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부대에 `책 산타클로스` 오셨네
군부대에 책을 기부하는 국군문화진흥원 최병헌 사무총장
[서울톡톡] 도서 200만 부를 기증한 기부 천사가 있다. 바로 국군문화진흥원(사) 최병헌 사무총장이다. 최병헌 사무총장은 군부대에서는 '책 산타클로스'로 불리는 유명인사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6월 18일, 독산동에 위치한 국군문화진흥원을 방문하였다. 작은 사무실에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책 분류와 배송 작업에 여념 없는 최병헌 사무총장을 만날 수 있었다. 최병헌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부터 개인적으로 군부대에 책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그는 국군장병들이 군 복무기간 책을 통해 자기를 발전시키고, 꿈이 있는 군대, 문화가 숨 쉬는 군대로 만들기에 일조하고 싶어 책을 기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인으로서 군부대에 책을 기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2010년에 국방부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고 비영리 민간단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획재정부 공익단체 등록으로 기부금 영수증 근거를 마련하여 후원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2010년부터 그가 기증한 책만 헤아려보면 2010년에 30만 부(38억 원 규모)를 군부대 및 지자체, 민간교도소 등에 기증하였으며, 2011년에는 40만 부(55억 원 규모)를 전 군부대뿐만 아니라 문무대왕함, 천지함, 강감찬함, 동명부대, 청해함, 해외파병부대 등에 기증하였다. 해외파병부대에는 인근 주민에게 나누어 줄 책까지 보냈다. 2012년에는 45만 부(58억 원 규모)를 청해함, UAE아크부대까지 기증하였고 병영도서관 1,818개를 지원했다. 같은 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군부대를 방문하여 책을 기증했는데, 그 때 "책 산타크로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14년째 무려 200만 권의 책을 기증한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한국사회를 빛낸 사람으로 대한민국 충효대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TMO'에 도서 기증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는데, 국군수송지원반을 의미하는 'TMO(Transportation Movement Office)'는 일반병사에게 '여행장병안내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TMO는 장병의 휴가 또는 업무를 위해 이동이 필요하면 티켓을 발권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장병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2011년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현재 TMO는 휴가나 출장 중인 병사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책도 읽을 수 있도록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그는 용산역 TMO에 3,500권, 서울역 TMO에 3,500권을 지원하였고 올해에는 수원역, 광명역, 천안역 등의 TMO에 책을 기증할 예정이다. 장병이 최신 발간된 책을 TMO에서 대여해 가면 휴가나 출장 후에 가까운 TMO에 반납할 수 있어 장병들의 호응도가 높다. TMO뿐만 아니라 국립현충원(4,000부), 백령도 해병6여단(4,000부), 외진곳, 섬지역 병사뿐 아니라 일반시민이 함께 열람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6월 말에는 김해 공군기지 '열린 도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책을 받은 장병이 책을 읽고 그에게 독후감을 보내거나 감사의 편지를 보내주기도 하는데 "어느 날, 해군기지 장병이 정교하게 만든 거북선과 함께 감사 메시지를 적은 사진을 보내왔다"면서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보람된 일이 있다면 힘든 일도 있기 마련. "책이 쇠보다 무겁다고 한다. 10여 명의 직원이 필요한데 지금 3명이 일하고 있다. 군부대에 함께 가야 하는 여건상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또 사무실도 작아 책을 쌓을 곳이 부족하다. 현재 이 사무실도 친구가 빌려 주었다"면서 "힘든 일도 있지만 도서유통 일을 하는 한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덧붙였다. "책 기증 외에 병영문화예술 진흥차원에서 연극공연, 콘서트 등도 추진할 것이다. 군부대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도 이바지하고 싶다. 책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국군문화진흥원으로부터 최근에 책을 기증받은 부대의 정종호 중령과 신요섭 중위는 "도서관 시설이 열악하여 부대원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장병들이 구하기 쉽지 않은 최근 베스트셀러 소설도 있고, 부대원들의 정서함양과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그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책 읽는 군부대,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 그의 기부 활동에 성원을 보내며, 책 산타클로스는 오늘도 책 분류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라이프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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