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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걷다

草霧 2013. 5. 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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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걷다

서울 도심의 자연을 따라 걸어보세요

 

시민리포터 박칠성 외 2명 | 2013.05.23

 

[서울톡톡]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가장 바람직한 여행이 '걷기' 여행이라고 한다. 차를 타고 보는 것보다 걸을 때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새로운 생각과 호흡으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풍경을 스쳐가는 여행이 아닌,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진정한 걷기 여행을 즐겨보자. 서울톡톡이 발맘발맘 걸을 수 있는 서울 속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한다.

 

 

북한산 둘레길은 물길, 흙길, 숲길과 마을길 등 산책로의 형태에 따라 21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산책로이다. 둘레길은 전체 70km로 2010년 9월에 44km를 먼저 개통했고 2011년 6월에 나머지 26km을 개통하였다.

 

21개 구간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1구간 소나무길, 2구간 순례길. 5구간 명상길, 9구간 마실길, 10구간 내시묘역길, 11구간 효자길, 13구간 송추마을길, 18구간 도봉옛길, 20구간 왕실묘역길, 21구간 우이령길이 있다. 이중 21구간인 우이령길만 사전예약이 필요하고 나머지 전 구간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1구간 중 본 리포터는 이준열사 외 열네 분의 애국순국열사와 광복군 합동묘소를 참배할 수 있는 제2구간을 다녀왔다.

둘레길 제2구간인 순례길은 통일교육원 정문 장미아치 쉼터 → 태극기 안내판 → 섶다리 → 백련공원 지킴터 → 탐방로 갈림길에서 백련사 방향 → 4 · 19전망대 → 솔밭근린공원까지 이어진 2.3km이다. 약 1시간 10분정도 소요되며 참배를 하게 되면 그 이상이 걸리게 된다.

 

가족과 함께 자연 속으로 떠나는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제2구간 순례길을 추천한다. 푸른 숲 사이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으며, 길을 걷는 내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순국선열을 만날 수 있다. 3 · 1운동, 임시정부, 헤이그특사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가 곳곳에 배어있어 이 길을 아이들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순례길은 통일교육원 정문 장미아치 쉼터와 솔밭근린공원 두 곳 어디에서나 시작할 수 있다. 솔밭근린공원에서 시작하면 순례길 끝인 이준열사 묘역 참배 후 국립 4 · 19묘역을 방문하면 된다. 통일교육원 정문 장미아치 쉼터에서 시작할 시에는 먼저 국립 4 · 19묘역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순례길 방문은 가급적이며 대중교통을 이용을 권하고 있다. 국립 4 · 19묘역을 방문을 한 후 산행 시에는 4호선 수유역 1번 출구에서 01번 마을버스 이용하면 된다. 솔밭근린공원에서 시작하려면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에서 101, 120, 153번 버스를 타고 덕성여대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둘레길 운영단(둘레길 정보안내) 02-900-8085
둘레길 탐방안내센터(둘레길 정보안내 및 기념품 판매) 02-900-8066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북한산 지구 탐방안내) 02-909-0497~8

 

 

 

도봉산, 불암산, 관악산은 각각 서울시의 북쪽, 동쪽, 남쪽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그럼 서울시의 서쪽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은 어디일까? 정답은 은평구에 있는 '봉산(烽山, 209.6m)'이다. 조선시대 무악봉수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서 봉령산 혹은 봉산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서울시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서울의 서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봉산은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어느 동네에나 있는 뒷산처럼 평탄하고 걷기에도 편안한 산이다. 봉산의 초입인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에서 고양시 서오릉까지 약 9km의 긴 능선길이 대표적인 주능선으로 오르막 내리막길이 험하지 않고 맨발로 걸어도 될 만큼 흙길도 부드러워 누구나 부담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다른 산들처럼 봉산도 진입로가 많지만 전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5번 출구에서 찾아가는 들머리길이 찾아가기 편하다. 전철역 앞 주유소를 지나면 대로변에 보이는 현대화 할인마트와 부동산 1번지 사이 골목길로 들어선다. '수색로12길'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막다른 길까지 걷다보면 평상이 놓여있는 작은 구멍가게가 나온다. 음료수와 간식을 사면서 봉산 능선길을 물어보니 바로 오른쪽편에 있는 목화연립과 삼성하이츠빌라 앞에 얕은 오르막길을 가리킨다. 헷갈리면 골목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좋겠다.

 

봉산 능선길은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고양시 서오릉까지 이어져 있으며, 서오릉 북쪽의 앵봉산 구간을 연결하여 구파발, 북한산까지도 연계 트레킹이 가능하다. 능선길이 길어서인지 동네마다 산이름이 바뀐다. 은평구 신사동을 지날 땐 팻말에 덕산이라고 바뀌어 있고, 증산동 쪽은 비단산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산 모양이 떡시루 같다고 하여 증산(시루증甑, 뫼산山), 한글로는 비단산이라고 한단다. 어쩐지 발바닥에 닿는 산의 능선이 거칠지 않고 비단길처럼 부드럽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쉬어가라는 듯 만수약수터와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 편안히 앉아 물을 마시며 보니 약수터에 이름이 있는 것도 이채롭고 정자에도 기둥에 한자로 이름이 써 있다. 은향정, 구룡아정, 고은정... 봉산 능선길에서 만나는 정자들마다 이렇게 이름들이 써있어 한결 운치 있게 느껴진다.

 

 

목을 축이고 일어서니 팥배나무 군락 팻말과 함께 밀림처럼 우거진 숲 사이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진다. 나무숲 덕분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봄햇살에 데워진 몸이 시원해진다. 독특한 이름의 팥배나무는 그 열매가 팥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안내 팻말에 나오는 참나무, 신갈나무 등 다양한 수목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데 초록의 숲이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능선길 곳곳에 쉼터인 정자가 나타나고 운동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 산행과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다. 걷다보면 다른 동네로 빠지는 갈래길이 나오기도 하지만 능선길을 따라 직진하듯 그냥 쭉 걸으면 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터벅터벅 걸은 지 얼마 안 되어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 서니 은평구 일대 도심의 풍경이 손바닥처럼 보이고 북한산과 안산, 백련산 등이 손에 닿을 듯하다.

 

 

능선길에 앉아서 예쁘게도 피어난 냉이꽃, 제비꽃, 애기똥풀 등을 감상하고 있는데 왠 벌거벗은 발이 휙 지나간다.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나이 지긋한 어느 여성 등산객이 맨발로 걷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무척 자유롭고 시원하게 보여 당장 따라해 보았다. 맨살의 발바닥이 땅위에 닿는 순간, 시원한 기분과 함께 작은 전류가 머리까지 올라와 찌릿찌릿하다. 기분도 상쾌하고 흙길을 천천히 내디디며 걸을수록 나도 모르게 뒤꿈치가 먼저 닿고 발바닥에 이어 앞꿈치가 마무리하는 이상적인 보행자세가 된다. 걸음걸이가 바르다보니 등도 저절로 펴지는 맨발보행의 효험이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다. 봉산 능선길은 어르신도 아이들도 맨발로 산행할 수 있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봉산길 끝에 있는 서오릉에 가까워오자 봉산의 유일한 깔딱고개라고 할 수 있는 나무 계단으로 된 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계단을 다 오르면 기가 막힌 전경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봉산 능선길의 제일 높은 봉우리다. 봉산은 200여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위치에 따라 숫자로 표현되는 높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구나 싶다. 능선길의 마지막 정자인 고은정 앞에 서니 철책을 두른 군시설이 있는데, 예전엔 우회해서 가야했으나 이젠 시민의 품인 해맞이 공원으로 바뀌어 있어 그냥 직진하면 곧 서오릉길이다.

 

숲속 사이 작은 오솔길을 걸어 조선시대 왕들의 무덤이자 후손들의 휴식공간이 된 서오릉에 내려서니 갑자기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인한 소음이 크게 들려와 조금 놀랐다. 몇 시간동안 고요한 봉산 능선길에 있다가 와서 그런가보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서오릉에 들어가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오월의 푸른 하늘을 보고 있자니 잠이 솔솔 몰려온다. 돌아올 때는 서오릉 앞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나오면 된다.

 

 

남이섬과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미 전국 명소로 잘 알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이 서울에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양재 시민의 숲과 월드컵공원(하늘공원)! 두 곳 모두 지하철과 자가용 및 자전거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길은 사계절 선사하는 풍경은 색다르고 누구나 한 번쯤 걷고 싶은 길이다. 봄이 오면 파릇파릇 연둣빛 싹이 올라오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으로 그늘과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고, 가을이면 황금빛 바늘을 쏟아 부어 붉은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을 주고, 겨울은 커다란 나뭇가지마다 눈꽃을 피워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가족, 연인, 친구 등 함께 걸을 때 더욱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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