다.

 

 

■ <과거로의 여행> 체험 전시회
 전시기간 : 7월 20일~10월 6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입 장 료 :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65세 이상 노인, 장애1~3급 50% 할인)
 교 통 편 : 버스 - 147, 149, 1124
               지하철 - 미아삼거리역 2번 출구 앞에서 05, 09번 마을버스

 

 

문의 : 북서울꿈의숲 02-228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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