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밥 먹고 도시여행

살곶이 조각공원의 남매상과 작품들

草霧 2014. 1. 10. 10:55

 

 

살곶이 남매, 새 옷 입었네!

 

 

 

 

살곶이 조각공원의 남매상과 작품들

 

시민기자 이승철 | 2014.01.09

살곶이공원의 (남매상)

[서울톡톡] "어머! 누가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혔네." "그러게 말이야. 참 고맙기도 하지, 얘들아 너희들 이제 춥지 않겠구나!"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사람이 어린 남매상이 입고 있는 옷매무세를 고쳐주면서 나누는 이야기다. 서울 성동구 중랑천과 청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살곶이공원은 해질녘 한겨울 바람결이 몹시 차가웠다. 살곶이공원 한쪽에 있는 조각공원에는 10개의 조각 작품들이 저마다의 이미지를 담고 서있다.

구릿빛 청동제 작품인 <남매상> 외에도 새하얀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어진 반구상 작품 <토끼의 꿈>과 , 박경환 작가의 <결실>, 화강석으로 만든 <소멸과 생성>, 제주도의 오름을 형상화한 <섬이야기>, 사랑과 우정 등 가능성을 발전시켜줄 약속의 장소로 나무를 지목하여 표현한 <약속의 나무>, 커다란 사슴과 작은 의자가 마주보고 서있는 특이한 형상의 <대화>와 민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 <천사>, 그리고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간들이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거칠어진 마음을 가족애로 보듬어주는 듯 친근성이 있는 작품 <화목> 등이다.

하지만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잡아끄는 작품은 단연 남매상이다. 물고기 모양의 화강석 기단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의 남매상은 본래 벌거벗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직 어린 누나와 남동생이 나란히 앉아 있는 남매상은 언제부터인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가 옷을 만들어 입혀주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6년째다.

이번 겨울에도 가을이 가고 추위가 밀려오자 누군가 따뜻한 겨울옷으로 바꿔 입혔다. 옷뿐만이 아니었다. 털목도리와 털모자까지 씌워준 남매상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조금은 포근한 모습이었다. 전시되어 있는 조각 작품에 왜 옷을 입혀주었을까? 비록 청동제 조각 작품이지만 아직 어려보이는 남매의 모습이 너무 추워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방향으로) 토끼의 꿈, 섬이야기, 대화, 결실

조각 작품 10점이 전시된 이곳 조각공원은 2008년 10월에 조성되었다. 다른 9개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 남매상의 본래 작품이름은 <동심의 여행>이다. 높이 70cm인 남매상의 남자아이는 오원영작가가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설치 첫해 겨울부터 누군가가 예쁜 옷을 만들어 입히기 시작했다.

수소문 끝에 옷을 만들어 입혀준 주인공이 밝혀졌다. 인근에 사는 봉제업을 하는 40대 아주머니였다. 자주 오가는 산책로 옆 남매상의 아이들이 추워 보여 옷을 만들어 입혔다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옷을 예쁘게 지어 입히는 일은 계속되었다. 누군가 처음 옷을 지어 입힌 아주머니의 뒤를 이어 남매상의 옷 지어 입히기를 계속한 것이다.

2011년 추석 무렵 기자가 수소문 끝에 주인공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인근 한양여자대학교 의상디자인과 패션동아리 학생들이었다. 여학생들은 당시 2년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옷을 만들어 입히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패션동아리 패크레(FACRE) 회원 2명은 남매상의 아이들이 정말 귀엽고, 어린 동생들 같아서 자신들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힌다고 했었다.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청동조각상 <동심의 여행> 아니 <남매상>에 따뜻한 겨울옷을 지어 입힌 사람은 누굴까. 혹시 여전히 패션동아리 학생들일까? 깊어가는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 하천변 작은 조각공원의 따뜻한 풍경이 수많은 산책시민들의 마음까지 포근히 녹여 감싸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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