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6형제를 아십니까?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18) 나무이야기1
[서울톡톡] 요즘 우리 서울은 물론 전국의 어느 산에 들어도 눈길을 끄는 안타까운 풍경이 있다. 나무줄기 아래 부분 1미터 정도를 노랗거나 파란 비닐 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은 모습이다. 또 다른 풍경은 커다란 나무줄기들을 잘라서 가지런히 쌓아 놓고, 역시 비닐로 빈틈없이 감싸 놓은 모습이다. 모두 참나무들인데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참나무잎마름병 때문이다. 참나무는 우리나라의 어느 산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여름철에는 푸른 잎이 울창하여 그늘이 좋은 나무다. 또 나무줄기 재질이 단단하여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특히 참나무는 그 열매를 도토리나 상수리라고 하는데 산에 사는 다람쥐나 청설모는 물론 멧돼지 등 산짐승들에게 아주 귀한 식량이 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도토리묵도 바로 참나무 열매로 만든 음식이다. 참나무는 특별히 어느 한 종류의 나무만을 일컫는 이름이 아니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여러 수종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명칭이다. 쓰임새가 많아 유용한 나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대체로 참나무과에 속하는 여섯 종류의 나무를 통틀어 참나무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참나무 6형제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럼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진 참나무 6형제를 한 번 살펴보자. 참나무 6형제는 전설과 잎 모양이나 크기, 줄기의 겉모양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다. 먼저 상수리나무는 임진왜란 때 선조임금이 피난길에서 도토리묵을 즐겨 찾아 임금의 수랏상에 자주 올렸다하여 '상수라'로 불렀다가 훗날 상수리나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상수리나무는 도토리 열매가 가장 크다. 잎은 좁고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짧은 침 같은 톱니가 있다. 잎의 뒷면은 연한 녹색이고 줄기의 껍질은 세로로 깊게 갈라졌지만 코르크가 발달하지는 못했다. 굴참나무는 줄기의 두꺼운 껍질이 세로로 깊게 갈라졌다하여 골참나무로 부르다가 굴참나무로 바뀌었다. 줄기 껍질의 코르크층이 발달되어 코르크 마개로 사용되고, 이 나무껍질을 지붕으로 사용한 집을 '너와집'이라고 한다. 상수리나무처럼 잎은 좁고 긴 타원형이며, 역시 가장자리에 침 같은 톱니가 있다. 잎의 끝부분이 뭉뚝한 피침 형이고 뒷면은 희끗희끗한 회백색이다. 신갈나무는 참나무 6형제 중에서 떡갈나무와 함께 잎이 큰 나무에 속한다. 그래서 옛날 나무꾼들이 짚신바닥이 헤어지면 이 나뭇잎을 짚신의 깔창으로 사용하여 신갈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잎 모양이 사람의 귓밥처럼 생겼으며 두껍지 않고 얇은 편이다. 잎자루가 없고 겉면에 털도 없다. 줄기 껍질은 세로로 깊게 갈라졌다. 떡갈나무는 신갈나무와 함께 잎이 큰 나무다. 신갈나무와 다른 것은 잎이 두껍고 뒷면에 갈색 털이 있는 것이다. 신갈나무처럼 잎자루가 없으며 참나무 6형제 중에서 키가 가장 작은 꼬마나무다. 떡갈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떡을 쌀 수 있을 만큼 넓은 잎을 가져 떡갈나무로 불리게 되었다. 줄기는 세로로 살짝 갈라진 모습이다. 갈참나무는 가을철에 곱게 물든 단풍잎을 늦게까지 달고 있어서 '가을참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갈참나무는 잎이 크고 잎자루가 있다. 잎의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작은 거치가 있고, 두께가 두껍고 뒷면에 털이 있다. 나무줄기의 표면은 조각조각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서 졸병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잎은 달걀 모양이고 잎자루가 있다. 잎 가장자리에 안으로 휘어진 갈고리 모양의 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잎과 열매의 크기는 작지만 도토리묵 중에서 맛이 가장 좋다고 하며 키가 크고 우람하게 자라는 멋진 나무다. 줄기 껍질은 깊게 갈라진 모습이다. 참나무 6형제의 이름을 정리해보자. 수라상 올린 '상수리나무', 껍질 굵은 '굴참나무', 신발 깔창 갈이 '신갈나무', 떡 싸먹자 '떡갈나무', 가을단풍 늦게까지 '갈참나무', 졸병 '졸참나무', 얼마나 재미있고 멋진 이름들인가. 멋진 모습과 귀한 열매로 아름다움과 함께 산짐승들과 사람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참나무들, 이 참나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몹쓸 참나무잎마름병을 하루 빨리 퇴치해야겠다.
이승철 시민리포터는 시인이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낀 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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