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아빠랑 축구하는 날
부모커뮤니티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축구여행’
[서울톡톡] 지난 1월 11일 오후 3시에 찾아간 양천구 서울 양목초등학교 운동장, 영하의 날씨에도 외투는 벗어둔 채 연습 경기에 몰입해 있는 아이들이 공을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5, 6학년생과 아빠들이 뭉친 연두색 조끼의 연합팀과 주황조끼의 중학생 단일팀이 벌이는 이 축구경기는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축구여행(이하 아신축)'팀의 축구경기로 올해로 2년째 진행되고 있다.
'아신축'은 5년 전, 매일같이 양목초등학교 운동장에 나와 아들과 공차기를 하던 아버지와 아들의 공놀이에서 시작됐다. 하나 둘씩 동참 가족들이 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2012년 2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학부모 8가족이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축구여행'을 탄생시켰다.
아이들의 축구훈련을 자원해 책임진 이는 천근영(신월동, 49세)씨다. 5년 전 학교 운동장에서 아들과 공놀이를 했던 장본인이도 한 그는 학창시절 축구 선수로 뛴 경험이 인정돼 이 신생 축구팀의 감독으로 발탁됐다. 누구보다도 많은 땀방울을 쏟고 있는 그는 작년 4월 청소년 지도자 부문 서울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감독을 제외한 모든 아빠들이 심판이고 코치가 된다.
이 팀의 특별함은 또 있다. '아신축'에는 선수 정원이 없다. 운동장에 서면 모두가 선수인데 굳이 11명으로 선을 그어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게 배려하고 있다. 아빠들이 코치요, 심판이니 아이들은 거칠게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가도 아빠들의 경고 휘슬에 자연스럽게 멋진 스포츠맨쉽을 배우기도 한다.
아빠와 아이들이 축구에 한창일 때 학교 정문 옆 보안관실에선 엄마들이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신축'에서 엄마들은 매니저로 통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한창 자라날 시기의 아이들 먹거리를 책임지고, 행여 다치기라도 할 경우엔 약도 발라주고 붕대로 싸매주는 응급처치도 한다.
"못해도 잘 뛴다고 하고 안 봐도 재밌게 보고 있는 척 해줘야 더 신나서 잘 뛰겠죠?"
연신 운동장을 향해 손나팔로 엄마들이 끊임없이 응원을 보낸다. 매니저 엄마들은 격주 토요일마다 셋 씩 번갈아 가며 아이들의 먹거리 공급을 돕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말 연중 계속돼는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축구여행' 때문에 쉴 참이 없다고 매니저 엄마들은 아우성을 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 손에 간식 들려주느라 정신을 쏙 빼놓고 있다. 전반전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보안관실 앞으로 열을 지어 서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들은 따뜻한 코코아차와 빵을 건네준다.
아이들 영양도 생각해 번거롭더라도 주먹밥이나 부침개, 뜨끈한 어묵을 준비한다고 한다.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먹을 것도 챙겨주니 그 고마움에 간식을 준비해 오는 부모도 있고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덧 40여 명으로 아이들이 늘어 간식비는 항상 부족한 편. 임시방편으로 아빠들이 비상금이 털어 짜장면을 종종 쏘기도 한단다. 그 사정을 빤히 알고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이 간식 준비를 돕는 등 모두 십시일반으로 아이들 간식거리에 동참해 주어 매니저 엄마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아신축'의 훈훈한 활동소식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부모커뮤니티로 선정돼 작년엔 강화도로 1박 2일 캠프를 다녀오기도 했다.
녹색장터, 페널티킥대회, 마라톤대회, 힐링캠프, 기타교실까지 작년에 '아신축'의 활동내역이라 하니 이들의 새로운 올해 계획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신축'에선 축구가 하고 싶은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을 언제나 환영한다. 매주 토요일 양천구 서울양목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오후 3시~5시에 축구시합이 열린다.
문의 : '아신축' 매니저 여수진 010-3099-0780
부모커뮤니티사업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씨앗사업으로 작은 모임을 소액 지원하여 그 모임이 성장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업이다. 부모커뮤니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www.seoulmaeul.org) 또는 전화 (02-385-264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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