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선 전 대통령이 다닌 초등학교?
한국 초등교육의 발상지, 서울교동초등학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는 같다는 고사성어인데 특히 성장과정에서의 스승은 부모를 대신해서 가치관의 형성과 사회성 확립에 지속적인 깨달음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유력한 조언자 역할을 한다. 내 기억에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났던 담임선생님에 대한 좋은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입학식을 끝내고 교실을 배정받아 처음 보는 책걸상에 자리하고 앉았지만 눈은 어머니가 어디에 계시나 찾기 바빴다. 몇몇은 어머니 손을 잡고 빨리 집에 가자고 칭얼대기도 하였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꼬맹이들의 서먹서먹함을 달래주려고 율동과 함께 동요를 들려 주셨는데 흥겹고 즐거워서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손뼉 친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어릴 적 교육이 평생을 좌우한다. 대한민국이 전후 폐허에서 오늘날 잘 살게 된 것은 교육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통시대 교육은 제약이 많았다. 일반 백성이 교육을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결코 아니었기에 상당수가 문맹이어도 나라가 유지되었지만 개항 이후 외국인들의 유입과 물밀듯이 들어오는 새로운 문물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서서히 잠에서 깨우게 만들었다. 우선적으로 당시 황실부터 자제들의 신교육을 담당할 학교를 건립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교육기관이자 발상지가 바로 지금의 서울 교동초등학교이다. 고종 31년, 개국 503년(1894) 9월 18일 관립교동왕실학교로 개교한 이래 현재까지 115회, 총 30,000여 명의 동문을 배출해낸 명문학교이다. 교동학교(校洞學校)라는 명칭은 당시 지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종로구 경운동이다. 조선시대 향교(鄕校)가 있었던 곳이어서 한성부 경행방(慶幸坊) 향교동이었는데 교동으로 동명이 개칭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다 (1830년에 간행된 <조선성시도>에는 '향교동'으로 나오다가 1861년에 편찬된 <대동여지도>부터는 '교동'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1914년 경성부 경운동에 편입되었다). 처음 설립될 때부터 현재의 위치는 아닌 듯하다. 1895년 5월 1일 관립 한성사범학교 부속 소학교로 개칭이 되면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하였기 때문이다. 중구 신당동에 있는 서울 광희초등학교도 역사가 오래되기로 소문이 나있는데 교동초교보다 1년 늦은 1895년에 설립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학교를 세웠을까? 황실 자제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당시 통치의 중심인 창덕궁과 인접한 곳이 낫다는 판단 아래 장소를 물색한 결과, 고종의 잠저(潛邸 : 왕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집)인 운현궁 부지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고, 급하게 서둘러서 임시 개교한 다음 건물을 마련하여 옮겼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개교 초기의 학생들은 대부분 서당에서 옮겨온 탓에 연령층이 8~15세까지였으며, 신교육을 위한 교재나 교육과정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규정도 없었다. 1895년에 공포된 <소학교령>에 따르면 소학교에는 심상과 3년과 고등과 2 · 3년으로 나누어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였으나 실제 고등과가 설치된 학교는 교동학교가 유일했다. 이에 따라 1897년에 관립고등소학교로 교명을 개칭하고 심상소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게 하였다. 당시 재학생 수는 130~150명이었으며, 교과목은 수신 · 독서 · 작문 · 산술 · 지리 · 역사 · 이과 · 도화 · 체조 · 재봉 등 본격적인 근대식 교육을 가르쳤다. 1906년 9월에 교명을 관립교동소학교로 하고, 설립 당시 한옥 3동에서 2층 목조건물로 신축하였다. 1910년 4월에 교동공립보통학교, 1938년에 교동공립심상소학교, 1941년에 경성교동공립국민학교로 개칭되었다. 해방 후 1947년 9월에 서울교동국민학교로 바꾸고 42학급으로 편성하였으며, 1972년 3월에는 종로국민학교를 인수하였다. 1994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100주년 기념탑 등 조형물을 교내에 설치하였고, 1996년에 서울 교동초등학교가 되었다. 지난 2013년 2월 15일 제 115회 졸업식까지 총 31,21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대표적인 졸업생으로는 정치가로 윤보선 전 대통령, 윤치영 초대 내무부장관, 김상협 전 국무총리가 있고, 소설가 심훈, 아동문학가 윤극영, 윤석중, 어효선 등이 있다. 현재 학교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옛 교사(校舍)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2013년 5월 현재 전체 학생 수는 일반학급 6학급, 특수학급 1학급 등 7개 학급에 106명으로, 1989년 일반 25, 특수 5학급 등 30학급에 재학생 수 1,100여 명에 비해 불과 24년 만에 학생수가 10분의 1로 감소되어 있다. 올해 입학생도 고작 21명으로 서울시 교육청의 발표에 의하면 서울에서 입학생이 제일 적은 학교다. 전통적인 주택가가 이제는 업무지구로 변하면서 거주 인구가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100년 이상의 명문학교가 종래에는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종로구 삼일대로 446(경운동 2)에 있으며,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와 도보 3분 거리이다. 버스로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 0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로 사우나 앞에서 하차하면 바로 정문이 보인다.
■ 교동초등학교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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