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의 정신병자/한국미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 현장에서

草霧 2014. 1. 14. 10:52

 

 

 

 

 

미술품 경매시장에 `완판` 기록이 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 현장에서

 

시민기자 이나미 | 2014.01.13

 

 

낙찰가를 발표하는 경매사

[서울톡톡]

"6억 6천만 원! 6억 6천만 원..."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낙찰입니다!"

경매사의 낙찰확정을 알리는 망치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 낙찰가를 받은 작품은 서양화가 고(故) 이대원(1921-2005)의 작품 <농원'(1987년작, 유화)>이다. 2억 5천만 원에서 시작된 작품 경매가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

이대원 작가의 작품 (농원) 이 서울옥션 최고가 6억 6천만 원에 낙찰되었다(사진 서울옥션)

문화·예술 관련 뉴스 중에서도 특히 미술 분야가 '이슈'가 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술(경매) 관련한 빅 이슈가 된 일이 있었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압류된 미술품(전두환 컬렉션) 특별 경매다. 추징금 국고 환수 대행을 맡은 국내 2대 옥션회사인 K옥션, 서울옥션을 찾아 미술품 경매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경매…100% 낙찰률, 53억 원 낙찰 최고가 기록

경매장을 방문하기 전까진 옥션회사의 경매장은 소수만 출입하는 그들만의 공간이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프리뷰 전시부터 경매 모두 무료로 참관 가능한 열린 공간이었다.

프리뷰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작품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경매장 안에 들어선 순간, 경매 시작 전임에도 공간의 열기는 이미 뜨거웠다. 공간은 가운데 좌석에 앉아 패들(번호표)을 든 응찰자들이, 좌석 뒤는 각 매체 취재진들과 미 응찰자인 시민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미술품에 대한 이 같은 대중들의 높은 관심은 국내 미술시장 불황인 현재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좌)경매좌석을 차지한 응찰자들, (우)패들을 든 현장응찰자

경매 결과, 먼저 K옥션에서 진행된 1차 경매에선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작품 <24-Ⅷ-65 South East(1965년작, 유화)>이 5억 5천만 원으로 최고 낙찰가를, 2차 경매가 열린 서울옥션에선 최고가로 이대원 화백 작품, 다음으로 진경산수로 유명한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 <계상아회도(미상, 비단에 수묵담채)>가 8천만 원에서 시작해 2억 3천만 원으로 낙찰되었다. 1, 2회 차 경매 모두 100% 낙찰률을 기록했으며, 낙찰가 총액은 총 53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왼쪽에 위치한 작품이 K옥션에서 최고가로 낙찰 받은 김환기 화백의 (24-Ⅷ-65 South East)다,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는 서울옥션에서 고미술 중 최고가로 낙찰되었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품 경매시장에 햇살이 된 '특별경매'

이번 특별경매는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행사이면서 동시에 미술에 대한 관심을 미술 애호가에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넓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했다는 점, 동시에 미술품들이 특정한 장르나 시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방대하고 수준 높은 컬렉션이라는 점이 한몫 했다. 이번 미술품들은 고미술부터 근현대미술, 해외미술 등은 물론 도자기 인형까지 분야가 다양했다. 이들 작품은 현재 미술시장에서도 떠오르고 있는 주요 작가의 작품들로 미술사적 의의가 있는 작품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나머지 미술품 400여 점의 특별경매는 오는 1월 말과 3월에 열린 예정이며, 지난해와 동일하게 서울옥션과 K옥션이 나눠 진행한다.

알고 보면 흥미진진한 미술품 경매 세계

Q.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들은 무엇인가?

6억 6천만 원을 기록한 고 이대원 작가의 <농원>은 낙찰가와는 별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자택에 걸어두었던 작품이란 점으로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점과 선으로 풍경을 묘사하는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고 연못과 들판, 산과 나무가 자리한 농원의 전경을 분홍빛 하늘로 묘사한 것으로, 작가 특유의 필치와 화사한 색채감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대원 작가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독학으로 미술 공부를 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만든 작가로 알려졌으며, 홍익대 미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작품 옆 작은 사진 속에 경매 시장에 나온 미술품이 보인다. 이 작품은 전 대통령의 자택에 걸려있던 작품으로 경매 전부터 화제가 됐다

고 미술 중 가장 최고가인 2억 3천만 원으로 낙찰된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는 우뚝 솟은 산과 굽이쳐 흐르는 계곡의 모습을 시원한 구도로 풀어내고, 바위에 모여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인물들과 나귀를 타고 이들을 찾아가는 또 다른 인물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겸재 특유의 필치와 화법이 드러나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Q. 전직 대통령 일가는 어떻게 다량의 미술품들을 소유하게 됐을까?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를 대표해 지난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던 인물인 장남 전재국 씨(현 시공사 대표)는 미술애호가 즉 컬렉터였다. 단순히 미술품을 구입해 소장하는데 머물지 않고 미술품들을 전시할 미술관 건립까지 계획했다고 한다. 비록 그의 계획은 검찰 압류로 물거품이 되었지만,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경매장과 뉴스를 통해서라도 가치 있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Q. 컬렉터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작품을 구매해 소장하는 사람을 말하지만, 넓게는 작가발굴과 미술트렌드에 영향을 끼치는데 숨은 역할을 한다. 미술품은 단순히 비용만 갖췄다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 애정을 기본적으로 갖춰야지 가능하다. 이들의 안목과 지식은 결국 미술시장을 만들고 대중에게 새로운 미술세계를 안내한다. 컬렉터로서 국내에서 가장 좋은 사례는 바로 간송미술관을 만든 전형필이다. 그가 아니였다면 우리는 현재까지도 겸재 정선과 혜원 신윤복의 작업세계를 만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Q. 경매 프리뷰 전시는 미술관 전시와 무엇이 다른가?

프리뷰 전시는 경매를 진행하는 옥션회사가 경매를 앞두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경매에 올라갈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을 말한다. 작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로, 현장에서 작품과 관련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프리뷰 전시 기간에는 옥션 직원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안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만일 미술전시와 정보가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프리뷰 전시를 권한다. 전시장에서 작가 이름과 작품만 보아도 대략적인 미술시장 흐름은 물론, 방대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미술정보가 쉽게 들어올 수 있다. 전시와 경매 날짜의 경우 국내 옥션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옥션회사 담당자와 전화를 통해 작품 응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Q. 옥션회사에서 열리는 경매와 전시가 정말 무료인가?

절차나 자격제한, 혹은 작품 구매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 작품구매를 원하는 응찰자의 경우 옥션회사에 연회비를 내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회원이 되면 경매가 있을 때마다 도록을 받아볼 수 있다. 경매 당일 좌석 예약을 원하면 경매 전날까지 대표전화를 통해 신청해야 하며, 좌석은 응찰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실제로 경매장을 찾아가보니 좌석 예약을 못한 미 응찰자들은 좌석 뒤에 서서 관람하였다. 뒤에 있을 경우에는 소음을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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