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만난 매력 만점 의자들
경복궁역사에 설치된 시민참여 작품 ‘이야기가 있는 의자’
시민기자 이승철 | 2014.01.14
[서울톡톡] "앗! 저게 뭐야? 자작나무숲이잖아. 저 나무들, 설마 역사 천정 위까지 뚫고 올라간 것은 아니겠지?". "어, 정말 그러네. 그런데 저 기다란 의자들은 또 뭐야?" 경복궁 안에 있는 박물관에 가기 위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린 일행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대합실 고객센터 앞에 있는 기다란 의자와 그 사이에 서 있는 하얀 자작나무들 때문이었다.
먼저 일행의 눈길을 꽉 붙잡은 것은 천정 위로 쭉쭉 뻗어 오른 자작나무들이었다. 자작나무는 많게는 15~16그루, 적게는 6~8그루씩 서 있었는데 살아있는 숲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벽 쪽에 서 있는 자작나무 군락들 앞으로는 아름다운 색상과 특이한 모양을 한 기다란 벤치가 설치돼 있었다. 벤치 중간에는 특이한 모양의 의자들이 놓여 있고, 작고 아담한 칸막이 좌석도 설치돼 있었다.
"이 벤치 이거 내가 본 것 중에서는 가장 긴 것 같은데 몇 명이나 앉을 수 있을까?", "어림잡아 100명은 앉을 수 있을 같은데", "100명은 조금 많은 것 같고 50~60명은 거뜬히 앉아 쉴 수 있을 것 같군" 특이한 모양의 벤치가 일행의 궁금증을 자극했나 보다. 저마다 어림잡아 앉을 수 있는 숫자를 계산한다.
추운 날씨였지만 벤치에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벤치 중간에 만들어진 작은 칸막이 공간에는 젊은 청년 한 사람이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다.
이 조형물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그냥 일반적인 쉼터라기에는 조형미가 너무 탁월하지 않은가? 궁금증은 작은 좌석 공간 칸막이에 붙어 있는 안내문으로 쉽게 해소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시민들의 참여 작품이었다. 그리고 작품 이름은 <이야기가 있는 의자>였다. 작품을 설치한 팀은 '잠 못드는 금요일', 참여작가는 최신현, 고은영, 최정민, 최지원, 이지연, 전유화, 안상희, 이상민, 류광하, 오지현, 남상돈, 이창원. 작품 콘셉은 "다양성을 배려한 통일성으로 각자 개성을 살린 의자를 만들되, 그 다양한 디자인과 의미를 담은 기다랗고 통일된 의자를 만들어 모두가 사랑하고, 격려하고, 신뢰하고, 위로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미래의 모습을 표현하였다"고 쓰여 있다.
작품에 담긴 의미가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다. 개성을 살린 다양성 속의 통일성, 그리고 사랑과 격려, 신뢰와 위로와 감사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구상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무심코 이용할 지하철역의 쉼터가 이런 귀한 뜻이 담긴 작품이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앞으로는 경복궁역을 지날 때마다 이곳 쉼터에서 잠깐이라도 앉아 쉬며, 작가들의 깊은 뜻을 음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