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준씨, 조선시대엔 어떻게 불을 껐나요?
우리나라 소방역사를 알 수 있는 소방역사박물관
[서울톡톡] 우리나라 소방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방역사박물관은 동작구 소재 보라매공원 내 안전체험관에 위치해 있다. 건물 입구에 버티고 선 대형 소방차, 누가 봐도 소방과 관련된 곳임을 알게 한다. 서울소방 헬리콥터 한 대가 날개를 활짝 펴고 출동할 태세를 갖춘다. 소방역사박물관을 들어가기 전 지하1층 전시장을 잠시 들렀다. 소방방재 관련 사진 전시와 함께 초등학생들이 만든 소방장비 모형물들이 걸작이다. 119 소방차, 소방헬기, 심지어 소방서, 소방관까지 모두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들었다. 페트병, 야쿠르트병, 병뚜껑, 빨대, 나무젓가락, 종이컵 등 생활주변 재활용품은 모두 동원된 듯하다.
곧이어 소방역사박물관에 들어서려는 데 눈에 비친 해치, 경복궁 앞의 해치상이 왜 이곳 소방박물관에 있는지 의아했다. 그 의문의 답이 옆에 적혀 있었다. 해치는 선과 악을 판별하고 화재와 재앙을 물리친다고 전해지는 신수이다. 그리하여 불의 기운이 강한 관악산의 기운을 억누른다고 한다. 더군다나 목조 건물이 많았던 옛날 우리 선조들이 화재를 경계했던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박물관에는 각종 화재진압 소방장비와 시설을 비롯해 소방관련 고문서, 외국의 옛 소방시설이 전시됐다. 조선시대 소방관을 비롯해 현대까지의 소방 복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불조심 포스터 각종 소방 계급장, 복장, 외국의 기능 표지장도 전시돼 있다.
평소 보기 드문 다양한 종류의 소화기도 볼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에 던져서 불을 끄는 투척용소화기, 물로 소화하기에 부적당한 경우 사용하는 이산화탄소소화기, 자동확산소화기, 소화탄, 충전된 약제 혼합물이 포말(거품)을 생성,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화재를 진압하는 포말소화기도 있다. 소방서의 하는 일, 소방관의 임무도 벽면에 명시했다.
특히 눈이 가는 것은 그간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사건사고를 담은 사진들. 화재 발생 그날의 아픔과 참담함을 돌아볼 수 있었다.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던 오전에 발생한 대연각 화재 사건, 소방차들이 출동하고 대통령 전용 헬기까지 투입했지만 10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소방시설 미비로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6월 서울과 부산소방본부가 발족했다.
1994년 12월엔 아현동 지하 도시가스 방출로 발생한 폭발사고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듬해 6월, 500명이 넘는 귀한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모형도 볼 수 있다. 이 사고를 계로 119중앙구조대가 서울, 부산, 광주에 설치됐다. 2001년 초에 발생한 홍제동 화재는 건물 붕괴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국보1호 숭례문 방화 화재사진도 전시해 화재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화재를 어떻게 진압했을까. 당시 한성부를 비롯한 평양부, 함흥부 등 도시들이 밀집하고 수공업의 급속 성장으로 상업도시가 발달함에 따라 대형화재가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병란, 민란 등으로 인한 화재도 다량 발생했다. 그리하여 이 시대부터 소방 고유 조직이 탄생하게 됐다. 특히 세종대왕 때에는 금화도감을 설치하고 오늘날 소방관 격인 금화군을 편성하여 화재를 방비했다.
궁궐이나 관청의 건물 앞에는 물을 담아두는 커다란 독, '드므'를 두었다. 드므에 담긴 물은 화재 발생 시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요즘처럼 추울 때는 얼지 않도록 드므 아래 불을 피우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물을 뿜어 불을 끄는 수총기를 만들어 사용했고, 긴 막대기 끝에 산마(山麻)를 매달아 물을 적셔 불을 끄기도 했다. 또한 기와 위에 쇠고리를 박아 화재 시 지붕에 신속하게 올라가 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일제강점기 때에는 완용펌프, 일명 수총기를 사용했다. 수총기는 1716년경 네덜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져 중국을 통해 1723년(경종3년)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이것이 다시 개선과 보완작업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져 완용펌프라는 이름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 소방활동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소방 연구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박물관 내 한편에는 소방 활동을 담은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그 중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소방역사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소방의 발전과 함께 소방관들이 곳곳에서 흘린 땀과 눈물과 피의 희생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아가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장이었다.
■ 소방역사박물관 ○ 운영 시간 : 오전 10시~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자유 관람 ○ 오시는 길: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4번 출구, 신림역 보라매공원출구 도보10분, ○ 문의 : 02-2027-4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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