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의 비밀과 삶의 애환이 눈 속에 덮였네
북한산 둘레길 ‘내시묘역길’
서울톡톡] 북한산 둘레길 중 약 4km 거리의 '내시묘역길(10코스)'은 둘레길 탐방 행렬이 가장 적은 코스 중 하나로 유유자적 걷기 좋은 길이다. 3호선 전철 연신내역에서 버스를 타고 사찰 삼천사 입구에서 내리면 '내시묘역'의 들머리가 시작된다. 삼천사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천천히 걸었다. 하얗게 눈 덮인 숲길은 아름다운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북한산의 멋진 봉우리들을 병풍 삼아 산기슭에 위치한 삼천사는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 나오는 오래된 절로,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그 규모가 대단히 커서 한때 3,000여 대중이 모여 수도 정진하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후에 다시 복원하게 되었다. 고고한 목탁소리와 맑은 새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는 삼천사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경내에 있는 2.6미터 크기의 삼천사지 마애여래입상(三千寺址 磨崖如來立像)은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보물 제657호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불상은 눈을 반쯤 뜨고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는데 조각 기법이 정교하고 사실적이어서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부드럽게 흘러내린 유려한 옷고름 등 마치 고려 불화를 연상케 하는 마애불은 예부터 영험이 있다고 알려져 이 마애불에 기도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에서 전해져 오는 맑은 기운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삼천사에서 나와 사슴목장과 농원, 밤나무골이 이어지는 길은 도시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시골길이다. 도저히 서울 같지가 않고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온 듯싶다. 둘레길은 짝사랑하던 님을 기다리던 기생이 몸을 던져 죽었다는 전설 속 연못이 있던 여기소터를 지난다.
그러다 길섶에 웬 문인석과 묘비, 눈 덮인 무덤이 나타난다. 왕의 그림자처럼 왕을 보살폈던 '내시'들의 무덤이 자리 잡은 내시묘역이다. 1637년(인조 15년) 조성된 것으로 내시부의 환관이었던 신공(申公)의 묘역이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궁의 비밀과 함께 그들의 삶의 애환도 함께 묻혀 있어서 일까? 하얀 이불 덮고 있는 내시묘역길은 한 없이 고요했다.
오늘날의 자연보호정책과 같은 역할을 했던 송금(松禁)비는 600년 전 조선시대 '송금정책'의 실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서울시 문화재가 되었다. 송금정책이 행해졌던 산림답게 수목이 울울창창해 '멧돼지 출현 주의 현수막'이 길가에 붙어있다.
내시묘역길 끝에는 북한산 국립공원입구와 함께 소박한 분위기의 시골학교 같은 북한산 초등학교가 나타난다. 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엔 익살맞은 표정의 장승들과 함께 1967년 학교를 세울 때 큰 역할을 했다는 '유흥억 할아버지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당시 산이었던 학교 터를 다듬어서 교실을 짓고 나무를 심으며 운동장을 닦는데 동네 어른들이 모두 나서서 땅을 파고 수레를 끌며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내시묘역길 끝에 북한산 국립공원입구와 함께 소박한 분위기의 시골학교 같은 북한산 초등학교가 나타난다. 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에 1967년 학교를 세울 때 큰 역할을 했다는 '유흥억 할아버지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당시 산이었던 학교 터를 다듬어서 교실을 짓고 나무를 심으며 운동장을 닦는데 동네 어른들이 모두 나서서 땅을 파고 수레를 끌며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학교 설립 초기에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 산림청과 (사)생명의숲국민운동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학교 숲 상을 받았단다. 무엇보다 학교 운동장 뒤로 우뚝 펼쳐진 북한산의 자태가 참 멋있어 작은 운동장을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며 겨울산을 눈이 시리도록 감상했다. 서울에서 제일 아름다운 학교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아마 가을엔 또 다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리라.
○ 교통편 : 3호선 전철 연신내역(3번 출구) - 30m 전방의 버스 정류장에서 701번 버스타고 삼천사 입구에서 하차 - 돌아올 땐 북한산 초등학교 정문 앞 대로변에서 연신내역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 문 의 :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시설과 둘레길운영팀(02-900-80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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