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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草霧 2014. 1. 20. 11:51

 

 

 

여공 `순이`를 아십니까?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시민기자 채경민 | 2014.01.17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의 모형 전시 모습

[서울톡톡] 1964년, 황무지나 다름없던 구로동과 가리봉동 일대에 크고 작은 공장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먼지로 가득한 공장 안에선 시골에서 갓 상경한 언니, 오빠들이 밤낮없이 기계를 돌렸다. 섬유, 봉제 수출이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에는 11만 명에 달하는 수출 역군들이 이곳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은 열악했다. 1985년 6월,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는데,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동맹 파업으로 알려진 '구로 동맹파업'이다. 2000년대 들어 구로공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고 IT, 패션, 출판 기업들이 모인 국내 최대의 중소벤처기업 집약지로 성장했다.

구로공단이 수출산업단지로 지정된 지 50년이 됐다. 수출 산업의 전진기지로 섬유·가발·봉제 공장들이 빼곡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젊은이들의 기억에서도 생소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 여기 있다.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이 바로 그곳이다.

비좁고 암울했던 쪽방의 기억

(좌)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전경, (우)쪽방 체험관 내부

체험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로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지하 1층에는 쪽방 체험관이, 1층과 2층에는 각각 기획 전시관과 영상관이 위치해있다.

구로공단 여공들의 오랜 이웃사촌이었다는 자원봉사자 윤경순 씨(60)의 안내를 받아 지하 1층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허리를 숙이고 지하실로 내려가니 당시 노동자들이 살았던 2평 남짓한 쪽방 6개가 줄지어 나타났다. 방 안에는 당시 입던 옷가지와 신발, 주방 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 생활상을 짐작케 한다. '눈으로만' 관람해야 하는 일반적인 전시실과 달리 이곳의 쪽방들은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작업복 입어보기, 연탄불 갈기, 재봉틀을 이용한 봉제 실습 등 6가지의 체험활동이 가능한데, 초중고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에서는 공단 노동자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자원봉사자 윤 씨의 권유로 직접 쪽방에 들어가 앉았다. 성인 남성이 몸을 움직이기에는 꽤 답답했다. 지하실 특유의 눅눅한 기운 때문에 불쾌한 느낌도 들었다.

쪽방 내부

"생각해 보세요. 이런 쪽방 한 칸에 4명이 살았고, 많게는 5명이 사는 경우도 있었어요. 밖에 있는 공용화장실 한 칸, 수도꼭지 한 개를 쪽방에 사는 20여 명이 나눠 썼으니 아침마다 다들 전쟁이었죠. 더군다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무더위와 추위에 시달려야 했죠."

공동세면장

문득 작가 신경숙의 <외딴방>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거기였다. 서른일곱 개의 방 중의 한, 우리들의 외딴방. 왜 내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 방을 생각하면 한없이 외졌다는 생각, 외로운 곳에, 우리들, 거기서 외따로이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인지.' 그가 구로공단에서 여공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던 <외딴방>의 배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을 향해 달리는 여공 '순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1층 전시관

1층에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전시관이 위치해 있다. 12시간의 고된 노동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치 않기 위해 야학에 다니고, 복습을 하는 '순이'라는 이름의 소녀의 일상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놓았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다.

1층 순의의 희망

"사과 궤짝을 책상삼아 공부했었던 모습이에요. 대게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12시간 정도 되었거든요. 사실상 탈진 상태가 되는데도 악착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렇게 해서 검정고시 합격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12시간 노동과 잔업을 하면서도 저임금에 시달렸던 구로공단의 여공들. 이 때문에 구로공단에서는 노사 분규가 많이 일어났다. 특히 1970년대에는 노동 야학, 대학생 위장 취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열악한 환경을 비관하지 않고 부당한 법과 제도,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운 여공들도 많았는데, 이들의 투쟁은 노동조합의 설립 등 한국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층 영상관에서는 경제 발전 과정과 여공들의 삶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당시 여공들의 연령별, 학력별 구성비 등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산업의 변화로 본 구로공단의 어제와 오늘도 확인할 수 있다.

건물 밖 야외공간 `가리집봉상회`

건물 밖의 야외공간에는 '가리집봉상회'가 자리하고 있다. 당시 구멍가게를 재현한 곳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70~80년대에 팔리던 오래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양철 도시락, 주전부리, 오래된 포스터와 상품 광고 등은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재미난 구경거리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미경 씨(금천구 가산동)는 "딸에게 구로공단의 역사적인 내용을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 좋았다"면서 "이곳을 둘러보고 나니 산업화를 위해 고생한 노동자 분들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 구로공단 50년, 명사에게 듣는다
구로공단 50주년을 맞아 '구로공단, 명사에게 길을 묻다-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라는 주제로 16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가산동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토크 콘서트에는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가 인생 도전기와 함께 구로공단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안치용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명예관장이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는 고승덕 변호사, 인명진 목사, 소설가 김영하, 김주원 성신여대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참여 희망자는 금천구(www.geumcheon.go.kr) 및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http://laborhouse.geumcheon.go.kr)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이메일(yessbaram@naver.com)로 신청하면 된다. 문의 : 02-2627-1310

■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운영시간 : 매주 화요일 ~ 일요일 (10:00~17:00),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
 이 용 료 : 관람은 무료, 체험활동 수강료는 1,000~5,000원
 문의예약 : 02-830-8426~7
  ※ 개인 관람은 예약 없이 이용 가능, 10인 이상 단체 이용 시 사전 예약
 주     차 : 별도 주차 시설이 없어 대중교통 이용 권장
 새 주 소 : 서울시 금천구 벚꽃로 44길 17(금천구 가산동 39-7)
 홈페이지 : http://laborhouse.geumcheon.go.kr/main/index/index041.jsp
                http://blog.daum.net/labor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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