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성공의 3가지 요소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70% 고용률 목표와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정리한 국정과제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로 따뜻한 성장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의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의 방하남 신임장관도 사회적기업 키우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방 장관은 취임사에서 “취약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해주면서 다양한 사회서비스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더욱 내실 있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사회적 공감대도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연못이 깊어야 물고기가 모인다’는 말처럼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이 있어야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끝난 사회적기업 가운데 74%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건강하게 제대로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풀어가야 과제가 적지 않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균형 있게 내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사업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회적기업가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공정여행 사회적기업가는 관광과 소비 위주의 기존의 여행과 달리, 현지인과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여행을 지향하면서도 수익을 내야하는 데 그게 여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여행업계의 영업방식이 박리다매로 이뤄져 공정여행 방식으로 제대로 이익을 내기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의 성공요소로 3가지를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사회적기업 스스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도록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때 사회적기업은 효과성이나 정당성을 중심에 두고 독자적인 모델을 찾아야 한다. 효과성 면에서는 경제적 교환을 넘어서 사회적 교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충분히 공감하는 직원이나 주주 등은 경제적 보상에 더해 사회적, 정신적 이득도 보는 셈이고, 소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직접 주는 효용에 덧붙여 사회적, 정신적 효용을 채울 수 있다.
정당성 면에서는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목적과 역할에 충실할 경우, 직접 이해당사자만이 아닌 사회 전체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혁신적인 모델을 잘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사회적기업 딜라이트를 꼽을 수 있다. 딜라이트는 표준형 보청기를 개발해 중간 유통마진을 줄여 저소득층 난청인에게 보청기를 정부보조금에 해당하는 34만원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기업이다. 딜라이트는 기존 보청기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귓속형 보청기 제품의 가격이 비싸 저소득 난청인들이 구업을 주저하는 데 주목해, 유통과정과 제품 표준화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보청기 시장을 혁신할 수 있었다.
둘째, 사회적기업과 제품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동의할 수 있는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대표적으로 사회책임조달을 들 수 있다. 사회책임조달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공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고용, 사회통합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공공구매가 사회적기업을 성장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까지 사회적기업 공공시장을 1조원 규모로 확대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시장목표는 전체 공공조달시장의 1%가량에 해당한다. 주무부처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우선구매 지원제도나 정책의 실효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공공구매 평가 때 최저가가 아닌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최적가치평가(best value) 방식을 도입해 사회적기업에 자연스레 도움이 되도록 구매제도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할 수 있도록 업종 내 네트워크 사업, 입찰시 컨소시엄 형성에 대한 가점 부여, 지원기관의 계약대행 기능 도입 등을 추진해 볼 수 있다.
올해 연초 서울 기초지자체에서 사회적기업 제한입찰로 7~8건의 억 단위 계약이 이뤄졌다고 한다. 수도권 기초지자체에서도 사회적기업 제한입찰 등 10억원 이내 협상계약 사례들이 꽤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향후 공공기관들이 추진력을 갖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의 목적에 맞는 취지를 가진 자본이 있어 사회적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꽃이 피기 위해 물이 필요하듯,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제때 공급되어야 한다. 현재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 민간에서 자본유입이 제대로 이뤄지기 않기 때문에 균형 있는 자본조달 형태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사회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000억 규모의 사회투자기금을 확정했다. 서울시가 500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민간의 기부금 등으로 채운다. 민간영역에서도 이런 비슷한 기금들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적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 평가 및 인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초점으로 대출 뿐 아니라 투자 등 다양한 자금 조달방법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의 공시가 뒤따라야 한다. 경영성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지표화해 공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사회적기업에 더 큰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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